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코트와 벌거숭이
- 밍크코트와 벌거숭이 - 이훈자
삼계탕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
쉬는 날 영양보충해주려고
잰걸음으로 시장엘 갔다
엄동설한에 시위라도 하듯 얼음 위에서
알 몸으로 누워있는 닭을 보니
팔자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마리를 흥정을 하는데
밍크코트를 입은 여인 닭도리탕을 한다고
제법 살이 오른 닭을 고른다
자기 배에도 기름이 잔특 끼었을 것 같은데
"먹지도 못하는 너절한 기름덩이는
왜 떼어내지 않고 그냥 두는지 몰라?
하림 닭 맞긴 맞아요" 물으니
"요즘은 기계로 내장만 쏙 빼내요"
아저씨는 쓴 약을 먹은 표정으로 닭을 손질해 건낸다
나는 비위가 거슬려
어차피 손질해주는데 왠 트집
밍크코트를 입고 벌거숭이 닭 앞에서
품위도 없이 그 말을 해야 되나
입 밖으로 나오려는 말
알사탕 삼키듯 꼴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