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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볼 수 없으리

이훈자 3 1307
- 다시는 볼 수 없으리- 이훈자


겨울 바람을 앞세우고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가 아현동 언덕배기에 멈추었다
십년이 넘도록 윗집 담벼락에 갇혀
목을 쑥 빼고 살던 목련나무
이상한 기류에 안절부절 하더니 맥을 놓았다

'누가 이사를 오나' 생각하며 무심히 그 곁을 지나쳤다
어둠이 골목을 야금야금 삼킬 무렵
나무가 수북히 쌓여있여 동네에서 다비식도 아니고
저건 뭐하려'잠시 생각하다 또 지나쳤다

집에 돌아오니 딸은
"엄마 윗집 목련나무 잘린 채 대문 앞에 버려 졌어
사월이면 소담스럽게 꽃이 피던데
꽃잎이 떨어지면 치우기 귀찮아서 일까
목련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하며 애석한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 한 줌의 재가 되기 전 보려고
그 집 앞을 가보니
목련나무 더미는 어디로 가고
부스러기만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꽃이 피면 들고나며
향기에 멈춰서 우아함을 부러워했건만
올해는 봄이 목련을 찾아와 흔들어 깨워도
흰 고깔을 쓰고 걸판지게 승무 추던 모습 다시는 볼 수 없으리.

3 Comments
바다 2006.02.09 15:52  
  흰 고깔을 쓰고 걸판지게 승무를 추던 모습...
멋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며...
이훈자 2006.02.10 22:08  
  봄이면 들고나며 그 꽃을 보면서 내 마음도 떨어내고 많은 이야기를 하곤했었지요... 감사합니다.*^^*
바 위 2006.03.05 01:55  
  그렇습니다 !
오래전을 도리키게 해주심 고맙네요
강릉 절에서 승무 추시던 스님
아 ! 오랜만에 도리킴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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