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속의 법률문제

鄭宇東 0 2,264 2011.10.03 19:36
문학속의 법률문제


* 들어가는 말
인류생활의 원초 단계에서는 법 종교 도덕 예술 같은 모든 것이 한데 엉켜 하나
의 사회규범을 이루는 규범의 미분화 상태였습니다.
그런 시절에는 법이 예술이요, 예술이 정치요 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술분야에서도 미분화 상태여서 시와 문학과 연극 음악 미술이 하나였
습니다. 이런 가운데서의 분화이기 때문에 문학과 법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
는 밀접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한편으로는 분화과정에서 한때는 반목과 적대시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근래의 사회학의 중개에 의하여 문학과 법학의
관계가 더욱 긴밀하여 지고 있습니다.

* 베니스의 상인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1564∼1616)의 5막 희극으로
1596년경의 작품입니다. 이탈리아의 옛날 이야기에서 취재한 것입니다.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
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소유하고 있는 배를 담보로 하여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롴으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 돈을 갚을 수 없
을 때에는 자기의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줍니다.
포샤는 구혼자들에게 금·은·납의 세 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기의 초상이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습니다.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
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배가 돌아오지 않아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
하게 되지만 남장을 한 포샤가 베니스 법정의 재판관이 되어,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함으로써 샤일록은 패소하여 재산을 몰수당하고 그리
스도교로 개종할 것을 명령받습니다. 그 후 안토니오의 배는 돌아오고 샤일록
의 딸 제시카도 애인 로렌조와 결혼합니다.
<寸評釋>
셰익스피어는 프란시스 베이컨과 동일 인물이라 주장할만큼 학식이 많았습니
다. 그의 법률적 견해도 뛰어나서 신분시대에서 앞서나간 계약주도시대의
법률원리를 주창하여 샤이롴이 계약서에 적힌 대로의 가슴살 1파인드를 가질
것을 판결하지만 또 계약서에 언급하지 않은 피를 흘리지 말도록 경고하였습
니다. 이리하여 샤이롴은 차별의 복수도 못하고 다시 한번 좌절합니다.
나의 우견으로는
로마의 12동판법이 유효한 이 시대에는 노예나 채무자를 죽이는 것이 가능한
시대였으므로 人肉契約이 가능하다면 살을 벨때 피가 흐르는 것은 당연하므로
포오샤의 판결은 설득력이 없으며, 오늘날에는 사람의 살을 베내는 것은 선량
한 미풍양속에 위배되므로 인육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입니다.

* 피가로의 결혼
보마르셰의 희곡 3부작은 세비야의 이발사에 이은 피가로의 결혼과 죄많은
어머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짜르트는 이 희곡의 제2부를 토대로 오페라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여 세계 오페라팬들의 찬사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재치꾼이며 이발사인 피가로는 알마바비 공작의 하인으로 공작부인의 시종인
수잔나를 사랑하여 결혼하게 되는 과정에서 초야권을 공작이 포기하게 만들며
허위에 찬 귀족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寸評釋>
봉건영주의 권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영주는 권력을 남용하여 일반백성의
농토를 빼앗고, 영주재판에서는 대법관의 자리를 차지하며, 재판에서는 전횡
을 일삼았습니다. 영주의 도덕심의 발로로 초야권을 포기하는 예는 드물었기
때문에 봉건신분사회에서의 영주의 전유물이었던 초야권은 인간성의 타락을
조장하였고, 피해자의 분노를 폭발시켜 사회변혁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또 봉건적 가부장제 아래에서의 후견제도도 영주권처럼 남용되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로지나에 대한 의사 바르토로의 후견이 그러합니다. 크든 작든 권력
은 남용되기 마련이라는 영원한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 괴테의 파우스트
레싱은 인간이 지식을 구하려는 것은 곧 신의 뜻으로서 지식에 의해서 진리에
도달한 인간은 덕목(德目)에 안주(安住)하여 저절로 비행(非行)을 버리게 된다
는 계몽주의의 이상을 고양(高揚)하였습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괴테는 사람은 어떠한 미망(迷妄)의 길을 걷더라도 인간으로
서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종국에 가서는 구원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
며, 인간의 노력과 향상의 원동력이야말로 마음 속에 있는 신에게 귀의하려는
마음과 육체에 깃든 마음과의 상극(相剋)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괴테는
<파우스트>를 쓰기 이전부터 이 소재는 그의 마음 속에 살아 있었고, 성장해
갔던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그가 완성한 <파우스트>는 이 소재를 괴테의 전
체인격으로 침투시켰을 뿐만 아니라, 독일정신의 완전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
을 정도로 승화시켰습니다. <파우스트>는 독일적인 동시에 인간정신 전체가
지향(志向)하는 불후(不朽)의 표현이기도 한 것입니다.
<寸評釋>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또 하나의 분신이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
외에 메피스토펠레스나 가브리엘을 가져서 선악의 이중구조를 이룹니다.
파우스트박사가 메피스토펠레스와 한통속이 된것은 괴테의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가레테와의 환락과 감옥에서의 마가레레의 고뇌속에서 구원
의 여성상을 발견하고 자신의 구원을 준비하는 경건함을 발견합니다.
괴테의 젊은날은 법률가였기에 이 작품에서도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을 괴테거 못 미더워 할때 메피스토는 "지옥에도 법은
있다" 항변하였고, 파우스트가 처음 마가레테와 만난것은 14살로 결혼(연애)적
령기였으며, 말 6필을 소유하면 24개의 다리를 가진 인간장정을 부린다는 사고
방식에 이어지고 유럽의 인격존중 풍조로 동양에 비하여 욕설이 적고 많이 여과
되어 있는 것은 그의 법률지식의 반영이라 하겠습니다.

* 톨스토이의 산송장
톨스토이의 희곡으로 한때 우리 무대에서도 인기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훼지아는 자신의 아내 리이자와 아내의 첫사랑인 궁정 관료
빅토르 사이의 인연을 맺어 주기 위해 스스로를 구렁텅이 속으로 내던져 몸부
림치다가 끝내 재판정에서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寸評釋>
톨스토이는 원천적으로 법률불인정주의자입니다.
짜아 전제치하의 혼인 불가해소주의를 채택한 악법때문에 아내 리이자의 친구
빅토르와의 결혼은 남편 훼지아의 선심에도 불구하고 중혼죄로 처벌될 위기에
처하여 스스로 자살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아내의 행복을 위하여 혼인불가
해소주의의 악법을 피하여 자살을 가장하여 실종선고된 사건이 탄로나서 재판
에서 중혼죄로 처벌받지 않기위하여 자살의 길을 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실제의 형사사건을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박력이
넘치고, 법제도 재판제도 등에 비한 비판과 저항의식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으
나 당장 혁명의 불꽃을 부채질하는데까지 가지 않았고 톨스토이의 극도의 무
저항주의의 신념으로 그 불법을 참고 견디는 선에서 머물렀습니다.
 
* 도스토옙스키와 죄와 벌
1866년 잡지 <러시아 통보(通報)>에 발표된 세계 문학 걸작의 하나입니다. 
가난한 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하여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이(蝨)'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버림으로써 이 사상을 실
천에 옮깁니다. 그런데 이 행위는 뜻밖에도 그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하고,
'인류와의 단절감'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
다.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필리가 대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
면서도 죄의식의 중압에 견딜 수 없게 된 그의 심정은 자기 희생과 고뇌를 견
디며 살아가는 '거룩한 창부' 소냐를 찾아 고백합니다. 또 정욕을 절대화하는
배덕자 스비드리가이로프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에 자기 이론의 추악한
투영을 보고 마침내 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됩니다.
<寸評釋>
도스토엡스키의 이 작품은 마치 형법이론의 교과서 같은 감이 있다고 법학자
들의 평을 받습니다. 그는 10년의 감옥생활과 유배생활의 체험을 이 작품속
에 녹여 담았기 때문입니다. 작자는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입장에서 서구의 합
리주의 · 혁명사상을 단죄하려고 한 것같이 보이지만 작품은 그러한 의도를
뛰어넘어 폐색적(閉塞的)인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 회복에의 원망(願望)을 호
소하는 휴머니즘을 표출하였습니다. 그의 메세지는, 법은 외부적인 강제력을
가지는데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내면까지 파고들어가서 인간의 심정을 개조
할 힘이 없으므로 사회문제의 궁극적인 구제책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종교적인 사랑일 것입니다. 소냐의 신앙으로 라스
콜리니코프가 회개하듯이 종교적 회개와 사랑을 통하여 사회가 정화될 수 있
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 ?계서?의 춘향전
남원사또의 아들 이몽룡이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과 가약을 맺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난 사이에 신관사또 변학도의 수청제의에 거절하여 온갖 수난
과 고초를 당하고 사또의 생일잔칫날 생명을 뺏기로 하였는데 때마침 이몽룡
은 과거에 급제하여 남원 암행어사가 되어 거지로 변장하여 잔치자리에 끼어
들어 금준미주(金樽美酒) 시로 사회악을 고발하고 탐관오리를 징치하며, 억
울한 백성 춘향을 구한다는 로맨스와 사회고발의 이야기입니다.
<寸評釋>
이 춘향전은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지만 무고한 시민의 권리를 위한 법정투쟁
과 재판기록 부분이 더 많은 그야말로 사회고발소설입니다.
암행어사 이몽룡이 준엄하게 읊은 시는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요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에 원성고(怨聲高)니라 하였는데
부정부패한 탐관오리에 대한 탄핵시로서 만인의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인터넷상에는 이 시의 작자는 溪西 成以性이며 그는 경북 봉화 출신으로
1595~1664간의 실존인물로 성안의의 아들인 이사람이  성(이)몽룡의 모델
이었다는  설도 있고 또는 작시인이 明나라 都司라는 2설이 있습니다.)

춘향전은 1740년 무렵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를 서양의 역사에 비교한다면, 법학분야에서는 몽테스큐의 법의 정신이
1748년, 룻소의 사회계약론이 1762년에 출판되었으며, 또 문학작품으로는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이 1784년에 출판되어 다가 올 프랑스 대
혁명의 불씨를 대중의 가슴속에 깊숙히 심어주는 사명을 다하여 시민혁명
의 성스러운 역사를 기록하였으나 우리의 경우는 시민의식이 성숙치 못하
여 불발탄으로 끝나고 만것이 유감스럽습니다.

* 연암의 소설 호질
연암 박지원의 虎叱은 완전히 근대적인 작품입니다.
앞에 전기소설의 걸작인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놓고, 뒤에 근대초기의 최대
작인 춘향전을 두고 볼적에 구각을 벗어나 새로운 문학형식으로 발전하는
근대적 기점에 서 있습니다. 호질의 내용은 그대로 실생활을 취재하였고
형식의 미와 조화를 지나치게 꾀하지 않고, 간소견고한 구성을 사실적으로
박력있게 표현하였습니다.
내용은 山中王의 猛虎가 부하들과 選肉會議를 하다가 선비와 의사의 고기는
안되는데 그래도 덕망이 높은 北郭선생을 점찍어 노리며 살피니, 북곽선생은
이웃 마을에 있는 미모의 수절과부 東里子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
행을 범하다가 수절과부에 있을법하지도 않은 다섯아들의 고함소리에 놀라
도망을 치다가 뒷거름 삭히는 구덩이에 빠져 헤어나온 것을 잡아놓고 선비의
허위와 위선을 통렬히 꾸짖는데, 하도 용서를 빌기에 살려 준다는 이야기로
호랑이가 먹지 않은 것은 실은 먹기에는 너무 더러워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寸評釋>
여기서 호랑이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있는 선비 북곽선생과 수절과부 동리자
는 봉건 유교사회윤리의 근간을 지탱하는 근간의 하나였습니다. 시대의 변천
에 따라 선비는 돈때문에 벼슬을 팔고, 정절녀는 욕정을 못이겨 사통을 하니
법과 사회현상과의 괴리가 심각해 진 시점에서 구악법을 폐지하고 신법의
채택을 주장하는 등의 선진의식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회구성요소로서, 권위의식과 간지로 지배하는 양반계급외에 신흥세
력으로서 발흥하는 노동자 농민세력을 인정하고 있는점도 간과할 수없습니다.

* 나오는 말
문학은 인간의 갈등과 모순을 다루며 인간 존재의 문제를 탐구합니다. 이러
한 인간다운 삶을 규명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법이 포함됩니다. 아울러 비규
범적인 소수자의 출현에 문학과 법학은 그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려 한다는 태도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문학이 법학에 그리고 법학이 문학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란 어떤
것인가?  문학에 등장하는 비규범적이고 비정형적인 인물을 접하면서 다양한
사고를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법학이 문학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은
주로 비법학도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칩니다. 문학에 법의 요소가 녹아 들어
가면 문학적 허구는 좀 더 개연성을 확보하게 되고, 법에 대한 막연한 반감
을 눅이게 만듭니다. 법의 논리적 속성이 가미되면 좀 더 입체적으로 현실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는 저서에서 시인과 판사가 하나가 되는 세상
이라야 공적 영역에서 정의가 세워진다고 역설했습니다. ‘공공의 상상력
(public imagination)’ 을 주창하며 타인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과 연민 없이는
법의 집행이 맹목일 수밖에 없다고 설파했습니다. 공공의 상상력은 문학 작
품을 미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질서의 변형을 모
색하고 새로운 가치를 구상하는 등 적극적인 형성 작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
합니다. 문학은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며 개인의 상상력을 공공의 상상력으로
탈바꿈합니다. 문학이 품은 문제의식은 규범의 세계에 투영되어 개인의 연민
을 사회적 연대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법률속담에 Ab Minimum Ethicae Ab Maximum Ethicae 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 법률은 윤리의 최소한이요 윤리는 법의 최대한에서 나온 말입니다.
법률은 인간양심이 추구해야 할 기초적인 윤리단계에 머무는데 그치지만
한편으로 윤리는 선진법률세계의 최정상의 사상으로 진보진화해 가야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법학과 도덕과의 역학관계는 법학과 문학사이에도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문학의 최소한이요
문학은 법의 최대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more information
法律과 文學 // 張庚鶴 / 교육과학사 / 서울,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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