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라쇼몽

鄭宇東 0 2,068 2011.11.14 06:20
일본영화 라쇼몽
일본영화의 天皇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구로자와 아끼라(黑澤 明) 감독에 의하여 1950년에 흑백영화로 제작되어
19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일본영화를 세계무대
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획기적 영화이었습니다.
소설가 아꾸다가와 류노스께(芥川龍之介, 1892. 3. 1~1927. 7. 24)의
동명의 소설 라쇼몽(羅生門)에서 타이틀을 따오고
같은 작가의 소설 덤불속에서(藪の中 ; 야부노 나까)의 내용을 교묘하게 합쳐서
미스테리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라쇼몽(羅生門)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나무꾼, 승려가 지나가던 행인과 함께 며칠
전에 발생한 한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시작합니다. 이들은 이 사건의 목격자로
서 법정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숲 속에서 길을 가던 부부가 도적에게 습격을 당해
남편이 죽고 부인은 겁탈을 당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도적이 잡히고 행방이 묘연했
던 아내가 법정에 연행되면서 도적과, 아내, 무당의 몸을 빌어 이야기하는 남편의
영혼, 목격자인 승려와 나무꾼 등이 차례로 진술을 하며 영화는 진행이 됩니다.

남편과 부인이 길을 가는데 도적이 그들을 노리고 추격하고 남편은 아내를 보호하
기 위하여 도적과 결투를 벌이지만 결국 살해를 당하고 부인은 안타깝게도 겁탈을
당하게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들, 도적, 아내, 남편, 목격자인 승려와 나무꾼, 그들
은 한가지 사건에 서로 다른 진술을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법정에서 진술을
하는 이 4명은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신이 사무라이을
죽였다고 말합니다.

우선 승려와 나무꾼은 자신들은 사건과는 상관이 없으며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시
체를 발견하고 신고를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도적은 남편을 묶어놓고 아내를 겁탈한 뒤 아내가 두 명의 남자를 섬길 수
없다고 하자 남편과 당당히 결투를 벌여 그를 죽였다고 진술합니다. 아내의 의견
을 존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자신은 도적에게 겁탈 당한 뒤 남편의 이해를 바랐지만 자신을 경
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편을 참을 수가 없어 자신이 남편을 죽였고 따라 자
살하려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남편은 겁탈 당한 아내가 도적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하자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자살했다고 무당의 입을 통하여 진술하게 됩니다.
그러자 처음에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던 나무꾼이 사실은 자신이 처음부터 다 목
격했으며 겁탈 당한 아내가 남편과 도적을 비난하자 이 둘은 서로 책임을 미루다
가 어쩔 수 없이 결투를 벌이고 도적이 남편을 죽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한 가지 사건이 4번에 걸쳐 재연이 되면서 영화는 진실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언제나 믿어 의심치 않는 한 가지 진실이라는 것은 결국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각각의 주체들을 통해 전해질 때 다분히 주관적으로 발현이
되며 그 순간 이 진실은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호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라쇼몽>에서 과연 4가지 진술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시 밝힌 나무꾼의 의견이 진실일까요? 하지만 나무꾼조차도 다른 이
들과 같은 인간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진실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4가지의 진실과 4가지의 거짓이 존재할 뿐입니다. 결국 우리는 영화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내지 못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인간의 이런 이기적인 상대성을 <라쇼몽>에서 특유의 카메
라 워크와 효과적인 자연빛의 이용으로 아주 자연스러우면서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4가지의 플래시백 외에 유일하게 이용되는 씬인 재판장 씬에서
재판장들을 한번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 화면 정중앙에 인물들을 위치시켜 마치
관객이 재판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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