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字架上의 七言

鄭宇東 0 1,443 2013.04.04 19:17
십자가 위의 7가지 말씀
김동리의 유명한 장편소설에 "사반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사반은 유대의 독립을 위하여 무장봉기를 기도하는 혈맹단원입니다.
그는 예수가 이스라엘의 실제 왕이 되어 나라의 독립을 쟁취해 줄것을 기대
합니다. 낙원을 현재의 지상에 건설하여야 하는 그는 하늘의 낙원을 약속하
는 예수에 실망하고 전보다 더 무장봉기쪽으로 편향한 열렬한 열혈단원이
됩니다. 그러다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때 그도 잡혀와서 예수의 왼편에
서 처형당하며 그의 좌절감을 비웃음과 조롱으로 일관하여 표출합니다.

구레네의 시몬은, 지쳐서 움직일 수 없는 예수의 십자가를 형장 골고다까지
대신 짊어져 준 사람입니다. 당연 처음의 구원자로 기록되었습니다.
한편 자기 집앞에서 십자가를 지고 지쳐 쓰러진 예수가 쉬어 가기를 청해도
매몰차게 거절한 아하스 페르츠는 외경의 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을뿐입니다.
십자가의 형틀에 매달린 예수의 좌우에 두 사람의 행악자가 같이 처형을 당
했는데 이중 구원을 받은 자와 나락으로 떨어진 그들의 이름은 전하여 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학가들은 그들 특유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하여
예수를 신의 아들로 규정하는 한편으로 바라바, 사반(左盜), 右盜, 아하스
페르츠 등의 인물을 사람의 아들로 창조하여 삭막한 형장의 이야기를 풍성
하게 가꾸고 있습니다.

요즘 수난과 부활의 주간을 맞아 십자가상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성서에는 4복음서가 있기 때문에 예수의 체포와 처형에 관해서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네 복음서에는 예수가 십자가상에서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내용을 모두 합치면 일곱가지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그것을 '십자가상의 칠언'이라고 부릅니다.

(1) 누가복음 23장:34절 에서 예수는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
    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고 말합니다.
(2) 누가복음 23:39~43 에 예수와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린 두 강도 중 한
    명이 예수에게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
    고 말했을 때 예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보증하였습니다.
(3) 요한복음 19:26~27 에서 예수는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십자가 옆에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는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
    이다.> 하고 말한 뒤 제자에게는 "보라 네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4) 마태복음 27:46 과 마가복음에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히브리어로는 < Eloi, Eloi, lema sabachthani> 입니다. 이 문구는 시편
    22의 첫 행에 나오는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
    나이까?"라는 뜻입니다. 그런 다음에
(5) 요한복음 19:28 에 예수는 <내가 목마르다.>고 말합니다.
    병사들은 해면에 포도주를 적셔 그의 입에 대줍니다.
(6) 요한복음19:30 에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다 이루었다.>라는 말   
    이었습니다. 이 말을 마친후
(7) 누가복음 23:46 에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
      하고 운명하였습니다.

그리스도교도들은 예수의 처형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므로 십자가상에서
한 말도 중시합니다. 십자가 옆에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있는 것을
보고, 마리아에게는 아들로서의 혈육의 정을 표하고 제자 요한에게 "보라,
네 어머니이니라"하며 앞으로의 봉양을 부탁하여 효의 도리를 다 합니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와 "내가 목마르
다"로 외친 것은 그가 온전한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는 그의 자비로움을 보여줍니다.
"다 이루었다"는 말은 현세에서의 임무가 성취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십자가상의 칠언을 두고 수많은 설교와 수많은 책과 수많은 미술작품과
수많은 종교음악이 만들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가상 칠언은 앞에 서주와 뒤에 휘날레를 더하여 모두 9곡으로 되어 있으며
테오도르 뒤보아, 하인리히 슈츠 등 많은 음악가들도 "십자가상의 칠언"이
라는 제목으로 합창곡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 종교음악를 썼습니다. 우리나
라의 작곡가 중에서도 이태희와 김두완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십자가 처형을 묘사한 연극과 영화 뮤지컬에도 십자가상의 칠언이 자주 등
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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