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0주년 기념음악회
우연히 초대장을 얻게 되어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광복60주년 기념음악회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 몰리는 곳엔 절대로 안가지만 정명훈 지휘의 시향 연주라는 데 안 갈 수가 없지요.
일찍 가야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해서 친구랑 이른 저녁 먹고 부지런히 갔지만 벌써 시청 앞 광장은 걷기도 힘들만큼 많은 인파와 행사차량이 몰려 있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그 열기로 더 더웠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줄서기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이명박 시장님의 이름으로 보내진 초대권 덕분에 그 줄을 지나쳐 입장하면서 속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튜닝 하는 소리를 따라 무대를 보니 티셔츠 차림의 정명훈씨가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몹시 더운 날씨라 뒷모습조차 후줄근 젖어 보이지만 흐트러진 머리하며 그 내뿜는 열기가 정식으로 지휘할 때 못지 않게 멋있었습니다.
벌써 앞자리는 가득 차 있고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작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출연자들의 리허설 모습만 보고도 가슴이 뛰기 시작하더군요.
합창교향곡을 위한 솔리스트들, 김덕수 사물놀이패, 축시낭송의 유인촌씨 모두 무대에 나와 있었습니다.
유정현 아나운서의 사회로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곡, 베토벤의 운명!
'따다다당-' 운명의 두드림을 이끌어내는 정명훈씨의 몸짓은 놀랄만큼 힘차고 아름다웠습니다.
여전히 날은 더웠지만 차츰 어두워지며 간간이 시원한 바람도 스쳐갑니다.
운명이 끝나고 아리랑이 연주되었는데 도입 부분에 큰 북 소리 장엄하게 울리고
이어 우리의 산천처럼 유려하고 끝간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아리랑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지난 번 언젠가 인상적으로 들었던 북한 작곡가의 편곡입니다.
그리고 김덕수의 사물놀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아지경의 알 수 없는 비상을 맛보게 하는 강렬한 에너지로 충만하여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김덕수씨의 손놀림이 정점을 치달으며 장고채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될 때 정명훈씨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어 우리는 모두 웃었습니다.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이 그렇게 멋지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강준일 작곡가의 작품이라 합니다.
그리운 금강산,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차고 울음이 차 오를 것 같아 울음대신 노래하고야 마는 우리의 가곡, 입술로 마음으로 같이 불렀습니다.
베토벤의 또다른 작품, 합창교향곡, 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요.
웅장한 합창과 여려 보이는 외모의 묵직한 베이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끝 곡,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남기고 갑자기 남대문 쪽 공연장에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지연되는 동안 유정현 아나운서가 그러더군요.
'곧 끝나겠지요? 아무래도 저 소리가 끝나야 연주를 시작할 수 있지요?
길어지면 한국환상곡이 아니라 제 입장에서는 한국환장곡이 되는 판이지요'
그래서 모두의 웃음과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윽고 조용해지자 정명훈씨가 다시 단위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한복 차림이어서
모두의 탄성이 터졌습니다.
회색 두루마기에 가슴을 붉은 끈으로 동여매고 지휘봉을 드니 아! 넓은 소매가
그대로 학의 깃처럼 펼쳐져 보이는데 우리의 한복 두루마기가 지휘할 때도 저처럼 훌륭하게 어울리는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때때로 화면에 보이는 지휘자의 얼굴은 음악에 따라 그 표정이 변하는데 곡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얼굴에 녹아 있는 듯 했습니다.
한국환상곡이 연주되는 동안 우리 모두는 태극기를 흔들었습니다.
화면 가득히 태극기의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모두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지휘하던 정명훈씨가 태극기의 물결을 보려고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마치 합창교향곡을 초연하던 베토벤이 청중들의 환호를 듣지 못하자 누군가
그를 돌려세웠다는 그 모습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학창시절 국가적인 행사에 동원되어 연도에 서서 태극기를 흔들어 본 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자유를 박탈당했던 36년 세월의 끔찍함, 우리 윗 세대들의 고난, 그나마 우리 세대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왔구나 싶은 고마움...
그리고 나라에 대한 생각, 이어서 정명훈씨 같은 지휘자가 우리에게 있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 등등...
프라자 호텔 옥상에서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은 흩어질 줄 모르며 감동에 젖어 있었지만 모처럼 차 없는 거리를 서둘러 우리는 빠져 나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은 틀림없이, 여지없이 혼잡, 그것일 테니까요.
누군가가 모든 것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듯이 한 여름밤의 음악회는
음악과 음악외적인 모든 아름다움까지 합하여 잠시 감동에 머물게 해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게 되었습니다.
사람 몰리는 곳엔 절대로 안가지만 정명훈 지휘의 시향 연주라는 데 안 갈 수가 없지요.
일찍 가야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해서 친구랑 이른 저녁 먹고 부지런히 갔지만 벌써 시청 앞 광장은 걷기도 힘들만큼 많은 인파와 행사차량이 몰려 있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그 열기로 더 더웠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줄서기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이명박 시장님의 이름으로 보내진 초대권 덕분에 그 줄을 지나쳐 입장하면서 속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 튜닝 하는 소리를 따라 무대를 보니 티셔츠 차림의 정명훈씨가 열심히 리허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몹시 더운 날씨라 뒷모습조차 후줄근 젖어 보이지만 흐트러진 머리하며 그 내뿜는 열기가 정식으로 지휘할 때 못지 않게 멋있었습니다.
벌써 앞자리는 가득 차 있고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작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출연자들의 리허설 모습만 보고도 가슴이 뛰기 시작하더군요.
합창교향곡을 위한 솔리스트들, 김덕수 사물놀이패, 축시낭송의 유인촌씨 모두 무대에 나와 있었습니다.
유정현 아나운서의 사회로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곡, 베토벤의 운명!
'따다다당-' 운명의 두드림을 이끌어내는 정명훈씨의 몸짓은 놀랄만큼 힘차고 아름다웠습니다.
여전히 날은 더웠지만 차츰 어두워지며 간간이 시원한 바람도 스쳐갑니다.
운명이 끝나고 아리랑이 연주되었는데 도입 부분에 큰 북 소리 장엄하게 울리고
이어 우리의 산천처럼 유려하고 끝간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슬픈 아리랑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지난 번 언젠가 인상적으로 들었던 북한 작곡가의 편곡입니다.
그리고 김덕수의 사물놀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아지경의 알 수 없는 비상을 맛보게 하는 강렬한 에너지로 충만하여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김덕수씨의 손놀림이 정점을 치달으며 장고채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될 때 정명훈씨가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어 우리는 모두 웃었습니다.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이 그렇게 멋지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강준일 작곡가의 작품이라 합니다.
그리운 금강산,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차고 울음이 차 오를 것 같아 울음대신 노래하고야 마는 우리의 가곡, 입술로 마음으로 같이 불렀습니다.
베토벤의 또다른 작품, 합창교향곡, 다른 설명이 필요 없지요.
웅장한 합창과 여려 보이는 외모의 묵직한 베이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끝 곡,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남기고 갑자기 남대문 쪽 공연장에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지연되는 동안 유정현 아나운서가 그러더군요.
'곧 끝나겠지요? 아무래도 저 소리가 끝나야 연주를 시작할 수 있지요?
길어지면 한국환상곡이 아니라 제 입장에서는 한국환장곡이 되는 판이지요'
그래서 모두의 웃음과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윽고 조용해지자 정명훈씨가 다시 단위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한복 차림이어서
모두의 탄성이 터졌습니다.
회색 두루마기에 가슴을 붉은 끈으로 동여매고 지휘봉을 드니 아! 넓은 소매가
그대로 학의 깃처럼 펼쳐져 보이는데 우리의 한복 두루마기가 지휘할 때도 저처럼 훌륭하게 어울리는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때때로 화면에 보이는 지휘자의 얼굴은 음악에 따라 그 표정이 변하는데 곡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얼굴에 녹아 있는 듯 했습니다.
한국환상곡이 연주되는 동안 우리 모두는 태극기를 흔들었습니다.
화면 가득히 태극기의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모두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지휘하던 정명훈씨가 태극기의 물결을 보려고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마치 합창교향곡을 초연하던 베토벤이 청중들의 환호를 듣지 못하자 누군가
그를 돌려세웠다는 그 모습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학창시절 국가적인 행사에 동원되어 연도에 서서 태극기를 흔들어 본 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자유를 박탈당했던 36년 세월의 끔찍함, 우리 윗 세대들의 고난, 그나마 우리 세대들은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왔구나 싶은 고마움...
그리고 나라에 대한 생각, 이어서 정명훈씨 같은 지휘자가 우리에게 있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 등등...
프라자 호텔 옥상에서 폭죽이 터지고 사람들은 흩어질 줄 모르며 감동에 젖어 있었지만 모처럼 차 없는 거리를 서둘러 우리는 빠져 나왔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은 틀림없이, 여지없이 혼잡, 그것일 테니까요.
누군가가 모든 것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듯이 한 여름밤의 음악회는
음악과 음악외적인 모든 아름다움까지 합하여 잠시 감동에 머물게 해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