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의 진실

鄭宇東 0 1,383 2012.11.11 06:31
자서전의 진실
우리 인류는 역사상으로 유명한 3권의 자서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대 기독교회의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끄 루소의 참회록과
러시아의 인도주의 작가 레오 톨스토이의 자서전이 그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의 자서전은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의 자서전과 더
불어 3대 고백록으로도 일컬어집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명
실상부한 최초의 자서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
장 널리 읽힌 자서전은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50년동안 수첩에 적어두고 수신에 힘써온 절제, 침묵, 규율-- 등의
13가지 심득덕목을 자서전에서 밝혔는데 하나같이 작품성이 탁월하면서
도 솔직하게 썼다고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고백록 혹은 참회록이라 하면
집필자의 내밀한 흠결과 악성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고백함으로써 종교상의
고해성사에서 기대하는 심리적 효과를 거두고 독자들에게는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계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필자의 경우지만 루소처럼 자기
변명과 자기자랑에 치우치거나 조지 워싱턴처럼 벚나무를 자르는 픽션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진실만을 담고 있어야할 자서전이 허
위와 과장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자서전처럼 중요한 역사
적 가치를 지닌 저술도 없지만 자서전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리는 저술
도 없습니다. 자서전이 ‘반(反) 자서전’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듯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첼리니의 자서전이 있습니다.
삶 자체나 작품보다 솔직담백한 자서전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대표
적인 인물이 르네상스 예술가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입니다. 미켈란
젤로의 제자인 그의 자서전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있을 정도입니다.
기행(奇行)을 일삼은 그의 자서전은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진
솔하게 써내려 간 문체로 인해 오늘날까지 뛰어난 자서전의 하나로 평가받습
니다. 첼리니의 자서전을 처음 독일어로 번역한 문호 괴테는 낯 뜨거운 정사
장면들은 아예 빼버렸을 정도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이름에 치명적인 사실도
솔직하고 대담하게 드러냅니다. 심지어 적과 경쟁자를 살인한 사실도 숨김없
이 기록했습니다. 괴테는 첼리니야말로 르네상스 정신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여겼습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89)도 홍보 전략의 하나로 자서전을
출간하는 놀라움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화가가 책을 쓴다는 생각조차 못하
던 때입니다. 글 솜씨도 뛰어난 달리는 책 출판이 예술가의 이름을 선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서전이 잘 팔
리도록 자위행위, 성체험, 10살 연상이며 유부녀인 갈라와의 운명적인 사랑
과 결혼, 독특한 예술관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얘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이밖에도 우리에게 애독되는 자서전과 평전은
문학적 향취로 가득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지은 詩와 眞實과
농아맹의 3重苦를 극복하고 여성계에 우뚝 선 헬렌켈러의 자서전과
아프리카 오지 밀림속에서 의료사업으로 봉사한 슈바이쳐의 자서전과
상대성이론의 최고과학자로 성품이 겸손한 아인슈타인의 자서전과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의 총아 체 게바라의 평전과
명민한 세계여성계 리더로 각광 받은 콘돌리자 라이스의 자서전과
그리고 뭐라 뭐라 하더라도 고금의 자서전과 평전의 모범이며 총합체가 된
플루타크 영웅전을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손꼽히는 자서전이 모두 서양에서 나온 것은 현대적인 의미의 자서전이 동양
에선 20세기 이후에야 등장한 영향이 큽니다. 흥미로운 일화가 이를 잘 말해
즙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1925년 무렵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중단하라면서 이렇게 충고했다고 합니다. “어째서 모험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
는가? 자서전을 쓰는 일은 서양에만 있는 관습이라네. 알다시피 동양에서는
서양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자서전을 쓴 사람이 없다
네.” 하면서 만류하였습니다. 중국에서도 1933년 호적(胡適,후스)가 40세 때
쓴 <사십자술(四十自述)>이 사실상 첫 자서전으로 꼽힙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로 쓰여진 자서전은 애국독립투사 김구(金九)
선생의 백범일지(白凡逸志)가 독보적 자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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