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 이지함

鄭宇東 0 1,939 2011.10.04 11:47
토정 이지함(李之菡,1517~1578)
 
 
토정 이지함 선생은 조선 중기의 학자로서 학자이면서도 기인으로 잘 알려진
분으로 본관은 한산(韓山)이고 자는 형백(馨伯)·형중(馨仲)이며, 호는 수산(水山)·
토정(土亭)이며, 시호는 문강(文康)입니다.

토정 선생은 어려서부터 학문에 있어서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종
류의 서적을 섭렵하였으며, 그러다 화담 서경덕의 문하에 입문하여 서경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이지함 선생이 역학, 의학, 수학, 천문, 지리
에 해박한 것은 이때 서경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치에 입문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지함 선생의 인생의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지함 선생은 정치에 입문한 후부터 거의 대부분은
강변의 흙담 움막집에서 지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때에 생긴 호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토정이라는 호의 내력입니다. 이지함 선생은 관내의 어려운 사람들을 구
휼하기에 평생을 바쳤으며 또한 백성들뿐 아니라 길거리의 걸인들에게도 구휼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또한 이지함 선생은 학문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임으
로써 그 시대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서로 다른 업을 상호 보충하는 단계까지 발전
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토정비결로 인하여 이지함 선생이 무슨 큰 역술인으로 알고 있지
만 역술인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이라고 해야지 맞다고 하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지함 선생이 현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계기는 토정비결
이라는 저서에 있기에 토정비결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을 연 토정비결은 이지함 선
생이 역학과 천문에 밝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찾아와 한 해의 운세를 알려
달라고 사정을 하여서 이지함 선생이 저술을 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지함 선생의 이름만을 빌린 위장저서라는 설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것은 틀리고 어떤 것은 맞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어느것이 맞고 어느것이 틀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토정 이지함 선생이 살아가면서 행한 실천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자신보다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아 주며 자신의 위치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함과,
항상 탐구하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지금까지 이지함 선생을 잊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의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널리 깊이 본받아야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토정선생의 풍모를 전해주는 기록이 ‘혹인기사’라는 책에 나옵니다.
"선생은 키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컸고 골격도 건장했다. 또 얼굴이 검으면서도 둥글
고 살집이 좋았다. 발 길이는 한 자가 거의 다 되었으며, 목소리 또한 맑고 우렁찼다.
말수가 적었으며 기개가 당당했고 위풍이 늠름했다."
이 책은 또, 선생이 늘 저자와 산수 간을 돌아다니다가 잠이 오면 두 손으로 지팡이
에 의지해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숙인 채 잠이 드는데, 코고는 소리가 어찌나 요
란한지 소나 말도 놀라 도망치기 일쑤였다고 전합니다.

ㅡ 머리에 쓰면 갓, 뒤집으면 밥솥 ㅡ

그렇게 한 세상을 떠돌며 토정은 풍류사에 길이 남을 숱한 전설적 일화를 남깁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일화는 ‘쇠갓’을 만들어 쓰고 다닌 일일 것입니다. 관례
(冠禮) 이후 수십 년간 쓰고 다니던 갓이 망가져버렸는데 선비로서 의관이 없으면
바깥출입을 못하던 당시로서는 큰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낡을 대로 낡아버린 밥솥
까지 구멍이 뚫려 더는 못쓰게 되어버렸습니다. 궁리를 거듭하던 토정은 마침내 기
발한 착상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 바로 쇠갓이었습니다. 쇠로 갓을 만들었으
니 낡아서 버릴 염려도 없고, 쓰고 다니다가 배고프면 뒤집어 놓으면 밥솥도 되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이런 일화는 토정의 기인다움도 돋보이게 하거니와 그가 얼마나 청빈하게 살았던
가를 반증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장대한 체격의 사내가 보기에도 괴상한 쇠갓을 쓰
고 다니니 그는 이내 서울의 명물로 소문이 퍼졌습니다. 하지만 토정선생의 부인
전주 이씨는 끼니 때마다 "움직이는 밥솥"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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