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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지워진다

임현빈 5 1797
잘 안 지워진다 / 현빈


세상의 모든 걸 아침이 적셨지만
그대의 마음만 지나치고 있었다
늦게 일어난 그대는 오후에 거리를 나선다

그대는 거리에서 슬로우비디오로 흘렀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빠른 속도로 화면을 넘겼다

괴로움 보다 더 괴로운 건
그리움 이다
그리움 보다 더 괴로운 건
떠남이다
떠남 보다 더 괴로운 건
지워야 한다

그대를 지우고 있었다
내 뼛속까지 긁어 보면
그리움이 골수에 걸려 나왔다

지워지지 않는 그대의 기억들
바다 깊숙한 곳에 침몰 시키면
다시는 떠 오르지 않을까
소금이 되어 식탁에 오르면
무심코 먹어 그리움 되어 다시 자라겠지.

사랑합니다 / Tim


5 Comments
바다 2003.05.31 08:00  
  그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 그대의 가슴 속에
그리움이 지워져 버리면
세상 사람들은 그대보고
아름답다 말하지 않으리

그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살고 있기 때문이리

그대가 늘 꿈을 꾸는
소녀로 보이는 것은
그대 가슴에 아름다운 추억이
살고 있기 때문이리

너무 지우려 하지 말고
너무 사랑하지도 말고
그냥
봄날 먼 산에 아롱거리는
아지랑이처럼 간직하며

물 흐르듯 가는 세월
바람 같이 지나는 세월에
그대의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 보내보구려

그대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대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살고 있기 때문이리
추억이 살고 있기 때문이리
오숙자 2003.05.31 08:02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건 그리움이지요.

현빈님!
마음깊이 절실한 그리움이
이시를 읽는 마음 마음에 깊이
절절히 사무치네요.
대신 시하나 옮깁니다.


오 세영  시

<그리움에 지치거든>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茶器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꽃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茶를 들자.
음악친구 2003.05.31 10:19  
  아이~ 속상해요

너무나 가슴 아리게 아름다운 시에 답시...

이럴땐 나도 답시로 답해야 하는데 난 시를 쓸줄도 모르고, 외우는 시도 없고~

그냥 천천히 가슴으로 읽기만 합니다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임현빈 2003.05.31 12:34  
  바다님, 너무나 아름다운 답시에 제 글이 부끄러워지네요.
어쩜 즉흥 시를 그리 잘 쓰실 수 있나요

오교수님, 적절한 좋은 시를 골라 내셨네요. 그런 감성이 아름다운 곡을 만드시나 봐요
오세영 시인님 저도 좋아하는데 혹시 동생이신가요.

음악친구님, 답을 쓰지 못하는 그 수 많은 언어가 전해집니다
말하지 않는게 더 많은 말을 하는거 아시나요.

모두들 따듯하게 환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게시판 글들이 너무나 온기가 느껴져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참 고맙고 감사 합니다.
늘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바위 2003.06.19 21:59  
  오늘도 저믈어 지게
저믈면은 새리로다
새면 이임 가리로다
가면 못 보려니 못보면 그리리니
그리면 보고십으리라
보고 싶으면 병들이로다
병들어 죽을 양이면
자고 간들 어떠리.....

선생님 시를 보다 생각여
그냥  들여 놓고 갑니다.
건필 하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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