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인홍)선달

鄭宇東 0 1,978 2011.10.04 11:40
봉이 김(인홍)선달
 
 
봉이 김선달의 본명은 김인홍. 자호는 낭사입니다.
조선 후기의 전설적인 인물로 매우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봉이 김선달에 관한 설화는 개성이북의 서도지방에 널리 분포하여 있던 건달이야기
가 현재는 여러 야담집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헌정착은 1906년
'황성신문'에 연재된 한문현토소설인 '신단공안'의 네 번째 이야기 '인홍변서봉 낭사
승면관'이 그 최초의 예인데, 이로써 그 이전인 19세기에 이 이야기가 널리 유포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대체적인 내용은
평양출신의 재사 김선달이 자신의 경륜을 펼치기 위하여 서울에 왔다가 서북인 차별
정책과 낮은 문벌 때문에 뜻을 얻지 못하여 울분하던 중 세상을 휘젖고 다니며 권세
있는 양반, 부유한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기지로 골탕먹이는 여러 일화들로 이
루어져 있습니다. 구전설화는 방학중, 정만서, 정수동 등의 인물전설과 중복되는
일화가 상당수 있어 이들과 비슷한 성격의 인물로 보고 있는데 비하여, 여러 일화를
꿰어 하나의 전으로 꾸민 한문현토본소설은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구전설화에서는
본명이 나타나 있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김인홍이라는 본명과 낭사라는 자호를 소개
하며, 그의 건달행각의 배경을 당대의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풍자에서 비
롯된 것임을 강조하여, 그의 비범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본명이 김인홍인 그를 그의 이름마냥 알고 있는 김선달은 벼슬파는 김대감을 속여
산삼씨만 먹고 자란 아주 귀한 산삼닭을 바치고 얻은 (무과에 출신한)벼슬이고,
또 鳳伊라는 별호를 얻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내력이 있습니다.
김선달이 하루는 장구경을 하려 갔다가 닭전 옆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닭장
안에는 유달리 크고 모양이 좋은 닭 한마리가 있어서 주인을 불러 그 닭이 '봉'이 아
니냐고 물었습니다. 김선달이 짐짓 모자라는 체하고 계속 묻자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던 닭장수가 봉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비싼 값을 주고 그 닭을 산 김선달은
원님에게로 달려가 그것을 봉이라고 바치자, 화가 난 원님이 김선달의 볼기를 쳤습
니다. 김선달이 원님에게 자기는 닭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하자, 닭장수를 대령
시키라는 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김선달은 닭장수에게 닭값과 볼기맞은 값
으로 많은 배상을 받았습니다. 닭장수에게 닭을 '봉'이라 속여 이득을 보았다 하여
그 뒤 봉이 김선달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유명한 일화로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재밌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선달이 대동강가 나룻터에서 사대부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를 만났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물장수를 데리고 주막에 가서 얼큰하게 한잔을
사면서 내일부터 물을 지고 갈때마다 내게 한닢씩 던져주게나 하면서 동전 몇닢씩
을 물장수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의관을 정제하고 평양성 동문
을 지나는 길목에서 의젓하게 앉아서 물장수들이 던져주는 엽전을 헛기침을 하면
서 점쟎게 받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모든 사람들이 수군대며 살피고 있었습니다.
이때 옆전을 내지 못한 물장수가 선달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한양인들은 대동강물이 선달 것인데 물장수들이 물값을 내지 못하게 되자 호되
게 야단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여 내일부터는 밀린 물 값까지 다 지불하여야 한다고
엽전준비에 야단이었다. 이를 참다 못한 한양상인들은 어수룩한 노인네 하나 다루
지 못할 것인가 하면서 장수꾼들이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꼬득여 주막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술잔이 오가고 물의 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달은 조상대대로 내려
온 것이므로 조상님께 면목이 없어 못팔겠다고 버티면서 이를 물려줄 자식이 없음
을 한탄까지 하였습니다. 한양상인들은 집요하게 흥정을 했습니다. 거래금액은 처
음에는 1천냥이었습니다. 2천냥, 4천냥으로 올라가 결국 4천냥에 낙찰되었습니다.
당시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당시의 매매계약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품 - 명 : 대동강(대동강)
소유자 : 봉이 김선달
            상기한 대동강을 소유자와의 정식 합의하에
            금년 5월 16일자를 기해 인수함을 만천하에게 밝히는 바이다.
인수자 : 한양 허풍선
인수액 : 일금 4천냥
인도자 : 평얄 김선달

선달은 못내 도장 찍기를 서운한 듯 도장 찍기를 주저합니다. 그러자 상인들은 졸
라대기 시작하여 결국 계약이 체결됩니다. 수단이 이렇게 좋아도 재산은 모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워낙 풍류와 시를 좋아하고 어려운 서민을 보면 양반들을 골탕
먹이고 이렇게 뺏은 돈을 다 서민에게 나눠 주었다 합니다.
 
'봉이 김선달설화'는 조선 후기의 역사적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전설입니
다. 봉이 김선달은 방학중, 정만서 등 비슷한 행적을 가진 동시대의 풍자적 인물들
의 설화와 함께 변모하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인간형으로서 문학사적 의의
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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