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기에는 좀 낯붉어지는

鄭宇東 0 1,806 2011.10.04 20:24
말로 하기에는 좀 낯붉어지는 
 
 
인간의 思考는 대응구조로 짝지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고전에서는 흥부 vs 놀부가 그렇고 성경에서는 카인 vs 아벨이 그렇습니다.
문학작품등에서도 선역(protagonist)과 악역(antagonist)을 등장시켜 영원한
인간원형의 한짝을 이루는 것도 그러합니다.
특히 서부영화에서 초반에 선역의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는 악역의
폭거를 물리치고 승리하는 해피엔딩에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우리의 신앙을 확
인하고 쾌재를 부르며 적잖은 카타르시스까지 맛봅니다.

내가 지난날 읽은 일본의 책중에
구라따 햐꾸죠(倉田百三) 가 지은 "사랑과 인식의 출발" 과
미지마 유끼오(三島由紀夫)가 지은 "부도덕 교육강좌 69"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앞의 책이 글자 그대로 선역이라면 뒤의 책은 전적으로 악역이라 하겠습니다.
사랑의 책은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형이상학의 문제를 묻고
젊은 남여가 아침에 사랑을 나누고 남편이 출근하면 아내는 남편의 분신을 자기
안에 간직한채 뿌듯이 산다고 생각하는 행복한 순애보를 전도하는 그런 책이고
부도덕 책은 할복자살한 일본의 열혈우익 미지마가 반어적으로 도덕재무장을 가
르치는 도덕교과서 입니다.

남여가 은밀한 약속을 주위 사람이 눈치채지 않게 악수하며 새끼손가락으로 맺
어 알리는 기상천외한 악마적인 나쁜 방법을 처음 들었고
젊은 남녀가 성결합을 마치고 펩시콜라로 세척하면서 느끼는 쾌감묘사는
읽을 그 당시에는 너무 충격적이고 비도덕적이라서 애초에 책을 안읽은 것으로
물리고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부도덕 책에 "69" 라는 숫자는 하기에 낯붉어지는 말입니다.
남여의 애정생활중 식스티나인은 서로의 성기를 먹는 자세를 말하는데 명단편
날개를 지은 李箱 김해경은 이 숫자를 따서 "69다방"을 내었고
지난날 내가 출근하며 지나던 신촌 이대입구에서 보이던 이색상호 그리스어의
알파벳으로 쓴 POP다방과 또 하나의 이름 "69가구점"이 번저나가는 바이러스
처럼 악성병원체의 상채기로 남아 있습니다.

세상의 사상과 사건은 너무 많아서 계기나 시간 관계상 스스로가 모든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남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간접체험 하고 또 그
것을 더 집대성한 것은 책으로 배워 간접경험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
이 인생을 사는 방법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바이블 등 경전도 읽고 에밀교육론도 읽고 벌레 먹은 장미도 읽었습니
다. 또 악의 모함에 빠지지 않도록 악의 논리에 대한 실상을 알아 악의 침해를
미리 막고 자신이 행악하지 않고 선한 군사가 되어 세상사람들과 삼라만상에
선덕을 널리 끼치려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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