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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자료실

한강은 흐른다

노래하는환경지킴이 0 989
유년시절 초봄, 행주나루터의 한강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이 풀리면서 생긴 얼음 뗏장에 덮여 북으로 북으로 정처없이 흘러갔다. 얼음위에는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앉아 까욱거리며 함께 떠내려갔다. 때로는 뗏장끼리 부딪히는 소리에 까마귀들이 놀라 한꺼번에 비상하는 바람에 한강의 하늘은 까마귀 떼로 뒤덮여 캄캄해졌다. 그러나 요즘 겨울 한강은 얼기가 쉽지않다. 한국은 지구온난화로 연평균 온도가 지구전체평균 상승온도인 0.74도의 두 배인 1.5도나 오르고 서울은 열섬현상으로 또 그 두 배인 무려 3도나 높아졌다. 더욱이 강물이 오염되면서 꽁꽁 언 한강을 보기가 거의 힘들어졌다. 물론 개화산 하늘이 어두울 정도로 온통 한강을 까맣게 뒤덮었던 까마귀도 아예 자취를 감춘지 이미 오래다.

얼어붙은 한강은 악동들의 놀이터였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아침부터 한강에 나가 누가 썰매를 빨리 달리나 누가 연을 높이 날리나 내기를 하다가 결국은 줄 끊기 연싸움으로 결판을 냈다. 얼음이 보통 50cm가 넘게 두껍게 얼었으나 겉만 살짝 얼어 위험한 방구덩이가 군데군데 있었다. 우린 이곳에서 낚시질을 했는데 점박이 쏘가리와 뿔달린 배가사리는 매운탕감으로 한겨울 최고의 별미였다. 지금은 상류의 1급수에만 사는 빙어가 가끔 튀어나와 어른들은 그 자리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강물을 퍼 담은 양은 냄비에 잡은 물고기들을 넣고 솔피를 모아 군불을 집혀 고추장과 국수를 풀어 넣어 먹던 털래기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 한강물은 마시기는커녕 수영도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버렸다. 한강물은 우리 국민의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과 뭇생명 들을 살려주는 한반도의 대동맥이다. 그러니 한강이 오염되면 주변 생태계의 먹이사슬 전체가 오염돼버려 우리의 피도 오염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요즘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임과 암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강이 건강해야 우리 한민족도 건강하다. 그런 한강에 배를 띄우기위해 운하를 만든다고 야단이다. 배가 다니려면 강의 전 구간을 7미터이상의 깊이로 파야하고 강폭도 상류의 경우 2배이상으로  넓여야 하는데 이렇게되면 강수량이 10배이상 증가해 수생태계가 다 파괴되고 강유역의 문화재의 회손도 불가피하다. 수만년 우리 한민족의 영강으로 뭇생명을 부양해온 한강과 낙동강이 거대한 훼손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 문인지 500년 우리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온 숭례문이 불타고 바다가 요동을 쳐 유조선 사고가 나 바다 생태계가 전멸하는 등 연초부터 나라가 숭숭하다.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강을 훼손시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지난 구정, 행주산성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성묘를 마치고 겨우내 한번 얼어보지도 못한 채 묵묵히 흐르고 있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한강은 흐른다’ 노래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맑고 아름답던 한강의 옛 모습이 생각나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흘러 노래를 끝까지 맺지 못하고 산을 내려왔다. 집에 돌아와 앨범을 뒤져 대학졸업 후 얼어붙은 행주나루터 한강가에서 당시 고등학생이던 동생(이기양 신부, 현 오금동 성당 주임신부)과 함께 고깃배에 걸터앉아 찍은 사진을 찾아내 추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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