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의 식물기

鄭宇東 0 1,479 2013.09.07 08:51
파브르의 식물기
곤충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Jaen Henri Fabre는
또 식물기를 써서 곤충기에 못지 않은 학문적 공헌을 하였습니다.
파브르가 <곤충기>를 썼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곤충기의 명성
에 가려서 <식물기>를 썼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자연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
린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아주 재미있고도 쉽게 식물세계를 설명
하려고 한 것이 바로 이 <식물기>입니다.

파브르는 이 책에서 우리가 매우 궁금하게 생각했던, 또는 지나쳐버렸던
식물의 많은 신비를 해명해 주고 있습니다. 식물의 이런 경이로움을 읽으
면서 우리는 마치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 파브르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조차 갖게 됩니다. 파브르의 영혼이 생명에 대한
따뜻한 형제애로 열려 있었기 때문에, 식물 또한 그에게 사랑을 느껴 자기
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무참하게 베어진 '밤나무의 고백' 이란 글에서는
아침에 일하러 밭에 나가던 농부가 들판 가운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던
아름드리 밤나무가 도끼에 찍혀 넘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농부가 조문하러 가서 그 나무의 밑둥에 걸터 앉아 밤나무의 일
생을 들으니 그 밤나무의 삶과 그 농부의 한 평생과 또 다름이 없슴을 알
게 되었습니다. 식수인의 씨뿌림의 호의, 이웃 참나무와의 영역다툼, 제살
을 깍아서야 가능한 열매 맺기의 힘듬, 나이테의 고르고 거친 표지등은 인
간세상의 복-불복과 행-불운 등의 운세나 섭리와 하나도 다를게 없습니다.

한번 태어나면 붙박이 장농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일생을 마처
야 하는 식물에게 동물이나 사람처럼 활동적인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었
습니다. 영양을 빨아들이고 호흡과 탄소동화 작용을 하며 수면을 취하면
서 몸집을 불리고, 자신을 이을 새끼를 낳아 다음 세대를 잇고 있습니다.
식물은 소비만 하는 동물들의 유모이고 끊임없는 창조자입니다.
그런 식물 앞에 겸손해지고 그들로부터 삶의 정직함과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자연에서 멀어지고, 생명에서 멀어진, 그리하여 인간에게 조차
멀어진 나를 위하여 한 포기 풀과 한 그루 나무의 비밀을 엿듣는 것도 매
우 뿌듯한 일일 것입니다.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무기를 발명하여 무장하고 있습니다.
선인장이 온몸에 무서운 가시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 좋은 보기입니다.
그러나 식물의 공격무기 중 가장 걸작은 쐐기풀의 수 많은 털들입니다.
이 털들에 피부가 찔리기만 하면 정도야 덜하지안, 마치 독뱀에 물린 것
처럼 쐐기풀의 독물이 들어가서 피부가 퉁퉁 붓고 통증이 일어 납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어릴때에는 외부의 침해에서 개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가시를 장착하였다가 그후 자력으로 스스로를 지킬수 있을 정도로 성장
하면 가시를 떼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엄나무가 새싹이 나올
때 새 가지에 가시를 달았다가 나중에 제거해 버립니다. 이 밖에도 鱗木
나무, 산사나무, 주엽나무, 야생의 배나무, 대추나무 등도 그러합니다.
식물의 세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인생의 심득사항(心得事項)중의 하나
는 이와 같이 우리 인생도 나이들어 여유가 생기면 가시 돋친 말이나 행
동을 삼가하고 이웃과 주위에 좀 더 너그럽고 친절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파브르는 매우 온화하고 겸손한 인물이었습니다.
학생들도 교사인 그를 매우 존경했습니다. 특유의 챙 넓은 검정색 모자는
잠잘 때를 빼놓고는 결코 벗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고, 소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나는 모릅니다." 이 대답에는 학술적
인 분위기가 풍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나를 정직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파브르가 <곤충기>를 집필하고 나서 90세에서 죽기 직전인 92세
까지 집필한 책입니다. 그 나이에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경의
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파브르가 어린이들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마치 자녀에게 쓴 편지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며, 이웃집 할아버지가 동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한손에는 식
물을 들고 그것에 관해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파브르는 당시의 교육을 비판하여 "생애 10년 동안, 그것도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의 어린이들에게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우게 하는 것은 너
무 치명적입니다. 신이 만든 자연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이 라틴어의 접
속법을 외우는 일만큼이나 가치가 없단 말인가?"라며, "자연으로부터 삶
의 신비와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
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파브르는 식물의 세계를 우리 인간의 삶, 우리의 사회 생활과 연결시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을 통해서 식물을 바라보는 동시
에 식물의 삶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함으로써 이 책
이 단순한 지식 전달용의 딱딱한 설명문이 아니라 마치 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유려한 문장을 읽는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는 교육학자가 아니지만 무슨 과목을 어떤 시기에 어떻게 배워야 한다
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교육의 양과 질을 진지하게 생각한 선각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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