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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에서

바다박원자 2 1548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평도 못 되는 곳에
수만 평도 넘는
내 마음 가두어 버리고
카운트다운을 한다

거울 속의 내 모습
이리보고 저리보고
그리다만 눈썹 그리는데

며칠 전 이사 온 아저씨
슬쩍 타더니
못 볼 것을 본 듯
등을 돌린다

첫사랑도 아닌데
가슴이 두근거려
덩달아 등 돌리고
눈 마주칠까 봐
애꿎은 신발만 쳐다보고

하얀 셔츠 쪽빛 넥타이
말쑥한 아랫집 아저씨
어설프게 마른기침 하며
거울 속의 날 훔쳐본다

날마다 미루다가
십년이 넘어버린
이웃집 아저씨와 인사

모처럼 인사할까
큰 맘 먹는데
그만 문이 열리고
나는 줄행랑을 친다
2 Comments
꼬꼬댁 2003.07.25 21:04  
  1연과 종결연이 재밌게 잘물리는군요.
재밌읍니다.
애나 2003.07.26 09:34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잘 표현 하셨네요.바다님!안녕하세요? 요기서 빼꼼, 첨 인사 드리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