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빚은 닭의 미덕(木鷄之德)

鄭宇東 1 1,904 2012.04.28 10:44
나무로 빚은 닭의 미덕(木鷄之德)

古典의 교훈은 예사로 넘겨버리기 십상이지만 그 德의 힘은 막중합니다.
또 그 힘은 일개인의 처세훈이 되어 일생동안의 행동지침이 되기도 하고
사회를 변혁하고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위대한 철학의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湖巖 이병철 회장은
일상적으로 집안에 "나무로 빚은 닭(木鷄)"을 걸어두고 그 덕을 되새겼습니다.
한국의 으뜸기업을 키워낸 호암 선생이 이건희 현 회장에게 유훈으로 남겨서
그가 삼성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시킨 목계경영의 철학의 기초가 되고
그 실천의 막강한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이 "목계의 덕"은 경청(傾聽)과 함께 삼성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현 삼성그룹 회장에게 가르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삼성의 미래계획과 후계구상에서
이건희 현회장을 선정하고 삼성에 입사한 경영수업 첫날부터
이들 傾聽(경청)과 木鷄之德(목계지덕)이란 휘호를 내려 주고 벽에 걸어 두고
매일 읽으며 마음에 새기게 하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원전은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 第十九 - 9 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紀省子 爲王 養鬪鷄
기원전 8세기 중국 주나라의 선왕(宣王)은 닭싸움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 왕은 어느날 '기성자'라는 이름의 투계 조련사에게 튼실한 닭 한 마리를
주며 최고의 싸움닭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十日而問 "鷄已乎" 曰 未也 方虛驕而恃氣
열흘이 지나자 왕은 "닭싸움에 내 보낼 수 있겠냐"며 물었습니다.
기성자는 "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허장성세로 자신이 최고인줄 안다" 며
아직 멀었다고 대답했습니다.

十日又問 曰 未也 猶應嚮景
열흘이 또 지나자 왕은 "이제 그 닭을 닭싸움에 내 보낼수 있겠느냐?"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기성자가 대답하기를 "아직 안됩니다. 교만함은 버렸
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움직이는 행동)의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평정심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였습니다.

十日又問 曰 未也 猶疾視而盛氣
다시 열흘뒤에 왕은 물었습니다. " 이제 되었느냐? 싸움에 내보낼수 있느냐 ?"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라 눈을 보면 닭의 감정상태가 다
보입니다. 아직은 힘듭니다."

十日又問 曰 幾矣 鷄雖有鳴者 已无變矣
望之似木鷄矣 其德全矣 異鷄无敢應者 反走矣
마침내 40일째가 되던 날 기성자는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반응하지 않
습니다. 완전히 편안함과 평정심을 찾았습니다. 다른 닭이 아무리 도전해도 혼
란이 없습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같이 '목계(木鷄)' 가 됐습니다. 이젠 어떤
닭이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그 덕이 완전하여서 그 덕의 위력에 제압당하여 제
풀에 도망칠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나무로 빚은 닭, 즉 木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장자가 여기서 말하는 골자는 바로 세파에 대한 초연함입니다.
호암은 반세기에 걸쳐 경영을 해오면서 수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같은 인생의 辛酸과 굴곡을 거치면서 자신과 가족과 기업을 지키기 위해
아마도 목계와 같은 교훈이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으르렁거리고 물어 뜯으려 해도 나무로 깎아 만든 닭처럼
초연하게 대처해내는 것이 호암의 처세관이었습니다.
이런 유훈을 선친에게서 물려 받은 이건희 회장은
말수가 적어 어눌한듯이 보였고, 행동은 굼뜨고 천천히 걸었으며 허리가
꾸부정하고 웅크려서, 그리고 표정은 포카페이스여서, 그 형형한 눈빛으로
무엇을 도모하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무서운 실력자에서 더 한걸음을
나아가 세계일류기업의 위대한 경영리더가 되었습니다.

결론은 "최고의 싸움닭은 싸우지 않고 이긴다" 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나무로 만든 닭처럼 평온하면 종국에는 이긴다
는 뜻입니다. 이는 손자병법의 "칼을 들고도, 휘두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최고의 전략" 상지상(上之上)병법과도 상통합니다.

이왕에 말이 난김에 말이지만
傾聽의 敎訓에 대하여도 그 편린을 잠간 살펴봅니다.
호암은 남의 말을 귀담아 잘 듣는 경청이야 말로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로서
명심해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된다는 신념에서 유훈으로 남겼습니다.
이후로 이건희 회장은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그 실예로 소설가 박경리와 같이 식사하는 1시간여를 거의 말하지 않고 경청
하는데만 열중하였고,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그의 한마디가 나의 10마디를
눌렀다"고 이회장의 경청하고 대답하는 모습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는 회의석상이나 정부의 정책회의 때는 듣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번 말문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하면 3~4시간은 기본이고 장장 10시
간을 넘기기도 일쑤였습니다.

Comments

鄭宇東 2013.09.24 06:58
일본 스모계의 후다바야마는 79연승을 한 전설적인 스모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 후다바야마가 어느날 경기에서 지고 79연승에서 멈추었을 때
스승을 찾아가 가장 먼저한 말이 "저는 아직 완전한 목계(木鷄)가 되지 못하였
다" 는 말로 자신의 수양과 단련이 부족하였다고 고백-반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