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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agonykim 1 1155
식탁

  한적한 오후다. 졸린 오후다. 거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잔다. 한참을 자다 눈을 떴다.
초겨울 더욱 낮아진 해 탓에 거실 깊숙한 곳까지 따스한 볕이 들고 있다.

  아내도 외출한 듯 집안이 조용하다. 식탁이 눈에 들어온다. 누운 채 물끄러미 한참을
바라본다. 녀석도 무료했던 듯 주인 따라 한잠 잔 눈치다.

  이제 네 식구 저 식탁에 함께 앉을 일 잦지 않겠다. 첫째 녀석 서울로 떠난 후 그랬고,
둘째마저 대학에 가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식탁 위에 불 밝히고 재잘대며 머리 맞댄 날
언제였던가? 마음의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인지, 애들 어릴 적 지난 날이 까마득히
아련하다. 멀다.

  식탁, 저 녀석도 이제 대책 없이 게을러 지겠다.

                                                                                (2009.11)
1 Comments
바 위 2009.11.25 02:57  
오랜 만입니다.

 늘 이런 한적한 글 기다렸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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