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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 !!!

나리 7 1566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책상 위에 놓여진 이 책을 힐끔 보면서 난 한결같이, "상아를 도대체 어떻게 먹었다는 거야" 하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어느 날 큰아이가 "엄마 상아가 아니고 싱아야" 하고 일러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책을 집어들었다. "세상에 정말 싱아네! 아구 반가워라! 얼마 만에 싱아란 말을 들어보나!"

봄에, 뒷동산에 오르면 다른 어느 것보다 싱아를 먼저 찾는다.
시골에서 자란 그 시절의 아이들은 대개가 달리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는 터라, 산에서 나는 싱아나 길섶의 삐루기, 통통 살오른 버들강아지 등은 아주 좋은 간식거리였다.
그 중에서도 숲 속 응지에서 자라고 있는 싱아는 줄기가 굵으면서도 매우 연하여, 껍질을 벗겨 한 토막 입에 넣으면 새콤한 그 맛이 요즘의 오렌지 맛에 비할까???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각기 다른지라, 싱아 라고 우리 시골에서 부르던 이름 그대로를 듣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마침 전철을 타고 외출을 해야겠기에 그 책을 들고나섰다.

눈물이 나오도록 그립고 정겨운 모습에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해했다.

어린 시절, 그때는 혼자서도 곧잘 산에  올랐다.
우선, 숨겨진 나만의 장소에서 싱아를 한아름 꺾어 다듬고, 다시 이리 저리 둘러보면 영락없이 무덤 가 에 잔뜩 우거진 싱아를 만난다.
한참을 망설이다 큰 맘 먹고 접근한다.
누구의 무덤인진 모르지만 꼭 무덤 속 주인에게 절을 올리고,(그래야 싱아 꺾는 것을 허락해주신다고 믿고 있었음)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며, 재게, 손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아주 재게 싱아를 꺾어들고는, 다듬지도 못하고 줄행랑을 놓는다.
한참을 뛰고서야 비로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다리 뻗고 앉아 잎을 떼 내고 가지런히 다듬는다.
토실한 싱아 한아름과 때마침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의 소근거림에 한없이 행복해하며 산을 내려온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면 누구나 한 두 가지 잊지 못할 추억이 있으리라.
내게는, 싱아를 한아름 꺾어들고 개선 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오던 일이 참으로 소중한 추억이다.

언제 들어도 싱아란 이름은 나를 가벼운 흥분으로 몰아넣는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이면서--

이제 곧 봄이 오고, 고향 뒷산엔 싱아가 지천으로 널려 있겠지!

요즈음엔 별로 환영받지도 못하던데---

내라도 가서 다 꺾어 올까나??? 

너무 많으면 그 옛날처럼 치마폭에 담아오지!!!
7 Comments
바다 2003.02.12 18:50  
  나리님!

무덤의 주인에게 절을 올리고 허락을 받은 다음 꺾은 그 싱아는 무엇인지
상당히 낯선 이름이군요.

싱아를 한아름씩 꺾어들고 숨가쁘게 달려와 두 다리 뻗고 가지런히 다듬고 있는
나리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워요

 바구니 들고 달래 냉이 씀바귀 캐오던 봄이 다시 돌아왔는데
 우리들의 어린시절은 마음안으로만 돌아왔군요

나리님과 바다는  마음이 많이 통하지요?

이 다음 편을 또 기다릴게요
 
음악친구 2003.02.13 00:04  
  근데,
싱아가 뭐예요?
서들공주 2003.02.13 00:18  
  우리동네에서는 시엉이라고 했는데,
그건 말로는 설명 못해요.
식물도가에서 만날 수 있는건
외모와 특성뿐이지
그 오묘한 맛을 어떻게......
미리내 2003.02.13 06:37  
  나리님^^
참으로 오래만에  이렇게  어렵게 오셨소,
너무  반가워요,, 올려주신  신선한 글 잘보았습니다,,저도 많이 궁금하네요,,

시골에서  자란 마음은 똑같을터인데.......
뭘~말씀하시는지  도대채 모르겠구먼요,,싱아라는 말?????????
전혀  .

나리님^^
캐는 것(?) 뜬는것(?_) 아리송합니다,
나중에  실물을  보여줄수 있는지  ㅡㅡㅡ아니면  진짜를  스캔하여  한번올려주심은
모든 님들이  아주 많이  궁금해 하니,
궁금증  풀어 주실수 있을까요.ㅎ~

달래 냉이는  며칠전에(날치기당할뻔한날) 사와서  맛나게  먹었답니다,,

나리님  자주홈에  오셔셔  봄소식  전하여주세요,,
가객 2003.02.13 12:17  
  나리님!

참 오랜만에 이 게시판에서 나리님의 아름다운 글을 봅니다.
기다리다 지쳐 멍이 들뻔 했는데~~ 무척 다행입니다.

그 '싱아'이야기가 박완서님의 글에 나온다는 말을 언뜻 들은
것같은데 그 게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그 글을 읽어 보지 않아서...

그 게 사실이라면 경기 지방이나 서들공주님의 고향인
충청도 지방까지는 싱아가 살고 있는데
남부지방에는 있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나도 어려서는 산에서 많이 살았는데 싱아에 대해 한번도
들은 적이 없거든요.

싱아가 무덤가에 피는 것이라니
어렸을 적에 그 걸 따러 가면 겁도 나긴 났겠네요.
소녀가 산 속의 무덤가에 혼자 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고향의 무덤가에 싱아를 혼자 따러 가시면 무서우실텐데
제가 도와드릴테니 싱아 구경도 시켜 주실겸...
저를 데리고 가시는 것이 어때요?  하하하.....

나리 2003.02.13 19:12  
  싱아에 대해서 잘 모르시지요?
박완서님은 경기도 개풍이 고향이시라, 제 시골에서 부르는 이름과 똑같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실것 같아  싱아 사진을 찾아 봤는데요,
다 자라서 꽃이 핀것만 자료에 올려져 있어서 별도움이 안되겠더라구요.
우리가 줄기를 꺾어먹을때의 모습과 너무 다르더군요.
서들공주님 말씀대로 그 오묘한 맛은 물론이고, 
외모와 형태도 그대로 전할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객님!
싱아가 원래 무덤가에 자라는 것이 아니고요,
어쩌다 그곳에 자라고 있는것은 아이들이 잘 꺾지 않아 늘 무성해 있답니다.
다른곳에서 꺾은것이 양에 차지않을때 고것을 넘보는것이지요.
아주 아주 크---ㄴ 맘 먹고요.
동심초 2003.02.14 11:29  
  나리님~~~~~~~~~~~~~~~~~
너무 오랫만에 납시셨사와요^^

나리님이 오셔서 그런지 어디서 봄내음이 나네요^*^

그런데 저도 실은 싱아가 어떤것인지.. 어떤 멋인지 잘 몰라요
언제 한번 싱아를 보고 맛 볼수 있도록 해 주실거죠?

그리고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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