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학교에 다녀와서

鄭宇東 0 1,516 2012.05.13 05:55
더불어숲학교에 다녀와서
글쓴이 : 鄭宇東    날짜 : 2003-12-03
 
 
며칠전 11월 29일~30일 이틀간 신영복 선생께서 교장으로 계시는 더불어숲학교
에서 열린 한 강좌에 다녀왔습니다.

학교는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의 개인산 자락에 옛날 풍수서에서 명당으
로 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말 그대로 미산계곡으로 폭 둘러싸이고 앞으로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맑은 내린천이 흐르고 있는 풍광이 빼어난 곳에 아늑, 아
담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강주는 저 유명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이시며 현재 성공회대학 교수
로 계시는 신영복 선생이시고, 나는 선생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강좌에 
참가하였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방대한 동양고전의 텍스트 자체를 강석하지는 않고 그 일부
만 언급하는 가운데, 우리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읽고,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
지에 대해 진리에 투철한 선생의 소신의 일단을 밝혀 주셨습니다.

이미 되풀이 된 강연 강의에서 동양고전을 서론,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결론의 과목들로 짜 놓은 강좌는 서론으
로 시작하여 논어까지만 강의하였지만 강의한 내용은 폭 넓고 심오하여 내가
다 소화해 내기 어려우므로 周易 하나만 예로 들어 말하더라도 선생의 독특한
철학을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周易은 기본적으로 變易(변역) 곧 변화이며, 이 변화를 簡易(간이)하게 64괘로
범주화(範疇化)하고, 나아가 변화의 내면을 일관하는 철리를 법칙화한 不易(불
역)의 의미를 함의하는 동양사상의 기본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하나의 태극(太極)에서 음양(陰陽)의  효(爻)가 생기고 이
효들의 조합에서 四象(사상)이 나오고 이어 8괘로 64괘로 변화 발전하여 성쇠
하는 중에 각 효, 괘들의 位나 比, 應의 관계에서 길흉을 판단하게 되는데, 이
변화의 과정에서 피고취락(避苦取樂)하려는 인간의 매우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생명원리가 주역으로 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주역이 점치는 책인것은 췌언이 필요없지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뽑아
낸 효, 괘 하나 하나가 어떻게 점치려고 하는 사람의 인생문제와 연관되는지를
모르겠다고 선생은 토로하셨습니다. 이점에 있어서 나도 세속의 점이나 사주풀
이에서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오행과 열두띠 따위가 구체적 어느 개인 문제와
상관 연결되어 서로 관계맺는 이유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주역에서와 마
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주역은 지구 한쪽의 동양에서 오랜 세월동안에 반복되는 경험의 축적과
시간관념의 발달에 힘입어 사람과 사물의 생성 변화의 전과정을 64괘로 범주화
해낸 인간지혜의 정화입니다. 여기서 나는 주역 64괘가 불교 이해의 큰 산인
12연기를 더 풀어 설명한 것인지, 불교의 12연기가 주역의 64괘를 간이하게 압
축한 것인지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그러나 훗날이라도 둘을 잘 고구하면 알아질
날이 있으리란 희망을 거두지는 않습니다.

64괘의 차례나 효사,괘사는 억만인생사와 세상만사가 일어나고 변화,발전,
성쇠해 가는 순서나 과정을 말해 줌으로써, 지금 여기서 다음의 무엇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 길흉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수양서로 선생은 자리매김해
주셨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흔히 황당무계한 복서미신(卜筮迷信)의 점책으
로 길흉판단서로만 이해되는 것에 불만이었던 주역이 철학서, 수양서로 읽혀
야 한다는 선생의 가르침 하나만으로도 이번 강좌의 참석이  얼마나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인지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당초 두시간 예정의 강의가 강주의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줄려는 보살심과
수강자들의 배우려는 학구열이 맞물려서 - 이런것을 일러 선생이 즐겨 글씨
로 쓰는 啐啄同時(줄탁동시)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세 시간 반에 걸쳐졌으니
이런 대강좌의 내용을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오늘의 우리들이 고전을 읽는 것은 溫故而知新의 法古보다 創新쪽에 역점을
두는 자신의 고전독법은 우리의 당면과제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하여 미래에
대한 전망을 조망하는 독법이라고 규정 강조하고, 서양학이 존재론적 과학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하여 동양학은 사회와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환기시키고, 모든 학문적 노력이나 과학적 진리도 인간을 중심에 두는
관계론적 진정성에 관심을 가져 오늘의 문제를 푸는데에 매진할 것을 결론삼
아 당부하셨습니다.

ㅡ 031203 ㅡ 정우동 ㅡ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