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임준식을 만나면 오페라가 재밌다
‘웃기는’ 임준식을 만나면 오페라가 재밌다
바리톤 임준식(37)은 재담꾼이다. 청중의 배꼽을 한바탕 흔들어놓고는 본인이 직접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제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폼나는’ 무대가 아니라 음악감상실이나 카페의 간이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성악계의 채플린’.
하지만 이 ‘웃기는’ 성악가가 세계적인 바리톤 롤란도 파네라이(85)의 제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카루소상’ 축하무대에 6번이나 오른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저는 ‘언더’(Under) 성악가인 셈이죠.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아하, 오페라도 이렇게 재밌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어요. 물론 오페라를 풀코스로 즐기려면 예술의전당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다만 재미있는 ‘맛빼기’를 보여드리는 거죠.”
국내에서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난 것이 1995년. 임준식은 20곡의 레퍼토리를 준비해 롤란도 파네라이의 문하에 들기를 청했다. 파네라이는 50년대에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던 성악가. 지휘자 카라얀 ‘사단’의 대표적 바리톤이었고,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과 숱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했다. 그는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어디 가서 내 제자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며 어렵사리 문을 열어줬다.
“처음엔 미덥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몇달 지나서야 가족들한테 인사시키고, 본인의 이름을 따서 ‘롤란드 임’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죠.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습니다. 또 ‘엔리코 카루소 협회’에 ‘이 놈이 내 제자’라고 추천해주셨지요.”
불세출의 성악가 카루소를 기리는 ‘엔리코 카루소 협회’(Enrico Caruso Assosiazione)의 회원들은 최고의 ‘귀’를 가진 청중이다. 가사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거나 고음 한 개를 슬쩍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곧바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진다. 임준식은 그들 앞에서 매달 한번씩 ‘실전’을 치렀다. 그리고 97년에 ‘카루소상’(Premi Enrico Caruso) 축하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79년 시작된 이 상은 카루소협회가 거장에게만 수여하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마리오 델 모나코, 주세페 디 스테파노, 레나타 테발디, 주세페 타데이, 미렐라 프레니 등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화려하다. 올해 7월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28번째로 수상대에 선다.
임준식은 이 ‘별들의 잔치’에서 여섯번이나 노래했다. 오페라 본토인 이탈리아의 ‘귀명창’들이 인정한 바리톤인 셈이다. 하지만 3년 전 귀국한 그는 “노래할 무대가 없는 고국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재담을 섞은 갈라 콘서트를 시작했고, 그후 양평, 일산, 파주 등을 누비며 ‘웃기는 오페라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6월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 바리톤 임준식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타가 매달 한번씩 진행하는 ‘롤란드와 함께 하는 오페라 여행’의 첫 순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해설하고, 10곡의 아리아를 직접 노래한다.
〈문학수기자 sachimo@kyunghyang.com" rel="nofollow">sachimo@kyunghyang.com〉
** 2006. 5. 9 경향신문 '펌'
바리톤 임준식(37)은 재담꾼이다. 청중의 배꼽을 한바탕 흔들어놓고는 본인이 직접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제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폼나는’ 무대가 아니라 음악감상실이나 카페의 간이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성악계의 채플린’.
하지만 이 ‘웃기는’ 성악가가 세계적인 바리톤 롤란도 파네라이(85)의 제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카루소상’ 축하무대에 6번이나 오른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저는 ‘언더’(Under) 성악가인 셈이죠.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아하, 오페라도 이렇게 재밌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어요. 물론 오페라를 풀코스로 즐기려면 예술의전당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다만 재미있는 ‘맛빼기’를 보여드리는 거죠.”
국내에서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난 것이 1995년. 임준식은 20곡의 레퍼토리를 준비해 롤란도 파네라이의 문하에 들기를 청했다. 파네라이는 50년대에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던 성악가. 지휘자 카라얀 ‘사단’의 대표적 바리톤이었고,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과 숱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했다. 그는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어디 가서 내 제자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며 어렵사리 문을 열어줬다.
“처음엔 미덥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몇달 지나서야 가족들한테 인사시키고, 본인의 이름을 따서 ‘롤란드 임’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죠.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습니다. 또 ‘엔리코 카루소 협회’에 ‘이 놈이 내 제자’라고 추천해주셨지요.”
불세출의 성악가 카루소를 기리는 ‘엔리코 카루소 협회’(Enrico Caruso Assosiazione)의 회원들은 최고의 ‘귀’를 가진 청중이다. 가사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거나 고음 한 개를 슬쩍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곧바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진다. 임준식은 그들 앞에서 매달 한번씩 ‘실전’을 치렀다. 그리고 97년에 ‘카루소상’(Premi Enrico Caruso) 축하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79년 시작된 이 상은 카루소협회가 거장에게만 수여하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마리오 델 모나코, 주세페 디 스테파노, 레나타 테발디, 주세페 타데이, 미렐라 프레니 등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화려하다. 올해 7월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28번째로 수상대에 선다.
임준식은 이 ‘별들의 잔치’에서 여섯번이나 노래했다. 오페라 본토인 이탈리아의 ‘귀명창’들이 인정한 바리톤인 셈이다. 하지만 3년 전 귀국한 그는 “노래할 무대가 없는 고국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재담을 섞은 갈라 콘서트를 시작했고, 그후 양평, 일산, 파주 등을 누비며 ‘웃기는 오페라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6월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 바리톤 임준식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타가 매달 한번씩 진행하는 ‘롤란드와 함께 하는 오페라 여행’의 첫 순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해설하고, 10곡의 아리아를 직접 노래한다.
〈문학수기자 sachimo@kyunghyang.com" rel="nofollow">sachimo@kyunghyang.com〉
** 2006. 5. 9 경향신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