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 파탈 (FEMME FATALE)

鄭宇東 0 1,886 2011.12.27 05:10
팜므 파탈 (FEMME FATALE)
femme fatale(佛)
=> 운명적인 여자
=> 남자의 운명을 미모를 이용하여 치명적으로 망쳐놓는 아름다운 여자
=> 요부(妖婦)라는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쓰여지는 말입니다.
=> homme fatale(옴므 파탈)은  팜므 파탈과는 반대입니다.

이 세상의 여자는
살로메와 같은 요부와 천사표로 일컬어지는 우리들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또 모든 철학자의 아버지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와 같은 악처도 있는 반면,
오딧세우스가 부재중 살림을 잘 살고 텔레마코스를 훌륭히 길러낸 아내 페넬로페
대영제국의 재상 디즈레일리의 부인 메리 앤과 같은 현숙한 부인도 많습니다.
로마시대에 자기의 두 아들을 보물이라고 대답한 그라쿠스의 미망인 코르넬리아 
누구나 인자한 어머니와 현숙한 아내가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세상 남자들의 일탈은
심저 깊은 곳에 요부 살로메들 감추어 두고 주야로 그니를 은밀히 꿈꾸었으며,
어떤 때는 질투로 자식을 죽여 복수하는 독한 여자 메데이아로 만들었고,
인간최초의 여자로서 아담의 첫 여자인 릴리트는 밤의 마녀로서 음란하였고
때로는 돈과 정욕에 빠져 삼손을 파멸하게 하는 탕녀인 들릴라가 되었고
또 때로는 앗시리아의 장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조국유대의 애국자는
잔인을 극한 여자전사 유디트로 무섭게 표변하였듯이,
우리 인간들은 천사상과 악마상 사이를 간단없이 오가고 있다 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이미지의 요부와 탕녀들은 그 옛날부터 존재해 왔지만
보들레르가 문학사상 큰 스캔들을 불러온 <악의 꽃>으로 물꼬를 트고,
여러 화가들이 팜므 파탈을 서로 앞 다투어 그림에서 선보이고,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살롱이나 카페에서 토론할때 팜므 파탈을 단골주제로
삼았고, 팜므 파탈을 또 우상처럼 숭배했습니다.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팜므 파탈이 새로이 대두하게 된 이유는
19세기말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성 가치관이 무너지고 자의식에
눈뜬 신여성들이 목청을 높이던 시기입니다. 여성들은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의 육체에 내려진 편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행동과 주장을 펼쳤습니다.
천사 같은 여자와 악마 같은 여자, 즉 성녀와 창녀라는 이원적 구도에 젖어 있던
남성들은 동등한 성의 자유를 주장하고 해방을 부르짖는 여성들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남성들은 희생자의 역할에서 자신을 지배하는 존재
로 돌변한 여성에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버렸습니다. 성 정체
성에 혼란을 겪던 남성의 여성에 대한 욕망과 공포가 팜므 파탈에 투영되고, 이런
심리적인 요인들이 곧 예술과 사회 전반에 걸쳐 요부들이 득세하게 된 배경이 되
었다 하겠습니다.

화가 문학가 극작가등 예술인들이 양산해 낸 팜므 파탈들은 쎄고 쎘지만
팜므 파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살로메에 관한 작품만 손꼽아 봐도
먼저,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구스타프 모로의 살로메 그림의 연작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 유명한 희곡 살로메를 집필하였습니다.
리햐르트 슈트라우스는 와일드의 극대본으로 독일 악극 살로메를 작곡하였고
그 극중에서 소프라노 출연자는 7베일의 춤에서 나신까지 보이며 열연했습니다.
또 이 음악극을 보고 화가 슈투크 등은 고혹적으로 춤추는 살로메와
춤의 대가로 쟁반에 올려진 요한의 머리를 건네 받는 잔혹녀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기를 끈 팜므 파탈의 이미지는
오늘날 광고와 영화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식상하게 보이는 성을 상품화한
섹시한 여인상을 형성하는데 독특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현대여성의 섹스 아이콘이었던 마릴린 먼로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던 먼로는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남자들의 넋을 홀라당
뺏는 자신의 몸매와 천부적인 요부기질을 이용하여 20세기 섹스심벌로 군림하
였습니다. 먼로는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현대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그녀를 모델로 한 일련의 인기 작품들을 생산해 내었습니다.

끝으로,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팜므 파탈의 이미지에 속하는 요부들을 부류별로 나누어 보면
잔혹 이미지에 ㅡ 살로메, 유디트, 메데이아, 스핑크스, 메두사
신비 이미지에 ㅡ 클레오파트라, 록셀란, 조세핀, 판도라, 모나리자, 롤리타
음탕 이미지에 ㅡ 릴리트, 들릴라, 밧세바, 옴팔레, 카르멘, 나나, 메살리나
매혹 이미지에 ㅡ 헬레네, 비너스, 빌리스, 레카미에, 사바티에, 엠마 해밀턴
또 한편으로 옴므 파탈 (homme fatale)이 그 남녀구색을 맞추고 있습니다.
카사노바를 시조로 돈 환, 동 주앙, 돈 죠반니등의 돈씨들이 대세를 이룹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요부, 탕아가 없는 곳은 아무데도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을)우동과 유감동이가 대표적인 요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르는 이름들은 앞으로 나와 여러분의 공부과제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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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 이명옥 / 시공사 / 2008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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