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춰 서서
처음엔 제목이 좋아서 오래전에 신문에서 오려놓은 글이예요.
조선일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고 책을 이야기하는 칼럼이 있는데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가 쓴 글을 옮겼습니다.
이 글을 읽고나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한번 더 보던가 아니면 달을 보세요
참! 어제 초승달이 너무 곱게 떴었는데.. 우아~하고 요염하게.. ^^
오늘 뜬 달도 고울거예요 왜냐? 내마음의 노래회원님들은 마음이 다 고우시니까.. 그죠?
걸인시인으로 알려진 영국시인 WH 데이비스(1871~ 1940)는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조모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열세 살 때 친구들과 도둑질을 하다 체포된 후 퇴학을 당하고 액자공장에서 도금 기술을 배우지만,
그 일을 혐오해서 몰래 책을 읽다가 들키기 일쑤였다. 조모가 죽자 그는 고향을 떠나 일정한
직업 없이 걸식을 하면서 방랑한다. (후에 그는 이때의 생활을 "문학을 하고 싶은 야망으로 저주받지
않았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거지로 남았을 것"이라며 걸인 생활에 대한 향수를 토로한다)
그러나 28세 되던 해 그는 금맥이 터졌다는 소문을 듣고 미국으로 가서 서부로 가는 화물기차에
뛰어오르다가 떨어져서 무릎 위까지 절단한 장애인이 된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외다리로는
걸인생활을 하기 힘들어지자 시인이 되기로 작정, 서너 편의 시를 종이 한장에 이쇄해 집집마다
다니며 팔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자비로 출판한 '영혼의 파괴자 외(外)' 를 계기로 그는 특이한 삶을 산
방랑걸인 시인으로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하고,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의 대표작 '가던 길 멈춰 서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근심에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젖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 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 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