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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호수나무 0 858
[고리]

맞은 편 산위에도 누가 사는 지
저물 녘 가끔 벼랑 끝에
나와 서는 사람이 있다

저도 나도
더러 무어라고 큰소리로 불러보는데
알맹이는 다 빼먹고 메아리만 보내는
가슴팍 시커멓게 허물어진 계곡

헤아릴 일 없이
절로 꽃 피고지고 눈비 내리는 세상
그리움 벗으려 숨어든 외로움도 못하여

그래도 서로 살아있음에
어쩌다 벼랑 끝
마주 서다 못내 돌아서는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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