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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심송학 독창회를 다녀와서.

권혁민 8 1834
8월의 무더위가 우리를 모두 다 녹여 금방이라도 시원한 쥬우스로 들이킬 듯한 여름밤.
세종문화회관 챔버홀에서 테너 심송학교수님의 독창회가 열렸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심교수님의 은사이시며 서울음대 교수이셨던 소프라노 정훈모교수((1909~1978)의 추모 30주년을 기념하는 개인 독창회로 선생님의 17번째 연주회다.
슈베르트 탄생 몇주년 기념음악회,브람스 서거 몇주년 연주회는 종종 우리들이 볼 수 있지만
당신의 은사님께 바치는 연주회(헌정연주회)는 아직 우리들에게는 그리 익숙ㅎ지 않았는데.....
생전에 고인께서 당신께 가르치신 곡들을 위주로 레파토리로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독일가곡을 잘 접하지 않았던 청중들도 듣고 감상하기에 편안 할 곡들로 선곡하신 교수님의 선곡안에서 청중을 향한 선생님의 깊은 배려의 마음을 느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송학교수님을 맨 처음 만난 곳은 교보문고 음반코너에서 였습니다.
이태리 가곡을 즐겨 부르다가 어느날 독일 가곡을 공부한다는 지도 선생님(소프라노 손명희님-심송학 교수님과는 서울대 동기동창)의 말씀에
부랴부랴 독일 가곡음반과 악보집을 사러 갔는데 그곳에 유일하게 선생님께서 부르고 정혜경 피아니스트가 반주한 "음대 입시생을 위한 독일가곡선집 -음악춘추사,1998"를 구입하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내마노에 들어와서 내마노 청소년을 위한 우리창작가곡 음반 제2집에 선생님의 곡이
3곡이나 실리면서 물고기자리,하늬솔,축혼가를 자주 불러 보면서 남다른 음색과 창법에 저 스스로가 익숙ㅎ지 않았지만 묘한 매력으로 자주 피아노 앞에서 그 노래를 종종 부르곤 했는데.....그건 분명 제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또 다른 경험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 가곡을 이렇게도 표현하시고 부르시는 분이 계셨구나.
그런데 어제 무대위에서 노래하시는 그분을 바로 코 앞에서 직접 뵈었지요.
내 마음의 노래 회원들 30여분께는 맨 앞줄의 자리를 내 주셔서 1번부터 30번까지 제일 좋은 자리에서 당신의 노래를 듣게 하시는 특혜를 주셨기에 가능 했지요.
어제 저는
선생님의  노래에 제 귀가 번쩍 뜨이고 그분의 노래에 열중하시는 모습에 제 눈의 동공이 최대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경이였고 소리로 전해오는 거부 할 수 없는 전율이었지요.
노래를 부르는 재능을 가진 자(성악가)가 그 노래를 가르쳐 주신 은혜를 3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잊지 않고 부르는 거룩한 기도문이었지요.스승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리워 했던 제자의 고백적 연서(戀書)였지요.
특히나 맨 마지막에는 한국가곡을 프로그램에 넣어셔서
망향,가려나,산,그리움을 아주 애슬프게 그러나 정제되고 절제된 그리움으로 표현하여 노래 하실 때 우리는 부라보를 앵콜을 절로 외쳐야만 했지요.
2시간 가량을 노래 하셨음에도 한박자 늘어진 적이 없는 듯하고 반음정 플렛된 게 없었던
완벽한 음악회 였읍니다.
끝까지 흩으러짐 없는 자세는 기품이었고 반주자 이부키 호리우치 피아니스트와의 완벽한 호흡은 당신의 노래를 듣는 우리 모두를 숨 멎게 하기에 충분 했습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정말 고마와요,그렇게 훌륭한  심송학테너님의 음악회에 데려가 주어서.
막내아들이-아빠,어제밤 미웠어요.제가 노래 끝나면 제일 먼저 박수쳐서 맨 나중에 멈출려고 했는데.....아빠의 박수 때문에 그게 실패했어.

오늘 아침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할 행운을 가졌는데.........
"한국가곡도 독일가곡처럼 시어를 전달하는 시인의 심정을 잘 알고 불러야 하는데 그냥 바깥으로 내 질러 소리위주로 가니 조금은 안타깝지요.노래를 부르고 나서 청중의 반응에 너무 민감하니 너무 대중적으로 가는게 아닌가 싶어요.우리의 가곡이 독일의 가곡에 비해서 하나도 뒤지거나 격이 떨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밥상에 된장이 다 식도록 한참을 통화 했습니다.
역시 목소리는 어제밤 개인 독창회를 마친 프로 성악가 다웠다.
수화기로 전해 들리는 선생님의 음성 하나에서도 듣기에 거북하거나 쉰소리가 나지 않았다.

참으로 좋은 연주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건강하시고 우리 가곡 발전에 선생님의 많은 지도와 편달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고고한 한마리 백학(白鶴)이 되셔서
우리들의 소나무위에 영원히 머무르소서.
8 Comments
바리톤 2008.08.08 15:20  
제가 대학교 4학년 때인 1991년 대전에서 돈 지오바니 공연을 하신 것 기억합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
음악친구♬ 2008.08.09 01:38  
심송학님의 귀공자다운 모습,무대 매너, 한곡 한곡 열정을 다해 부르시는 모습~
정말 짱~!이었어요 ^.^
브라보가 저절로 외쳐지는 너무나 멋진 무대였습니다.
맨 앞자리서 행복하게 감상했어요.
감사 합니다~ 꾸벅~♬
鄭宇東 2008.08.09 09:51  
30년전에 돌아가신 초창기 우리나라 성악의 대가이셨던
은사 정훈모 서울대학교 교수님을 추모하며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로 프로그램을 꾸미시고
부르는 노래마다 스승을 추모하는 심정을 진진히 토로하신
교수님의 노래가 한여름의 더위를 말끔히 잊게 하였습니다.

한편 나가사끼대학 부학장이신 이부끼 호리우찌 교수님과의
오랜 우정과 후원에 보답코자 선생님의 이순의 특별한 음악회에
피아노 반주자로 경계를 넘어 초청하신 두분 사이의 우정이
아릅답고 부럽습니다.

연하여 쏟아지는 앙코르 요청에 우리가곡 답례는
앙코르가 그칠줄 모르고 이어지는 걸 보면
우리성악가는 우리에게 친근한 우리가곡을 더 많이 노래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야로비 2008.08.10 00:32  
편안하게....즐기다 올 수 있었습니다.  좋은 시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많은 곡을...그 많은 앵콜송을 기꺼이 해 주심에 또...감탄했습니다.
심송학 2008.08.10 10:43  
감사합니다. 
순수한 정신과 열정으로 음악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축하드리고 다시또 감사드립니다.
"붉은 태양은 꽃을 물들이지만 예술은  인생을 아름답게 물들인다"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어요.
음악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은 그래서 모두들 아름답게 보여요.
제일 앞줄에는 내마노 회원들을 모시라고 지시했어요.왜냐면 학생들이나 혹은 산만한분들이 계시면
집중을 못하니까요! 정우동 선생님, 정혜경 선생님이 계시니 마음이 편하고 즐겁게 노래할수가 있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 주시니 그 힘으로 무대에선 힘이 솟는답니다. 혹 앞줄이라고 서운하셨나요?
어제는 일본교수를 공항에 보내드리며 이별의 순간에 약간 눈물진 그를보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제 마음도
행복한 마음의 눈물을 흘렸지요!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가 봐요.
"들의 고독"이라는 브람스 노래를 리허설 할때 목이메어 몇번이고 중단했어요,그때마다 일본 피아니스트는 내 등을 두드려주고..실지로 공연할때 냉정하게 부르자라고 얼마나 다짐했는지 몰라요.울음바다가 되면 어떻게 되겠나요? 선생님을 기억하면 눈물부터 나는데, 정말 어디가서 싫컷 울어야 겠어요.
제 마음을 여러분 이해하시겠네요?
저 역시 행복한 소중한 추억의 독창회로 간직하겠읍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해야로비 2008.08.10 19:57  
이번 독창회를 통해서....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많이 가슴속으로 차 올라왔습니다.
그리고....오늘 올려주신 선생님의 글을 통해....더 한 없는 존경과...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BigMouth 2008.08.11 14:03  
가보지는 못했지만, 소상한 소식과 느낌을 올려주셔사 감사합니다.
한국가곡을 통해 승화된 언어로 말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아름답습니다.
좋은 마음을 나눌 기회를 잘 만드시는 심송학님의 미래를 더 기대해 보겠습니다.
열무꽃 2008.08.14 07:19  
성악의 대가 심송학교수님도
스승을 생각하시면서 연주회 중에 목이 메이셨다니
참 솔직한 모슴을 보여 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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