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은 오리 배
날고 싶은 오리 배
권선옥(sun)
오리 배는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웃음을 싣고
갈 수 없는 나라 인터불고 앞 강가에 떠 있다.
오리 배를 타고는 닿을 수 없는 곳
원양어업의 대기업가가 세운 궁전이
검푸른 낯빛으로 준엄하게 내려다본다.
내려다 뵈는 오리 배는 정수리가 뜨거워 날고 싶다
이른 봄날
풍선을 잡은 아이는
부모님 손에 매달려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폴짝폴짝
내 배가 간지러워 난생 처음 깔깔대고 웃어도 보았다.
어느새 나도 덤블린이 되어 튀어 오른다
한창 더운 여름날
오리 배는 가끔 부유층의 향수에 곁눈질을 하다가는
마음에도 없는 피곤한 사색도 해 본다.
오늘은
저 인터불고에 숙박하는 사람들과 근사하게 놀고 싶다는 생각
다 부질없다.
그들은 요트나 타겠지 나 같은 오리 배를 탈려구.
그저 지켜 볼 뿐 대꾸 없는 시간만 흐른다.
엄마는 왜 나를 버렸을까 오리배 위 빈 바람소리
이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강바람에 더위도 가셔지고 매미소리 보내던 날
미워진 이름들 더위 먹은 듯 침묵처럼 떠내려간다.
하늘 높아 더 맑은 가을날
모처럼 행복한 가족들도 연인들도 나들이 나온다.
연인들의 웃음소리 중 가장 날카로운 여인
몰래 연애편지를 찢어 놓는다.
발신인 다른 분홍빛너울들이 찢겨진 채 아름답게 침잠한다.
찢겨져도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나이다
폭주족의 오토바이 꽁무니에 매달려 사력을 다하는
여학생의 짧은 옷자락 튀어나온 살 뭉치
펄럭이다 깃발 흔들기 싫어 희망을 버렸다
찢겨진 파편자락 높이도 올라가네.
시선 떼지 않고 어지럼증 느끼다 문양 따라 미로를 헤맨다.
오리 배는 강가의 그림자로 가을을 맞고 가을을 보낸다.
초겨울이 되자 찾는 이의 발길도 뜸하다
그래서 강가의 겨울 더 겨울이다
오늘은 시설에 있는 아동 셋이서 오리 배를 탔다.
수업을 빼먹고 도망친 삶이 그리 즐거울 것도 없다.
기다리는 무엇도 없는데 기다려지니까 온 것이다.
그저 못 견뎌서 온 강가에서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푸른 멍 몇 덩이
조금씩 조금씩 씻어내고 싶은 것이다.
오리 배는 체온이 없다.
강바람 타고 날고 싶다
미워지는 이름들 후우욱 불어서 날려 보지만
이내 그리움에 울먹인다.
가로 지르는 물결 위에
그리운 사람 그리다 없어진 자리
빈 바람 소리만 가득하다
잔물결 같은 어둠 견딜 수 없어 날고 싶다 더 날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문 밖은 여전히 춥고 더 어두운데
막대사탕 빨던 그 때부터 커피 마시는 지금까지
먼 데서 들려오는 겨울 노래는 그 겨울 노래는
유원지에 매어 있어 날고 싶은 오리 배 내 안에 얼어 잠잔다.
찾는 이 없어 녹슬고 고치는 이 없어 물 새는 오리 배는
아직도 가난한 겨울을 지키고 싶다.
<2004.12. 9.>
권선옥(sun)
오리 배는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웃음을 싣고
갈 수 없는 나라 인터불고 앞 강가에 떠 있다.
오리 배를 타고는 닿을 수 없는 곳
원양어업의 대기업가가 세운 궁전이
검푸른 낯빛으로 준엄하게 내려다본다.
내려다 뵈는 오리 배는 정수리가 뜨거워 날고 싶다
이른 봄날
풍선을 잡은 아이는
부모님 손에 매달려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폴짝폴짝
내 배가 간지러워 난생 처음 깔깔대고 웃어도 보았다.
어느새 나도 덤블린이 되어 튀어 오른다
한창 더운 여름날
오리 배는 가끔 부유층의 향수에 곁눈질을 하다가는
마음에도 없는 피곤한 사색도 해 본다.
오늘은
저 인터불고에 숙박하는 사람들과 근사하게 놀고 싶다는 생각
다 부질없다.
그들은 요트나 타겠지 나 같은 오리 배를 탈려구.
그저 지켜 볼 뿐 대꾸 없는 시간만 흐른다.
엄마는 왜 나를 버렸을까 오리배 위 빈 바람소리
이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강바람에 더위도 가셔지고 매미소리 보내던 날
미워진 이름들 더위 먹은 듯 침묵처럼 떠내려간다.
하늘 높아 더 맑은 가을날
모처럼 행복한 가족들도 연인들도 나들이 나온다.
연인들의 웃음소리 중 가장 날카로운 여인
몰래 연애편지를 찢어 놓는다.
발신인 다른 분홍빛너울들이 찢겨진 채 아름답게 침잠한다.
찢겨져도 아름다울 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나이다
폭주족의 오토바이 꽁무니에 매달려 사력을 다하는
여학생의 짧은 옷자락 튀어나온 살 뭉치
펄럭이다 깃발 흔들기 싫어 희망을 버렸다
찢겨진 파편자락 높이도 올라가네.
시선 떼지 않고 어지럼증 느끼다 문양 따라 미로를 헤맨다.
오리 배는 강가의 그림자로 가을을 맞고 가을을 보낸다.
초겨울이 되자 찾는 이의 발길도 뜸하다
그래서 강가의 겨울 더 겨울이다
오늘은 시설에 있는 아동 셋이서 오리 배를 탔다.
수업을 빼먹고 도망친 삶이 그리 즐거울 것도 없다.
기다리는 무엇도 없는데 기다려지니까 온 것이다.
그저 못 견뎌서 온 강가에서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푸른 멍 몇 덩이
조금씩 조금씩 씻어내고 싶은 것이다.
오리 배는 체온이 없다.
강바람 타고 날고 싶다
미워지는 이름들 후우욱 불어서 날려 보지만
이내 그리움에 울먹인다.
가로 지르는 물결 위에
그리운 사람 그리다 없어진 자리
빈 바람 소리만 가득하다
잔물결 같은 어둠 견딜 수 없어 날고 싶다 더 날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문 밖은 여전히 춥고 더 어두운데
막대사탕 빨던 그 때부터 커피 마시는 지금까지
먼 데서 들려오는 겨울 노래는 그 겨울 노래는
유원지에 매어 있어 날고 싶은 오리 배 내 안에 얼어 잠잔다.
찾는 이 없어 녹슬고 고치는 이 없어 물 새는 오리 배는
아직도 가난한 겨울을 지키고 싶다.
<2004.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