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족과 사방의 오랑캐

鄭宇東 0 1,441 2013.09.23 15:21
중화족과 사방의 오랑캐

우리의 암울한 시절에 오적(五賊)이란 담시가 있었습니다.
김지하시인이 유신시대의 암울과 억압을 비판하여 사회의 암적 존재인
재벌(狾䋢), 국회의원(국獪狋猿), 고급공무원(跍礏功無獂), 장성(長猩),
장차관(暲차矔) 등의 도적이 저지르는 부정과 부패 탐욕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특히 다섯 도적을 표현하는데 한자를 사용하였는데 그 한자
마다 개견(犬)자가 들어가는 풍자의 극치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
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이 아닌 짐승 이름을 뜻하는 한자로 음을 짜맞추
어 직격彈을 피하고 있었어도 그 당시 그것만으로도 유신체제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인민재판식 편가르기도 지양되어야 합니다만
세계사적 종족이나 종교상의 편가르기는 하루 빨리 청산되어야 합니다.
중국은 자기 漢민족을 세계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中華민족이라 하고
그 이웃 사방에 있는 이민족을 멸시하고 적대시하였습니다.
동방족을 동이족(東夷族), 남방족을 남만족(南蠻族), 서방족을 서융족
(西戎族), 북방족을 북적족(北狄族) 이라하며 이들을 모두 오랑캐와 야만
족으로 폄하하였습니다. 이스라엘민족이 자기들의 종족을 하느님의 선민
(選民)이라고 뻐기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제국주의의 유럽 열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침략
지배하여 백인우월주의를 드러내고, 나치스독일은 게르만민족의 혈통주
의의 기치를 들고 세계지배를 획책하였습니다. 또 일본은 야마도다마시
(大和魂)와 황손족(皇孫族)이란 선민사상으로 전 아시아를 유린하고 더
나아가서는 전세계의 평화를 교란하였습니다.
이런 선민사상에는 다른 민족에 대한 차별과 경멸의식도 곁들여 있어서,
타민족 지배의 사상과도 일맥 상통하여 극히 위험한 사상입니다.

이러한 자민족 최고주의와 자종교 제일주의는
다민족 다종교 시대에 고립과 배척의 원인이 되고 함께 살아가는 공생과
평화의 기조를 허트립니다. 이스라엘의 선민사상과 시온주의는 이슬람인
들과의 불화를 키우고, 아리안 민족으로부터는 반발을 일으켜 2차대전의
와중에서 유태인의 집단 대량학살의 비극과 희생을 자초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중화주의는 서양에서 일찌기 黃禍論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가
현재 급격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에 온 세계가 경계와 질시의 눈으
로 다시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교권과 기독교권의 종교적 대립과 자원적 분쟁은 세계평화에 대한
최대의 위협적 요소입니다. 지난날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실크로드
상에서의 이슬람권과의 평화적인 상거래와 문화적인 교류가 지속되었음
을 상기할때 분명히 오늘날의 이란이나 이락이나 아프카니스탄 지역에서
의 분쟁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옛 실크로드를 분
쟁의 소용돌이에서 회복하고 그 지역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야흐로 오늘날의 開明社會의 여건은 급박한 상황들을 벗어 났기에
급격한 변화를 동반하는, 일부가 원하던 혁명의 시대는 물러 가고
온건한 개선을 가져오는, 모두가 원하는 진보의 시대가 다가 옵니다.
기본적인 삶의 여건을 확보한 사람들은 혁명의 공포분위기를 싫어하고
점진적인 변화가 주는 안온한 생활분위기를 누구나 희구합니다.

고대 희랍에서의 올림픽 목적도 그랬지만,
평화의 제전으로서의 근대 올림픽의 靑 黃 黑 綠 赤의 五色 五輪마크는
五大州에 살고 있는 인종의 피부색깔을 상징하지만 동일규모의 고리에
의해 연결하여 전인류의 정신적인 연관성을 극명히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흑인의 검은 피부속에 흐르는 피도, 황인종의 피도, 백인종의 피도 다른
종족들과 같은 붉은 색깔입니다. 혈액뿐만 아니라 사상의 고유성과 인권
의 독자성은 천부-불가탈적입니다. 여러 부류의 인류를 모두 지구에서 함
께 살아가는 유기적 공생체로서 인정하고 또 그 독자성을 이해하는 것이
평화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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