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10

鄭宇東 0 1,747 2011.10.03 18:00
세계의 명시 10
 
 
ㅡ 꽃 / 김춘수 (1922~2004 韓) ㅡ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註]  옛날에는 마지막 구절은 " 눈짓이=>의미가" 로 되어 있었습니다.
        " 의미가" 로 읽는 것이 나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더 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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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청춘 / 사무엘 울만(1884~1924 美<=獨) ㅡ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그 마음가짐이라네
장밋빛 뺨,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늠름한 의지, 빼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삶의 깊은 데서 솟아나는 샘물의 신선함이라네

청춘은 겁없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말하는 것이라네
때로는 스무 살 청년에게서가 아니라 예순 살 노인에게서 청춘을 보듯이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 간다네

세월의 흐름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나
정열의 상실은 영혼의 주름살을 늘리고
고뇌, 공포, 실망은 우리를 좌절과 굴욕으로 몰아간다네

예순이든, 열여섯이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경이로움에의 선망, 어린이 같은 미지에의 탐구심
그리고 삶에의 즐거움이 있게 마련이네

또한 너 나 없이 우리 마음속에는 영감의 수신탑이 있어
사람으로부터든, 신으로부터든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힘의 전파를 받는 한
당신은 청춘이라네
그러나 영감은 끊어지고
마음속에 싸늘한 냉소의 눈은 내리고
비탄의 얼음이 덮여 올 때
스물의 한창 나이에도 늙어 버리나
영감의 안테나를 더 높이 세우고 희망의 전파를 끊임없이 잡는 한
여든의 노인도 청춘으로 죽을 수 있네

[註] 김대중 대통령이 애송한 시라해서 이 시의 팬들이 많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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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성경의 아가편 / 솔로몬(재위 BC 970~930 이스라엘) ㅡ

" 솔로몬의 아가니라 " 로 시작되는 이 시집은
성령의 감응에 따른 성서기(록)자의 종교의 경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세상 여염집에 꼽힌 솔로몬의 연애시-편지라 할만 합니다.
여덟 장중의 극히 일부를 발췌해도 이런 장구가 있습니다.

나의 사랑 너는
순전히 어여뻐서 아무 흠이 없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네가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네 눈으로 한번 보는 것과
네 목의 구슬 한 꿰미로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하구나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 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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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뿌쉬낀 (1799~1837 露) ㅡ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뎌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심장은 미래에 살고 있다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리나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운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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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잊혀진 여인 / 로랑생 (1885~ 1956 佛 화가)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슬픔에 젖은 여인입니다

슬픔에 젖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입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병을 앓는 여인입니다

병을 앓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버림 받은 여인입니다

버림 받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쫒겨난 여인입니다

쫒겨난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죽은 여인입니다.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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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우스개 삼아 / 이시까와 다꾸보꾸(1885~1912 日) ㅡ

한 줌의 흙에 침을 흘려 빚어 본
어머니 얼굴 우는 모습만 같아
마음 아파하노라

장난하듯이 엄마를 업어 보니
너무 가벼워 참을 수 없는 눈물
세 걸음 걷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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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이니스프리 호수섬 / W.B. 예이츠(1865~1939 아일랜드) ㅡ

나는 이제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집 짓고,
아홉 이랑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이 노래하는 숲속에서 혼자 살련다

그러면 내 마음 평화로우리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때까지
그 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랏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나는 이제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지막이 호숫물 찰싹이는 소리
가로에서나 잿빛 포도에서나
가슴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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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낙엽 / 구르몽(1858~1915 佛) ㅡ

시몬,
나무 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무럽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샹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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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무지개 / 워즈워스(1770~1850 英) ㅡ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네
내 인생 시작할 때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거늘
늙을 때 또한 그러하겠지
아니면 죽을 지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는 내 나날이 하루 하루
자연의 경건으로 묶여지기를 바라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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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荒蕪地 / T. S. 엘리엍(1888~1965 英<=美 ) ㅡ

[1장. 死者의 埋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꽃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우는.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주었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어서,
마른 구근으로 미약한 생명을 이어주었다.

 ㅡ The Wasteland ㅡ 

                    T. S. Eliot(1888-1965)

[1. 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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