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오직 한 사람 - 유안진 -

평화 1 1859
오직 한 사람

중국 전국 시대 때 초나라 태생인 유백아는 성연자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스승 성연자는 제자인 백아에게 수년 동안 음악 기초를 배우게 했다.
그런 다음에 태산으로 그를 데리고 올라가서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우주의 장관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봉래의 해안으로데리고 가서는 거센 비바람과 휘몰아치는
도도한 파도를 보여 주면서, 바다와 비바람 소리를 들려 주었다.
백아는 스승의 이러한 지도로써 비로소 대자연의 어울려 화합하는
음성과 신비하고 무궁한, 조화된 자연의 음악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수련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백아는 저 위대한 금곡인 천풍조와
수선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백아에게는 입신 출세의 길이 열려 진나라에 가서 대부의 봉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금예가 도달한 참된 경지를 알아 주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하였다.
그것은 음악가로서 그의 불행이었으며,견디기 힘든 고독이 아닐 수 없었다.
백아는 진나라에서 20여 성상을 보낸 다음 고국에 돌아와 자기에게 음악의
진경를 터득케 해 준 스승 성연자를 찾아갔다.

그러나 오직 자신의 음악이 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스승은 돌아가시고
고금 일장만 유언으로 남아 백아를 맞이해 주었다.
백아는 몹시 상심하여 강을 따라 배를 저어 갔다.
때마침 언덕에는 가랑잎이 지고, 강을 따라 갈대밭에는 갈대꽃이 만발하여
고독한 나그네를 더욱 수심에 젖게 하였다.
백아는 기슭에 배를 대고 뱃전에 걸터앉아 탄식어린 거문고 한 곡을 탄주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스럽게도 어디선가 바람결에, 유백아가 뜯는 거문고의
탄식에 맞추어 사람의 탄식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이 깊은 가을 밤 넓고 적막한 강 기슭에 누가 나의 탄식 깊은 거문고를
들어 주었단 말인가?

그때 백아 앞에 나타난 사람은 땔나무를 해 팔며 사는 가난한 나무꾼이었다.
그는 땔나무를 하기 위해 산천을 다니며 평생을 사노라 자연의 음성과
자연과 교감하는 음악의 참된 경지를 알아들을 줄 아는 종자기란 사람이었다.

백아는 수십 년 만에 비로소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알아들을 줄 아는 사람을
만난지라 거문고의 줄을 가다듬고 아끼는 수선조 한 곡을 뜯었다.
백아가 수선조를 다 뜯고 나자, 종자기는 '참으로 훌륭합니다.
도도한 파도는 바람에 휘말려, 넘실거리며 흘러가고 있군요.'라고 말했다.

백아는 이처럼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해 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천풍조를 다 감상하고 나서 '장엄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군요.
가슴 속엔 해와 달을 거두어 들이고, 발아래는 무수한 별무리를 밟고 서 있군요.
높으나 높은 상상봉에 의연하고 도저하게 서 있군요'하고 말하지 않는가.

어찌 더 이상 주고 받을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두 사람은 그대로 서로를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닌가.
유백아와 종자기는 다음 해에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때가 되어 백아는 종자기를 찾아갔으나, 종자기는 병들어 죽고 없었다.
백아는 종자기의 무덤을 찾아가 통곡을 하였다. 그리고는 칼을 들어
그의 거문고줄을 끊어버렸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는 오직 하나뿐인
그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거문고를 뜯어 무엇하냐고 백아는 슬퍼했다.

오직 한 사람, 자기 예술을 알아 주고 서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팽생의 배필을 구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진실로 통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일생을 가늠하는
행운이기도 하다.

예술의 길은 험난하고도 끝이 없는 고독과 고통이 수반되는 길이다.
'오직 한 사람'이 없는 예술가는 슬프고 고독하다.
그의 예술에 그의 학문이, 그의 기술이 아무리 신비의 경지를 관통한다
해도그것을 알아 줄 오직 한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그는 얼마나 박복한
 예술가이며 학자이며 기술자인가.

예술의 감상 또한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를 이 고사에서 간파할 수
있으니, 산천을 누비면서 자연의 소리에, 자연이 교감하는 화음의 조화를
터득하지 못한 귀는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귀가 못된다.
종자기에 비한다면 소음과 사람의 천박한 발악 소리에 길들고 때 묻은
우리의 귀가 어찌 아름다운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자격과 능력이 있겠는가.

성연자 같은 오직 한사람의 스승을 얻을 수 있는 행운,모든 것을 내던지고
예술을 하는 백아 같은 제자가 될 수 있는 행운,그리고 또 종자기처럼 음악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행운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1 Comments
오숙자 2003.02.20 14:52  
  백아의 음악을 듣고 깊은 경지를 알고 ,그의 음악을 통해 서로를 느끼고 교감 할 수 있는종자기! 그것이 "知音" 이지요.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분,지음에 이르는 감상자들! 이곳에 !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