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감상
달과 순이
아까부터
뜨락에서 서성이던 달이
문틈사이로 방안을 들여다 보네요.
오래된 시집 몇 권 흐트러진 종이조각 이것저것이
한 쪽 귀영치 책상위에 놓여있습니다.
마실갔던 순이가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오네요.
울타리 밑에서 망을보던 찌르르기가
방에서 빨리 나오라고
팔딱거립니다.
달빛에 채인 삽살이가
마루밑으로 얼른 숨습니다.
초가지붕에 매달려있는 호박꽃들이 수근거립니다.
웬 처녀가 저녘마다 마실이람
그것도 덕실이 총각집에..
글쎄 순이 아가씨도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나봐..
남의방 엿보던 달빛도
순이 흉보던 호박꽃들도 잠이들고
졸리운듯 이따금씩 울어대는 찌르르기가
한적한 여름밤의 정서를
더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