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제물이 된 4월의 아가들(양양산불을 보고)
번제물이 된 4월의 아가들
(양양산불을 보고)
박 원 자
살려달라는
단 한 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산 채로 선 채로
피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번제물이 되어버린 4월의 아가들
이 봄에 피어나려고
밤마다 푸른 꿈을 꾸며
때로는 모진 눈보라 강풍에도
고뇌하는 수도승처럼
그 여린 몸으로 이를 악물고
간절한 가슴조림으로
긴 밤을 하얗게 지샜을 그 아가들
한 여름 태백산맥 골짜기에서
새살거리며 흐르던 맑은 물은
동해바다로 서둘러서 흐르더니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그 시뻘건 불길에
제 영혼까지 타버리는 아가들을 보고도
성난 분수처럼 솟아올라
화마와 싸워 이겨야만 하는
제 본분을 잊은 채 돌아오지 못하고
시커먼 잿가루가 되어 뒤섞여버린
비목도 못 세우는 그 산에서
하늘은 오늘에야
때늦은 회한의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누나
산 채로 선 채로
피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이름도 모르는 제사의 번제물이 된
4월에 간 어린 영혼을 위해
(2005. 4. 6)
(양양산불을 보고)
박 원 자
살려달라는
단 한 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산 채로 선 채로
피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번제물이 되어버린 4월의 아가들
이 봄에 피어나려고
밤마다 푸른 꿈을 꾸며
때로는 모진 눈보라 강풍에도
고뇌하는 수도승처럼
그 여린 몸으로 이를 악물고
간절한 가슴조림으로
긴 밤을 하얗게 지샜을 그 아가들
한 여름 태백산맥 골짜기에서
새살거리며 흐르던 맑은 물은
동해바다로 서둘러서 흐르더니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그 시뻘건 불길에
제 영혼까지 타버리는 아가들을 보고도
성난 분수처럼 솟아올라
화마와 싸워 이겨야만 하는
제 본분을 잊은 채 돌아오지 못하고
시커먼 잿가루가 되어 뒤섞여버린
비목도 못 세우는 그 산에서
하늘은 오늘에야
때늦은 회한의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누나
산 채로 선 채로
피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이름도 모르는 제사의 번제물이 된
4월에 간 어린 영혼을 위해
(200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