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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북 영양 문학 기행기 -야호 출발이다-

송인자 9 1803
대망의 2007. 5. 19일 “문학저널” 문인회에서 경북 영양으로 문학기행 가다.

문단의 거목 “조지훈”선생님을 기리기 위한 “지훈 예술제”참석을 겸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직장에 매여 있는 몸이라 여행 한 번 변변히 못해보고 살던 제가 난생처음 “문학기행”을 갔답니다. 우리는 “효도관광”도 아니고 “묻지마 관광”도 아니고 이름도 고상한 “문학관광”을 간 겁니다.

첫째 날 (토).

아침 일찍 부산을 피워가며, 출근 안 하는 날이라고 늦잠 자는 남편이랑, 강의가 없는 토요일은 그 누구로부터도 결코 늦잠의 권리를 침범 당하지 않겠노라고 공언한 녀석들까지 (제까짓 것들이 그러건 말건) 모조리 깨워 놨습니다.

오늘은 평소 고생하시는 이 어마마마께서 문학기행 가는 날.
솜씨 좋은 둘째가 합창단 공연 때처럼 속눈썹도 붙여줬습니다. 속눈썹을 붙이면 마스카라를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마스카라를 왜 하냐고 묻는 겁니까? 그건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은 다 압니다. 처진 눈꺼풀을 까먹고 자꾸 웃다보면 오후쯤 되서는 눈두덩이의 아이샤도우가 아래에 잔뜩 묻어서 꼭 팬더곰 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지요. 그거 붙이면 더 이뻐 보이기도 합니다. 헴헴.

“이거 입을까? 아니 이게 낫겠지? 모자는 챙이 있는 게 낫겠지? 산나물 축제도 참석한다는 데 구두 말고 운동화를 신을까? 그럼 스타킹 말고 양말 신어야겠네. 이렇게 청바지 입고 갈 거면서 그저께 괜히 새 옷 샀다. 그지?”

물론 시간 관계상 묻기만 하고...내가 알아서 다 처리합니다. 엄청난 호들갑을 떨며 준비해서 7:50분쯤 집을 나섰습니다. 너무 늦게 가서 헐레벌떡 버스 타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서둘렀습니다. 뭐 어딜 가든 워낙 친화력 좋은 저 자신을 믿습니다만.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나이 먹고서는 밝은 태양아래 남들 앞에 얼굴 내미는 게 영 자신 없는데 화장은 안 떴는지 모르겠습니다.(토닥 토닥.)

서초 구민회관 주차장에서 8:51분쯤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다소 이른 출발입니다. 어느 모임에나 지각생은 있기 마련이어서 9시경 출발하려니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앞으로도 명심해야할 부분입니다.

장거리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절대로 남편 아닌 남자랑 한 좌석에 앉으면 안 됩니다. 나중에 졸다보면 서로 팔이나 머리도 부딪치게 되고 옆구리도 지르게 되는 등, 아무래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게 되니까 피하는 게 신상에 이롭습니다.

이것 말고도 파악해 둘 게 많습니다. 어설프게 친분 있는 사람과는 창밖을 보며 멍청하게 가다보면 멋쩍어지니까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 홀로 음악을 듣거나 뭔가를 끄적이며 만인 속의 고독을 즐기려는 걸 방해하는 일명 따발총 족과 함께 앉는 것도 피해야합니다. 그러니 몇 시간을 침묵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아주 친한 사람, 아니면 생면부지 낯선 분 곁에 앉는 게 좋습니다. 또 오가가다 휴게실 같은 데서 커피라도 한잔 뽑아다 줄 수 있는 도량 있는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면부지 ‘고길자’선생님과 앉았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권재도 선생님께서 “조지훈선생님”의 고종 사촌이신 “유종식”선생님을 비롯해서 참석자 전원에게 자기소개를 시키셨지요. 참석인원 중 60% 정도는 교수나 교사출신인 듯 했습니다. 저는 저만 이런 문학기행이 초행인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순” 사무차장님은 미리 준비해온 사탕과 방울토마토, 음료수등을 고루 나눠주셨지요. 이번 여행 중 가장 고생하신 두 분은 권재도 사무국장님과 이명순 차장님입니다.

중부 내륙고속도로 연풍 인터체인지에서 청주팀 다섯 분과 합류했습니다. 얼굴도 예쁜 ‘이종려’선생님은 직접 지은 농사로 인절미와 흑미 떡을 해 와서 환영을 받았습니다. 가는 동안 “이기순”선생님께서 “조지훈”선생님의 문학과 삶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을 통해서 들은 문학기행 이야기는 집필하고 계신다는 책이 출간되면 그때 보시면 되겠습니다. 영양에 가면 “조지훈”선생님, “오일도”선생님, “이문열”작가님, 울 문학저널 “김창동”사장님, “김진시”회장님등 많은 문인들이 계셔서 모두 문인으로 보인답니다.

안동 “정옥식당”에서 가벼운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곳은 안동의 외곽인 모양인데 KBS 방송국이 있었습니다. “김진시”회장님께서 “행복비타민” 프로를 진행하는 방송국이랍니다. 그곳에는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본부 안동지사”라는 특이한 간판도 있어서 실감 나지 않는 현실을 말해줬습니다.

오후 2시.
안동을 출발, 도중에 있던 “임하댐”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 주변은 연초록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아카시 하이얀 꽃도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이 댐은 평소 안개가 많이 피어올라서 주변 농가에 피해가 되기도 한답니다.

단체 여행을 하다보면 언제나 예상을 뛰어 넘는 말재주를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은 “김진시”회장님이었습니다. 아주 솔직하고 유머러스해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했습니다.



Le Temps D`un Ete - Alain Morisod



9 Comments
송인자 2007.07.03 15:04  
  제일 우측에 키가 큰 여인이 저 올습니다. ^^

이 문학 기행기는 총 6 편까지랍니다.
일주일에 2편씩 올리겠습니다.
연속극 보듯이 보십시오. ^^
바다 2007.07.03 15:36  
  문학기행기를 올려주셨네요.
 반가워요^^*
 기다리던 글입니다.
계속해서 올리셔서 우리 회원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시길..
그리고 문학기행 부러워요 .
나는 언제 가볼꼬 ㅎ
산처녀 2007.07.03 19:07  
  역시 수필을 쓰시는 분이라 기행문도 맛깔나게 쓰시네요,
저는 언제나 문학기행을 해 볼런지요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읽습니다 .
다음이 기대 되네요.
송인자 2007.07.04 09:13  
  바다선생님, 산처녀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저만 초행길인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문학기행을
가보지 못했다고 해서 다소 의외였답니다.^^

그 여행길에는 내노라하는 작가님들이 함께 했지만..
제가 이 기행기를 올리자 다른 분들은 아무도 올리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조회수가 많아서 아주 행복했던 글입니다.
뭐...제가 잘 쓰건 못 쓰건 글은 빨리 쓰거든요.^^
첫날 3회까지를 올리고 나머지는 하루 1회씩
근무하면서 몰래 토닥여서 4일동안 올렸지요.^^
단암 2007.07.04 10:01  
  예쁘고 멋쟁이십니다. 글은 재미가 넘칩니다. 선생님의 마음씨가 보입니다.
탑세기 2007.07.04 14:5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송인자 2007.07.05 18:10  
  단암선생님
뭘요....호호~~~ 칭찬 고맙습니다. ^^

탑세기선생님
재미있게 읽어줘서 고마워요.^^
노을팜 2007.07.11 21:45  
  "인하댐"이 아니고 "임하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카시아"라 하지만 실은" 아카시"라 해야 한답니다.
어떤 형태로든 님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시비(?)를 걸어봄니다.
송인자 2007.07.12 15:13  
  노을팜님, 고맙습니다. ^^
제가 댐 이름을 잘못 기억하고 있었군요.
그동안 이글을 본 분이 상당히 많은데,
"임하댐"을 지적해 주신 분이 없었답니다.^^
지금 수정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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