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과 바울

鄭宇東 0 2,750 2013.04.02 04:51
사울과 바울
성경에는 유명한 두명의 사울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첫 왕이었던 사울 왕이 있었고 신약시대에 예수를 핍박하다가
사도바울로 거듭 난 사울이 있습니다. 두사람은 참 다른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사울왕의 최후는 결국 교만함으로 인하여 죽임을 당하게 되었으
며, 기독교도들의 박해에 직접 가담한 바울은 어느날 갑자기 예수를 만남으
로써 전혀 예상치 못한 사도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이
된 바울은 이름도 사울에서 바울로 바뀌게 됩니다. '희망'이었던 사울은
'작은자' 바울이 됩니다. 지식으로나 가문으로나 혈통으로나 양심으로나 도
무지 부족한 것이 없었던 바울은 하느님 앞에 작은 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바울은 길리기아의 다소에서 태어난 유대인입니다.
신약성서의 <사도행전(使徒行傳)> 등에 의하면, 그의 본명은 사울입니다.
그는 그리스 문화의 교육을 받고, 로마시민권을 가졌으며 고명한 율법박사
(律法博士) 가믈리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열렬한 바리사이파로
서 그리스도 교도들을 잡으러 다메섹 (다마스크스)으로 가던 중 신비로운
그리스도의 출현을 경험하고, 3일간 실명상태가 되어 소명(召命)을 받고
사도가 되었습니다. 3회에 걸친 대전도여행(大傳道旅行)으로, 로마에까지
그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동안 옥에 갇히는 등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이방인(異邦人)의 사도'로
서의 사명을 다하였으며, 그의 높은 학식이 더욱 빛을 발하여 그리스도교의
기초를 굳히는 데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로마인 · 고린토인 · 갈라디아인 ·
에페소인· 필립비인· 골로사이인· 데살로니카인· 히브리인 등, 자기가 전도
한 지역의 사람들과, 또 개인적으로 디모테오, 디도, 필레몬 등에게 조언이
나 충고의 말을 적어 보내곤 하였는데, 그것이 13통의 서간(편지)으로서
신약성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네로 황제의 박해 때 로마에
서 순교(殉敎)하였다고 합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교의 최대의 전도자였고, 또한 최대의 신학자였으며, 오늘
의 그리스도교가 있게 한 그리스도교 형성사상 가장 중추적 인물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신학은 그에 의해서 틀이 잡혔으며, 후세에 끼친 영향은 헤아
릴 수가 없습니다. 여러 서신 속에 전개된 그의 사상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살아야 할 우리
인간은 우선 죄지은 인간으로서 죽었다가,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야 한다
고 주장하고, 몸소 그것을 실천하였다.

이와 같이 기독교의 교리를 정립하고 널리 선교하여 기독교를 세계적 종교
로 키우는 터전을 마련한 사람은 바로 사울이면서 바울인 이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기독교에 반대하고 예수를 못살게 굴던 부랑자 사울이
다메섹(다마스크스)으로 가던 중 예수를 만나 거듭 태어난 사건을 전후하여
그 이전은 사울이라 하고 그 이후에는 바울로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 그는 정처없이 유랑하는 유태인의 후예로 유대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히브리어로 사울(희망)이라는 이름과 로마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헬라말로 바울(작은 자)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처지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이름을 선택하여 썼다고 하는 것이 정설입니다.

나는 위인들의 전기를 읽으며 큰 업적을 이룩한 위인들은 남다른 신조나
생활방식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의 주제 바울만해도 그렇습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딸린 처자 권속도 없이 아주 단출하게 살았으며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장막
만드는 직업을 평생 가지고 살았습니다. 훗날 암스텔담에서 태어난
스피노자가 철학을 탐구하면서 안경알 유리를 연마해 가면서 가난하나마
독립자존의 생활을 할 수 있은 것도 이와 같은 사도 바울의 지혜를 배운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노자도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며, 그의
철학적 신념 때문에, 유랑의 민족 유태인인데다 가족에게서 마저 버림받는
철저한 고독과 단절속에 세속적인 재산도 상속받지 못한채 위대한 교부철
학자 바울의 정신적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산 셈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