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판 (개미와 베짱이) 이솝우화

鄭宇東 0 1,821 2011.09.29 12:52
신판 (개미와 베짱이) 이솝우화


초등학교의 교과서에도 실린 이솝우화입니다.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름뱅이 베짱이가 이웃에 사는데
개미는 더운 여름에도 땀흘려 열심히 일하여 겨울양식을 넉넉히 마련
하였는데 베짱이는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서 기타치며 즐겁게 노래
만 불러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춥고 배가 고파
개미한테 가서 양식을 구걸했지만 거절당하고 주려 죽고 말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베짱이가 좀 불쌍하고 개미가 인정머리가 없어서 미웠습
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이런 반전 버전이 출현하였습니다.
전반의 이야기는 같지만 후반에 와서는 베짱이가 창작한 노래가 대히
트하여 서울의 무대에서 노래하여 큰 부자가 되었고, 그 뒤에 베짱이
의 CD가 빌보드차트에 오를만큼 인기가 있어서 억만금을 벌었고, 뒤에
도 저작권에 의한 권리금을 타며 떵떵 큰 소리치며 잘 살았다는 이야기
로 반전되어 널리 퍼지고 있는 반면에 개미는 너무 과로하여 요통에 걸
려 비명에 횡사해버렸다고 합니다.

시원적으로 보아
닭은 새벽이면 홰를 치고 울어 출근시간을 알려야 하는데 울지도 않고
개는 왕왕 짖어서 도둑을 물리치며 집을 지켜야 하는데도 짖지도 않습
니다. 요즘의 닭과 개는 울지도 짖지도 않는데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닭은 명예퇴직이다 해고다 하여 출근하는 사람이 적어 졌는
데 왜 울어야 하며, 개는 세상인심이 흉흉하여 모두가 도둑인데 누굴보
고 짖으며, 주인조차 도둑이 되어 먹이만큼은 잘 챙겨주니 눈 좀 감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변합니다.

이와 같은 닭과 개의 대화가 보여주는 시대풍자는 점점 망가져가는 우
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자기 자신의 언동과 남의 언동에
대해 아전인수격의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평가하는 잘못된 모습을 보
여주고 있습니다. 흔한 우수게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
들이고 내가 하면 창조적인 파괴이고, 남이 하면 거짓말이다고 왜곡하
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런 사례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침묵하면 생각이 깊은 거고, 남이 침묵하면 생각이 없는 거고
내가 자리를 비우면 바쁜 만큼 유능한 거고, 남은 어디서 또 노는 거고
내가 화를 내면 소신이 뚜렷한 거고, 남은 원래 그릇이 적은 때문이고
내가 통화중이면 업무상 긴급한 거고, 남은 사적인 일이 너무 많은 거고
내가 아프면 그만큼 쉬어야 하고, 남은 기본 체력마저 의심스러운 것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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