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부르기 모임 후기(서울, 경기 지역; 2006년2월 행사)
약간은 쌀쌀한 꽃샘추위가 서울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그런 추위쯤이야
어찌 견딜 수 없겠는가. 봄꽃들이 우리와 상면하기 위해서 나무에서,
줄기에서 꽃몽오리 속에서 움트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아, 꽃들아! 보고 싶다.
진달래야, 개나리야, 유채꽃아!
아, 미치도록 맡고싶다, 너희들의 고운 향기를!
수많은 시들이, 노래들이, 그림들이, 사랑이
너희들로 인해 만들어졌구나. 고마워.
우리 인간들의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해주어서'
연극장들로 가득찬 (몸과 마음의) 젊은이의 거리인 대학로에서 스무번째
서울경기지역 내마음의 노래 우리가곡 부르기 모임이 열렸다. 모짜르트까페의
후신인 플래터스 2층에 자리한 세미화랑에서. 모짜르트의 탄생 250주년째인
올 해에 비록 모짜--까페는 사라졌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특히 우리나라
가곡 부르기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자리를 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조금 틈틈히 쉬는 시간이 있었으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곡들을 많이 써주신 김규환선생님께서 직접 자리를
해주셨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제일 앞 줄에 앉아 계신 선생님을
가끔 쳐다보았다. 재미있는 사회자의 멘트가 있을 때마다 환히 웃으시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모임이 끝나고 일부 참석자들께서 김선생님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럴까 하다가 그저 내 마음 속에만
김선생님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곡중에서
'남촌'과 '푸른 열매'를 다 같이 불렀다. 정말 너무도 기쁜 시간이었다.
정덕희선생님께서 곡을 쓰신 '겨울을 난 목련꽃눈'을 함께 배웠다. 정선생님께서
앞에 나오셔서 그 곡을 쓰신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셨다. 천안대학교에서
교수로 계신단다. 예전에 나도 그 학교에 면접을 보러 갔었던 추억이 생각났다.
면접에 합격을 했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그곳에서 근무를 할 수 없었다.
동료로써 함께 일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늘 웃으시는 정선생님의 얼굴을
여러 번 쳐다보았다.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품을 지니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습을 그 옆에서 지켜보시기도 하고,
때론 여러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다지 권위적이지
않고 다정다감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마침 모임에 처음 나오신 여성분이
오늘 배운 정선생님의 '겨울을 난 목련꽃눈'을 즉석해서 부르셨다. 상당히 잘
표현하시고, 잘 불러주셨다.
오늘 함께 부른 '강이 풀리면(김동환시/오동일곡)', '꽃바람(이오장시/박이제곡)',
'푸른 열매(박경문시/김규환곡)', '노을을 보며(최종두시/한성훈곡)',
나 또한 설뫼되어(서공식시/오숙자곡)', 그리고 동요 '봄(윤석중시/이성복곡)'은
모두 하나의 예외도 없이 내게는 처음부르는 곡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낯설었지만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따라 불렀다. 부르다가도 자연스레
내 자신이 음정도 틀리고, 박자도 틀리고 강약도 틀리고, 감정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떠랴 즐겁게, 열심히 부르면 되지!'
다들 열심히 기쁘게 부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가능하면 몇 곡은
다들 잘 아는 곡을 부르고 한, 두 곡만 좀 덜 익숙한 곡을 부른 뒤 새로 배울
곡을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좀 더 시간을 내어 열심히 익숙치
않은 곡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자가 재미있게 진행을 해주셔서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도
별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수패인님이 마침 김규환선생님께서
작곡하신 가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해주셨다. 열심히 잘 연주해주셨고,
맛있는 떡도 '쏘셔서' 맛있게 먹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수패인선생님, 연주 감사합니다, 떡 감사합니다.
따님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신 것 축하드립니다!'
아마 조금 지나면 '유랑인'님께서 직접 찍으신 모임 사진들을 올려놓으실
것 같다. 늘 유랑인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해야로비님, 윤교생선생님,
김민경님, 임준식선생님, 그리고 사회를 보시느라 너무도 수고를 하신
이용수선생님, 다른 모든 준비팀 분들께 말로 다 그 고마움을 표할 수가 없다.
특히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양들이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로 건물 앞에
나와서 길 안내를 하고 계시던 정우동선생님께 큰 감사를 드린다.
사회자가 나와서 노래하는 분들 중 잘 하는 분들을 리쿠르트하라고 윤교생
지휘자님께 힌트를 계속해서 보내셨다.
"필승, 내마노 합창단!"
나는 잘 못불렀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함께 합창단 활동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셨다.
"감사합니다!"
현재는 시간관계상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 윤병무선생님께서 지휘하시는
코리아남성합창단 오디션에 합격을 했었지만 시간 관계상 조인을 하지
못하게 되었었다. 윤선생님과 그 합창단 총무님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