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 원로 성악가 오현명님 6월24일 별세, 27일 오전 8시 발인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아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도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있으리라.
명태 허허허허허 명태라고
음허허허허허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 - 양명문 시, 변훈 곡, 베이스 오현명
원로 성악가 오현명(85)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24일 오후 지병(간암)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1924년 중국 푸순(撫順)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선양 서탑교회에서
찬송가 ‘예수 나를 오라 하네’를 부르며 처음 무대에 섰다.
일제 말기 일본군에 징병 1기로 끌려갔다가 일본에서 광복을 맞고,
이듬해인 1946년 서울대 음대의 전신인 경성 음악학교에 입학했다.
1948년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한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통해 데뷔한 뒤,
50여 편의 오페라에 출연했다.
고인은 대부분의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와 서양 가곡으로 연주회를 여는 것과 달리
한국 가곡을 즐겨 불렀다.
1963년(국내최초)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한국 가곡만으로 독창회를 열었다.
한양대 음대 학장을 역임했고, 국립오페라단 종신단원으로 활약했다.
국립오페라단 단장(1964~82년)으로 십팔년간 재직하면서
4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하며 한국 오페라의 기틀을 잡았다.
고인은 '노래 나그네'로 불렸으며,
변훈의 〈명태〉와 〈임진강〉 같은 애창 가곡들이
그의 굵직한 베이스 저음을 통해서 초연됐다.
문화예술상 대통령상(1975년) 국민훈장 모란장(1990년) 보관문화훈장(1999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인(오페라 연출가), 영석(자영업), 영진(성악가),
딸 순방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2)2290-9442
한편 오현명 교수의 회고록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세일음악문화재단 펴냄)가
25일 인쇄를 끝내고 출간되었다.
회고록에는 1960년대부터 가곡으로만 독창회를 열게 된 계기,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악보로 그려 항상 머리맡에 놓고 있는 사연 등
가곡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와 고인의 인생사가 담겨있다
오라 - 현제명 시, 현제명 곡, 베이스 오현명
앞산과 시내는 옛같이 푸르고
하늘도 맑은데 바람은 우수수
오라 오라 내 동무여
앞산에 초동과 베짜던 처녀여
어디로 가느냐 눈물을 흘리며
오라 오라 내 사랑아
목동은 밭갈고 처녀는 베짜서
기쁘게 살도록
오라 오라 오라 오라
그리움 - 오행근 시, 권길상 곡,베이스 오현명
호수와 하늘 닿는 곳 그 너머로 발돋음 하면
고향에 반가운 소식 파도 수포(水泡)가 되어 밀려옴은
그 무슨 급한 소식 가져옴이라
그 무슨 급한 소식 가져옴이라
물결이 호수가에서 머뭇머뭇 망설이는 건
소복이 가슴에 쌓인 끝내 못다할 정든 이야기들
아 물결에 씻겨가는 그리운 이름
물결에 씻겨가는 그리운 이름
그 집앞 - 이은상 시, 현제명 곡, 베이스 오현명
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내리는 가을저녁에
외로히 그 집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빛줄기를 세며갑니다
기다림 - 김지향 시, 김규환 곡, 베이스 오현명
기약하고 떠난 뒤 아니올 동안
그 꽃밭엔 잡초만이 우거져 있네
그 후론 날마다 아니피는 꽃이여
행여나 오늘은 맺어지려나
보내고 한세월을 방황할 동안
그 창문엔 달빛조차 오지를 않네
그 후론 날마다 아니 여는 창이여
행여나 오늘은 열려지려나
청산에 살리라 - 김연준 시, 김연준 곡, 베이스 오현명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 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 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