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비 속에 피다!!
[시 원문]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 원문]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김용호-
모란꽃 피는
유월이 오면
또 한 송이의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지난 4월의 마지막 날
가는 비가 내리는 날
시인과 원장과 더불어
장군을 뵈었는데
장군의 연못 앞 정원에는
세송이의 모란이 피어
비에 함초롬히 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