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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보며

김재란 0 762
        (1)

궁평리에서 한 얼굴을 지웠다
초겨울 바다엔 아무도 없어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버렸다

나는 울지 않았다
정말 울지 않았다
그는 바다를 통해 오고 그 바다 가
다시 그를 데려갔다

그가 잠긴 물결위로
흘러가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2)

궁평리에서 그 이름을 지웠다
철지난 백사장은 비어 있어
파도가 덥석 그 이름을 삼켰다

나는 울지 않았다
정말 울지 않았다
그는 파도에 실려오고 그 파도가
다시 그를 데려갔다

수평선 너머 먼 하늘로
흘러가는 한 점 꽃구름에 나는
끝내 손을 흔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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