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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변신

바다 7 1347
화려한 변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시골 중학교 친구들
토요일 오후인 오늘도 어김없이 모임에 간다.
오늘은 약 2년 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던 친구가 모임에 나왔다.
중학교 시절 키가 제일 작아 3년 동안 줄곧 1번에다 아이들이
부르는 별명은 콩새였다. 그 당시 읍내에서 이름 있는 약국
딸이었는데 유난히 까무잡잡한 얼굴에 왕방울처럼 큰 눈 활발한
성격은 아이들에게 그런대로 인기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결혼도 남보다 더 일찍 하더니 서른이
 못되어 남편과 사별하고 시어머니마저 암으로 돌아가시고
병수발에 생활고에 지친 그녀는 어느 다방에서 일을 하다가
같은 고향에 저보다 16살이나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조그마한
술집을 하며 버겁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맨 처음 그 집에 갔을 때 그 애의 남편은 시뻘건 셔츠에
임산부처럼 불룩한 배를 뒤뚱거리며 방울도마토와 음료수를 사오고
친구는 양념 무친 빼빼 마른 노가리에 맥주를 대접하는데 눈물 없는
속울음을 우는 그 애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것들을 먹는 순간 목이 메이고 넘어가지 않아 바쁘다며 일어나
그냥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개운하지 않던 그 마음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식당을 옮겼다고 연락을 하면 다시 가보고  또 가보고 했던 것이
세 번이나 되었다.
모임을 할 때마다 한 푼이라도 보태주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마음이
돌아서 나올 때는 그 허름한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을 누군가 아는
사람이 볼까봐 두리번거리기를 몇 번이나 했었는지.
모임을 그 애 식당에서 해도 잠시도 같이 있지 못하고 머리에 알루
미늄 쟁반에 주문 온 점심을 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이 골목 저
골목 배달 다니던 그녀.

 잠시 식당이 잘 되는 가 싶더니 욕심이 생겼는지 유명한 백화점
건너편으로 옮겨 다시 신장개업이라고 써 붙이고 개업을 했다.
서너 달쯤 되었을까? 식당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옆에는 이른바
고급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는 연락도 되지 않아 종적을 알 수가 없었는데 그 두 번째
나이 많은 남편이 암에 걸려 수발하느라 그 동안 모아두었던 돈 마저
다 써버리고 목포에서 사글세방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 두 달 전에 남편이 죽었다며 몰라보게 예뻐지고
젊어져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 까맣던 얼굴은 제법 희어지고 이마에
밭고랑만큼 깊게 패인 주름살도 없어지고  아프리카 어느 여인의
머리처럼 곱슬거리다가 붙어버린 머리가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고
콧망울도 반들거리고 오똑 솟아있고 홍조까지 띠어 마치 그녀가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 너, 많이 예뻐졌는데 코 세웠구나! 아니 얼굴도 희어지고 주름도 없어지고 ...."
그녀는 긴 설명을 했다 . 코성형수술에 보톡스 주사에 피부 관리에 ...

마치 쇠사슬에서 풀려나온 것처럼 자유로와 보이는 그 애가 전혀 밉지 않았다
그녀는 성형수술한 자신의 얼굴에 슬픔까지도 도려내어 수술한 것처럼  슬픔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 식당에서 일하고 싶으니 일자리가 있으면 구해달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7 Comments
엠프랜 2003.07.21 23:28  
  지난 세월이 너무도 징그러워 이젠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녀~!
누가 그녀를 창피하다 흉보고 욕할수 있겠어요

화려한 변신에 박수를~!!!

그녀에게 이젠 밝은 내일만이 있길 바랍니다


꽃구름피는언덕 2003.07.22 00:20  
  그녀의 삶은  질경이 같은 생명력이 생명력이군요.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변화 시키지 못하고
찌들고 때가 끼인 심성을 무슨 보물처럼 운명이란
이름으로 생을 낭비하는가요?
그 친구를 따스하게 보아주는 옛 친구들도
그녀의 삶에 의욕에  누구도 눈치 못채게 한 몫 했을거예요.

우린 언제나 누구에게나 이렇게 소리 없이
젖어드는 이슬비처럼 인생의 걸음이 힘겨운 이들에게
힘이도는 삶을 실천해야 하는데.....

따뜻한 시선을 얻기 위해 안경을 다시 닦든지
마음을 좀 가라 앉혀야 겠군요.

오숙자 2003.07.22 08:25  
  어제부터 장마비는 소리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 날궂은날의 축축하고 주룩주룩 빗소리의 낭만의 우울함을
즐기기 좋은 이아침....

바다님의 "화려한 변신"을 읽고

끈질긴 여인의 반생에 남들의 몇갑절의 역사들이 보여지는군요.
생활의 여유도 많지않은 상황에서
다시 오뚜기 처럼 일어서려는 갸륵한 모습이
내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어쩔수 없이 겉으로 보여주는 변화가 그녀에겐 절실했을 터이니...

앞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보상받는 이상으로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이 그녀에게 다가 오기를
이 비오는 아침에
기도해 봅니다.
서들공주 2003.07.22 13:58  
  서울엔 장대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장마에 이제야 비다운  비가 내리네요.
비오는 호수도 아름답구요.

바다님 글 보면서
예전에, 임권택감독의 서편제라는 영화를 볼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바위 2003.07.23 10:27  
  변신
이렇게 아쉬울 수 있다는 걸
알겨 주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질곡의 가락이
엇 박자라도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 존중 해줍시다.

" 自 然 "

얼마나 어설픈 봄인줄도 므르고
그냥 살아온 날 중에
소낙비 도 지나 장마을 만났다
이 얼마나 자연스런 일인고...
연 대문 너머
개울가 물소리 가
사연 을 바삐 노래 하는데
문갑 안에
누었더 님의 편지도
어찌 쉬시 었는지...
잘 삭혀 졌는가...
열어 볼 날 추일 일거니
주안 상 차리라
여보 ...불러 보네

..........

이 장마 가면 -
언 듯 보일 푸른 하늘 보고
환한 미소 피리니
해양 향해
흥 돋우어 존 글 쓰시길..... 

바다 2003.07.23 15:51  
  바위님!
늘 변함없이 자신의 자태를 보여주는 바위처럼
지혜를 주시는 답글에
흔히 읽을 수 없는 좋은  시를 주시는 바위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동심초 2003.07.24 14:11  
  내가 이 홈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삶의 훈훈한 모습들이 진솔하게 묻어나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어디가서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정서를 잘 나타내주는 우리가곡을 들으면서
 우리네 삶의 일상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습
 너무나  아름답지  않으신지요

 우리 모두는 우리 이웃들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함게
 혜쳐나가야햘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바다언니처럼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싸주어
세상으로부터 멀어져가지않고 당당하게 일어설수 있도록
힘을 준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많이 따뜻해지겠지요
 
얼마전 장대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날씨가 아주 맑아졌어요
바다언니의 친구분에게도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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