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로버트 김 편지 /

자 연 2 701
부인의 결정권

우리나라에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해서 여자의 활동을 억누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최근 한국에서는 가계의 주도권이 부인에게 이미 넘어가고 남편은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한 가정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자녀의 학교선택이나 학원경비, 유학을 보내는 것, 또 아파트를 어느 지역에 산다던지, 어떤 종류의 자동차를 산다던지 하는 가정의 중요한 지출에 대해서 부인의 목소리는 남편보다 훨씬 우세해진 것입니다.

미국도 한국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최근 8월7일자 워싱톤포스트 紙는 현재 미국의 가정에서 '누가 구매결정을 내리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가구구입 결정의 94%, 휴가결정의 92%, 주택구입 91%, 가전제품구입 51%, 자동차구입의 61%를 여성들이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여성들의 가정 내 결정권이 평균 85%를 차지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소비결정을 여성들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미국도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여성의 결정권은 남자보다 더 우세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권력의 열등과 우세함으로 보기보다는 이런 종류의 결정권은 부인에게 맡기는 것이 가정을 위해 더 좋기 때문에 부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유행인 기러기 가정은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부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해도 남편과 아버지를 혼자 두고 아이를 데리고 해외에서 공부시킨다며 외국에 나가서 몇 년을 떨어져 산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처사인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더욱이 요즈음 대부분의 한국가정은 아이가 하나뿐이라 아버지는 더욱 외로워집니다.

아버지는 가정의 기둥입니다. 그리고 부부는 일심동체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같은 집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같은 밥상에 둘러 앉아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가정이 행복하며, 참된 가정교육은 이런 시간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기러기 가정의 아버지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되는 것 같고, 자녀교육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망각하고 자식 역시 아버지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홀로 되시어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어머니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버지의 교육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없어서는 안될 밑거름이며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배의 키처럼 방향을 정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까지 지내신 고흥주 박사 가정 이야기가 가끔 한국에서도 회자되고 있는데, 그 어머니의 교육이 먼저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이신 전 박사님께서 많은 수고를 하신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훌륭한 아버지가 뒤에 받치고 계셔서 그 가정에서 자라난 자식들이 성공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자식은 자식다워야합니다. 자식다움이란 비단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모를 존경하고, 가정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조기유학 유행에 휩싸인 나머지 가정의 중요성을 잊은 채 자식에게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기회를 빼앗고, 아버지에게서 자식의 교육에 헌신할 기회를 빼앗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가정에는 어머니가 결정할 것이 있고, 결정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를 고루하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가 만난 기러기 가정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정의 행복을 뒤로 한 채 부부가,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사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입니다. 자식을 자식답게 기르는 데 무엇이 먼저인지 잘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로버트 김
2 Comments
수패인 2006.08.23 17:25  
  구구절절 맞는말 입니다.
근본적인 요인은 부실한 국내의 교육환경에 있겠죠.
잘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것 같아요.
인테넷에 떠도는 어느글을 보니 요즘 드라마 마다 제대로 된 아버지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외국가서 공부한다 안하고 예능한다고 안한 제 두딸들이 항상 고마워요.
김경선 2006.08.24 07:34  
  부인의 결정권에서 기러기 아빠까지는
'단거리'는 아니라 생각됩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