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토벤과 고진숙과 김미미와

鄭宇東 0 1,946 2011.10.04 18:23
김토벤과 고진숙과 김미미와   
 
 
이 글은 2004년 한마음가곡제를 치룬 뒤에 주운 한 가닥 이삭입니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수있는 사람은 없기에 우리 모두가 즐겨 듣고
부르는 전국민의 애창곡일수 밖에 없는, 또 6.25의 피난 와중에서도
아군의 삼엄한 검문을 <가고파>의 작곡자노라 대답하고 무사통과하는
특별대우를 받게 해준 불후의 명곡 가고파를 작곡하신 김동진선생님은
올해 연세가 아흔 둘의 고령으로 귀를 좀 잡수셨습니다.
그래서 음악계에서는 베토벤이 제9번 교향곡 합창을 지휘한 후 열광하
는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듣지 못하고 관객을 뒤로한채 지휘대에 그냥
서 있은 사실에 비추어서 노대가를 존경하고 아끼는 후배 음악가들이
선생님을 김(베)토벤으로 애칭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이야 다 아시지만
나이 지긋한 애호가들이 즐겨 부르는 명곡중의 하나인 가곡 <그리움>의
작사가는 시인 고진숙 선생님입니다.
겉어림으로 얼마전까지도 나는 고 선생님이 여자인줄 여기고 있었습니다.
뒷풀이 자리에 나란히 앉으신 두분 선생님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
라 서로 아껴 사랑하고 존경하여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김동진 선생님은 고진숙 선생님이 음악을 공부하고 난후 시인이 되셨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곡을 붙이기에 가장 좋은 시를 쓴다고 소개하여
주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현명하게도 보엠님은 노 시인의 마음에 쏙 들게
자기의 애창곡이라면서 그리움을 열창했으니 고진숙 선생님은 얼마나
좋아 하셨고요.

흐뭇하고 감격스럽기로 말하면 김동진 선생님이 더 하실 것입니다.
어제 한마음 가곡제의 피날레는 김동진 선생님의 지휘로 참가 연주자들
이 모두함께 선생님이 작곡한 <저 구름 흘러 가는곳>을 합창하고 이어서
제2절을 전 관객청중이 합창하는 장관이 펼쳐졌으니 정말 감격-감동의
마당 이름 그대로였습니다.

끝자락에 꽃처럼 피어난 김미미교수님의 파격적인 <진달래>의 열창은
노대가에 대한 최고의 예우와 환대였고 이러한 미거-선행에 대한
선생님의 보답과 제자 사랑은 (학생들에게는 지엄한) 김교수일지라도
선생님께로서는 한갖 "저 애"의 호칭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김미미 교수님의 이번의 이런 일은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좋은 추억거리가 될것입니다.


2004년 5월 24일
한마음가곡제를 마치고      鄭  宇  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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