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와 현진이
민희와 현진이는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두 어린이는 단짝입니다.
민희가 방송국 동요대회에 나갔을때 현진이는 응원석에 있었습니다.
민희가 불렀던 ○○초등학교 교가가 잠시 방송에서 소개되었을때
응원석에 있던 현진이는 귀여운 입을 짜악 짜악 벌리면서 따라 불렀습니다.
방송카메라맨은 그러한 귀엽고 깜찍한 현진이의 모습을 용케도 잡아내었습니다.
방송에 비친 현진이의 그 천진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미소를 머금었었습니다.
그러나 신록이 태양빛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오월 어느날,
전 국민이 경악했던 그 사건사고 이후로 현진이는 엄마 없이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충격과 슬픔, 두려움과 분노...
어린 마음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 현진이가 지난주 토요일 저녁에 세종문화회관엘 왔습니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원인 민희가 정기연주회에 출연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왔습니다.
예쁘고 야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직은 슬픔을 머금고 있는듯한 커다란 눈...
오른쪽 윗니의 귀여운 덧니가 웃을때마다 살짝 보이곤 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뒷뜰의 잔디밭 위에서 민희랑 단둘이 사진을 찍을때
어느새 현진이는 제 왼쪽 어깨위에 올라가 장난스레 히히히~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민희랑 민희 동생 태현이랑 현진이랑 함께 사진 찍을때는 손가락으로 브이(V)자도
만들어 보였습니다.
현진이는 분명 슬픔을 이길 것입니다.
기쁨으로 슬픔을 이길 것입니다.
웃음으로 슬픔을 이길 것입니다.
현진이는 민희처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원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이번 가을쯤에는 현진이가 민희랑 나란히 합창단 정기연주회에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현진이와 저를 동시에 초대한 민희의 마음이 미소만큼이나 참 예쁩니다.
민희와 현진이... 현진이와 민희... 영원한 친구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함께 웃기도 하고, 함께 울기도 하면서...
서로 기대고 서로 짐을 나눠지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민희, 현진이 화이팅 !
♧ 현진이 어머니는 한 달전 모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소방안전훈련에 학부모로 참가하였다가
고가사다리차 기계 결함으로 24m 높이에서 추락하여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그 현장에는 4학년 어린 딸 현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 어린 가슴의 상처를 어떻게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