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침 / 김재란 상록수 가지 사이에 정겨운 작은 새무리 미약한 아침 햇살을 서로 나누려 자리 바꿈이 즐겁다 어느 휴일 아빠는 장대가 되어 담에오르고 아이는 망태가 되어 담 아래 서서 이리 저리 올려 매준 넝쿨장미 가시 돋힌 그 가지에도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피어날 꽃자리를 매만진다 빈 놀이터엔 그네며 미끄럼 틀이 제 그림자를 길게 느려 아이들의 자리를 채우고 마른 나무 가지에선 물오르기를 준비하는지 마지막 마른 잎을 떨군다 털 부스스한 강아지도 문살에 기대인 채 검은 눈만 끔벅이며 짖을 일없는 주위를 두리번 거릴 뿐 내게 남겨진 아침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아이들의 옷, 언제나 손이 닿으면 뜨거운 눈물이 속에서 솟구친다 게으른 내 찻잔 위로 모든 사랑과 기다림이 피어 오르고 나는 어디에 더 큰 행복이 있나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