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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되니 혼은 불새 되어 날았다

김형준 6 774
아픔을 이기지 못하면 '큰 명창'은 바라볼 수 없기에
침을 자꾸 삼켜가며 나의 님에게 호소해 가며 나날을
지낸다. 아프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예술
표현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소원해 볼 때도 있지만
그건 너무 예술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죄책감이 들어 얼른 그런 생각을 지워 버리려 애쓴다.
목에 생선 가시가 걸린 것일까. 아님 소위 '성대 결절
(singers' node)'이 온 것일까. 꽤 불편한 느낌이 든다.

와라, 아픔이여! 와라 고통이여!
와라, 시련이여! 와라 지진이여, 태풍이여!

내가 쓰러지든 니가 나자빠 넘어지든 어차피 넘어가야
할 힘든 산과 골짝이라면 과감히 맞부딛혀 나가야 겠다.
아예 완전히 박살이 나서 노래를 하지 않든지 아님
차라리 산이 되고, 들이 되고,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어
자연스레 low C-mid C-high C를 힘들이지 않고
바람처럼, 냇물처럼 유연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지가 되든지 해야 겠다. 중간에서 밋밋하게 '좀 해요!'
하는 우스개 농담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나의 님이
주신 큰 선물인, 목청--그것을 잘 활용해서 듣는 이들에게
늘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청이 좀 맛이 갔으면 내 혼에서 흘러 나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표현들을 잘 전달하고 싶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죽을둥 살둥 기를 쓰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얼마나
미쳤으면 70대가 되어도 자기보다 조금 더 잘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질투하고 미워하고 싫어하고 약코가 죽을까.
그런 정신으로 나는 나의 '소리길'을 잘 찾아 나서야 겠다.

아프다고 빠지고, 힘들다고 빠지면 어떻게 '큰 사람'되나.
때론 속도를 늦춰 슬슬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고 해보아야 한다. 목 아프면 많이 듣고,
덜 이야기하고 청이 돌아올 때까지 간절하게 기도하고,
더욱 더 발성과 호흡을 정확히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모든 아픔과 어려움과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켜 혼-심-신이
하나 되어 비록 날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며 기어 갈망정
기어코 내가 가야 하는 그곳으로 가려고 애쓰는 그 정신,
나는 그러한 정신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런 사람들을
배우고 그런 사람들과 호흡하다 다들 넘어가서 '갈매기의
꿈'속에 나오는 조나단과 같이 나 홀로 가지 않으면 안 될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이젠 '고독'이 그다지 귀찮지 않게 되었다.
그 친구가 있기에 더욱 더 숙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6 Comments
김형준 2007.08.12 02:49  
  믿음이란 현재 보이는 것에 대한 바람이 아니다.
비록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나 실현되리라는
확신을 갖는 것, 바로 그것이 순수하고 굳은 믿음이다.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에겐 초자연적인 축복이
다가오게 된다.

믿음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김형준 2007.08.12 02:51  
  나의 목이 비록 아프나 다 치유될 것을 믿으며,
힘든 허허 벌판을 묵묵히 참고 가다 보면
어디엔가 훤히 뚫린 넓은 공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나의 소리가, 나의 마음이, 나의 영혼이
보다 둥글고 아름다운 형태를 이루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김형준 2007.08.18 13:38  
  아픔이 좀 가셨다. 그렇다고 완전히 떠나간 것이 아니다.
수시로 다가오는 고통과 벗하며 사는 것이 익숙해 졌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소리길을 잘 잡아서 목이 다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소리길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해
깨달음이 오기 시작했다. 감사한 일이다.
김형준 2007.08.22 01:39  
  이젠 목이 아프지 않다. 아, 진정 감사한 일이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혹시나 목이 완전히 상해서 노래를 하지 못 할 수도 있다고
하는 염려 내지는 공포를 느껴 본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어려움이었다.

당신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보다 더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모든 열정을 쏟아
당신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보다 나은 '소리 길'을
찾아내어 그 길로만 가고 싶다.

쉽게 찾아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욱 더 열심히 해야 겠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니까
묵묵히 가고 싶다.
남이 인정을 하던 말던 개의치 아니하고....
김형준 2007.08.23 09:45  
  'Nessun dorma'도 'Che gelida manina'도
이젠 몇 번씩 불렀다. 그 어려운 B(Vincero)와
C(La spereranza)도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반 이상은 성악적인 발성이 이루어진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렵다는 마음과 두려움 내지는
공포가 늘 도사리고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부르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혹시나 '고음'이 삐걱거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늘 떠나가지를 않는다. 차라리 저음과
중음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내게 '바리톤'이 아닌가 하고 물어
온다.

나는 테너이다. 단지 저음도 잘 나는 테너이다.
그렇다고 드라마틱 테너도 아니다. 나의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나는 고운 소리인
리릭(lyric) 테너이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소리가 초콜렛 내지는 밀크 카라멜 같은
부드러운 소리라고......

자, 오늘도 소리의 여행을 떠나기로 하자.
비록 여름 휴가 또는 여행을 바다로나
산으로 가지는 못했지만 다시 내 소리의
길을 찾으로 여행을 시작해야 겠다.

야호!
김형준 2007.08.23 18:29  
  표현과 발성을 강조하다 보니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혼이 났다.
우리말로 노래를 했는데
외국어 원어로 부르는 줄 알았다나.
약간 부아가 올라
"'한국말 원어(原語)'요"라고 했다.

"아, 발음도 신경을 써야 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시 하면 잘 할 것이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나가서
부를 수는 없는 터였다.

다음에 또 힘을 내서 불러야지!

그렇게 아직도 작은 열매가
깊은 땅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엄마인 땅이 주는 물과
하늘의 고마운 태양이 주는
빛을 받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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