다시는 볼 수 없으리
- 다시는 볼 수 없으리- 이훈자
겨울 바람을 앞세우고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가 아현동 언덕배기에 멈추었다
십년이 넘도록 윗집 담벼락에 갇혀
목을 쑥 빼고 살던 목련나무
이상한 기류에 안절부절 하더니 맥을 놓았다
'누가 이사를 오나' 생각하며 무심히 그 곁을 지나쳤다
어둠이 골목을 야금야금 삼킬 무렵
나무가 수북히 쌓여있여 동네에서 다비식도 아니고
저건 뭐하려'잠시 생각하다 또 지나쳤다
집에 돌아오니 딸은
"엄마 윗집 목련나무 잘린 채 대문 앞에 버려 졌어
사월이면 소담스럽게 꽃이 피던데
꽃잎이 떨어지면 치우기 귀찮아서 일까
목련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하며 애석한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 한 줌의 재가 되기 전 보려고
그 집 앞을 가보니
목련나무 더미는 어디로 가고
부스러기만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꽃이 피면 들고나며
향기에 멈춰서 우아함을 부러워했건만
올해는 봄이 목련을 찾아와 흔들어 깨워도
흰 고깔을 쓰고 걸판지게 승무 추던 모습 다시는 볼 수 없으리.
겨울 바람을 앞세우고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가 아현동 언덕배기에 멈추었다
십년이 넘도록 윗집 담벼락에 갇혀
목을 쑥 빼고 살던 목련나무
이상한 기류에 안절부절 하더니 맥을 놓았다
'누가 이사를 오나' 생각하며 무심히 그 곁을 지나쳤다
어둠이 골목을 야금야금 삼킬 무렵
나무가 수북히 쌓여있여 동네에서 다비식도 아니고
저건 뭐하려'잠시 생각하다 또 지나쳤다
집에 돌아오니 딸은
"엄마 윗집 목련나무 잘린 채 대문 앞에 버려 졌어
사월이면 소담스럽게 꽃이 피던데
꽃잎이 떨어지면 치우기 귀찮아서 일까
목련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하며 애석한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 한 줌의 재가 되기 전 보려고
그 집 앞을 가보니
목련나무 더미는 어디로 가고
부스러기만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꽃이 피면 들고나며
향기에 멈춰서 우아함을 부러워했건만
올해는 봄이 목련을 찾아와 흔들어 깨워도
흰 고깔을 쓰고 걸판지게 승무 추던 모습 다시는 볼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