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의 해가 뜬다..
2nd mov. Larghetto
2009년 1월 1일.
참 사람 생각이란게 요망하다.. 싶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날마다 태양은 떠 오르지만
유독 오늘의 해가 의미로움은---
여지껏 50년을 살면서 신년 해맞이는 난생처음입니다.
우리나라 제일 먼저 뜬다는 포항 호미곶이나,
울산 간절곶, 또는 동해 정동진 같은 유명한 곳 아니라도
영양 인근엔 나름 무속의 메카인 일월산이나 구주령 옥녀봉같은 해맞이 명소가 있습니다.
남들 다 하는건 일부러 더 안하는..
북적거리는 인파를 못 견뎌하는..
놀팜과 함께
올해는 불타버린 산에서 우리만의 일출을 봅니다.
아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제가 꽤 늦잠꾸러기입니다.
평소 노을이가 "나는 왜 열성만 이어 받았냐고-- "
아빠의 빵빵한 몸매와 엄마의 늦잠을 닮아 오늘날의 저가 되었노라는..
엄마는 "왜?? 다음날 꼭 해야 할 일 있으면 알람 맞춰놓고 칼같이 일어 난다고.. "
큰 소리는 뻥뻥 치지만
솔직히는 부지런한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한 구석도 있었지요.
작년 아침잠을 이기지 못해 신세가 좀 불쌍해진 노을을 위해서라도
뿌득뿌득 일어나
새해 처음의 해를 맞이하며 뭐라도 빌고 싶었습니다.
때 놓치지 않고 산꼭대기엔 올랐습니다만
두텁게 덮힌 구름장때문에 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수하 집에서 깜깜한 중에 출발하여 30분 여분간 차 한대 없이 달리다
불영계곡 접어드는 옥방 삼거리에 이르니
중앙고속도로 방면에서 달려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들의 행렬..
역시나 우리 민족은 뭐든 열심인 민족입니다.^^
날은 어둡고 도로는 얼어 미끄럽고 꼬불꼬불하기로 빠지지 않는 불영계곡길이라
차들이 엉금엉금 입니다.
길게 잇는 저 차들은 울진 바닷가로 나가면 그뿐이나
우리는 마을 깊숙히 들어가 산꼭대기로 올라야 하니
한해 한번뿐인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좀 서둘러야 했습니다.
4륜구동인데다 스노우 타이어이고 거의 홈그라운드 길이어서
빵빵 신나게 추월하면서 냅다 달렸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예전 번호판이 바뀌기 전이라면 더 재미있을뻔 했습니다.
벌통 데리고 전국구로 떠도는 우리 입장에선
굳이 지방색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아~~ 전라도에서 오셨어요, 멀리도 오셨네-- "
"아~~ 경북 어디예요?? 우린 영양이예요--- "
서로 소통하는 정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온 사위는 밝아 옵니다만
구름에 가려 해는 떠 오르지 않습니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드리운 구름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불타다 남은 굵직한 나무들 몇 뿐..
거의 민둥산 꼭대기에 바람은 어찌나 세찬지---
꽁꽁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기다리니..
이렇게 오늘의 태양은 떠 오르고..
이럴땐 또박또박 뭔가를 기도해야 했지만
못내 어색한 저는
일일이 고하지 않아도 모든걸 헤아리시는 하느님
저를 살피소서...
1월 3일.
첫 추위가 급작스럽게 찾아오면
허옇지 않게 투명한 유리 얼음이 만들어집니다
지난 12월의 첫추위에는 게으름 피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오늘의 냇가는
투명하여 발 딛기 쮸뼛쮸뼛한---
두툼한 얼음장 밑으론 꺽지며 피래민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간간은 얼었다 녹았다,, 하며 아이스링크 같기도 하고..
제가 느낀 실감은 안 납니다만..
얼음장 두께가 훤히 보이고, 도끼로 내리쳐도 별 표가 안남을 뻔히 알지만서도
발을 내딛기가 참 어렵습니다.
걸음마 서툰 어린 아기처럼 벌벌대다가..
저 곳이 한 여름날,,
균쌤이 한마리 수달이 되어 유유히 수영하며
가슴팍까지 묻혔던 그 곳이라는.
http://www.sunsetfarm.co.kr 노을농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