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미의 美學

鄭宇東 0 1,534 2014.01.19 02:40
바시미의 美學
바시미라는 개념은
전통 한옥을 지을 때 기둥을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잇거나
나무에 홈을 파서 끼워 맞추는 기법에서 비롯하는 건축용어입니다.
건축에서 이질재료의 개입없이 순정적인 구조물을 만들어 내듯이 일상
활동이나 철학사유에서 바시미는 모든 것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둘이 같이 공존하여 조화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
을 담은 미학사상으로 전개된 것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움이 바시미의 구조라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아름다움이 서로 대조되는 것, 상보되는 것, 혹은 상극되는 것들
의 조화, 통일이라는 말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 답변이 바로
음양(이원)사상에서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음양사상은 철학적
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주장인가?를 먼저 물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조형 의식에는 조형을 통해 다양한 대상과 소통하려는 성질이 있
으며, 환경을 오염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해 자연의
순환 원리에 따라 변화를 조화롭게 지속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조형 사상이 바로 ‘바시미’의 조형 사상입니다.

또한 ‘바시미’는 예술과 디자인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가치 미학을 바탕
으로, 이원론적 패러다임에서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상
생적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동양 미학의 형태적 특징인
‘부분과 전체가 하나다(一中多 多中一)’는 화엄 사상의 조형 원리를 또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엄의 가르침은 서로 대립하고 항쟁을 거
듭하는 국가와 사회를 정화하고, 사람들의 대립도 지양시킴으로써 마음을
통일하게 하는 교설입니다.

화엄사상의 철학적 구조는 법계연기(法界緣起)입니다. 즉,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
고 있다는 사상으로, 화엄에서 가르치는 무진연기(無盡緣起)의 법칙이입
니다.

이는 현대 물리학에서 공간과 도형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
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영국의 기상학자 러브조이가 주창하는
지구가이아학설과 맥을 같이하는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이아(Gaia)란 그리스로마신화의 지모신(地母神), 즉 대지의 여신의 이
름입니다. 하늘을 낳고 바다를 낳아, 하늘과 결합하여 세상을 창조했다
고 하는 여신입니다. 그리고 이 이름은, 가이아설에서 지구를 상징하는
말이 됩니다.

가이아설이란, 지구를 무기질이 아닌,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로써 보는
관점입니다. 무생물계가 생물계에 영향을 끼치고, 생물계가 무생물계에
영향을 끼쳐, 이로써 지구의 환경은 생물들이 살기에 가장 적절한 환경
으로 유지 된다고 하는 이론입니다. 이것은 모든 자연이, 생물, 즉 인간
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
간위주의 사상은 인간외의 생명체나 물질을 인간만을 위하여 남용하거
나 오용하는 큰 잘못을 저질러 지구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전체 ‘지구는 살아있다’ 라는 명제만큼 중요한 일
은 없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들이 포기하여서는 안되는 지상최고의
절대명제입니다.

이와 같이 바시미의 신개발 개념은
오늘날 새로히 대두되고 있는 생물학에서 출발한 통섭이론과
불교의 원융 융합의 원리를 모두 내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
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의식과 무의식, 부분과 전체, 공간과 조형, 예술과 디자인,
인간과 자연을 조화와 공존 속에서 일체화시켜 조형의 형태로 인지시
키는 것은 동양 사상의 태생적 근원이자, 유기체적 논리에 바탕을 둔
‘바시미’ 미학 사상과의 일치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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