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 ㅡ 흥부의 작은 마누라 ㅡ

鄭宇東 0 2,061 2011.10.03 12:12
사랑방 이야기 ㅡ 흥부의 작은 마누라 ㅡ
 
 
양식이 부족하여 노상 거친 시레기 음식이나 먹어서
항문이 째지도록 가난한 흥부에게 작은 마누라가 있다니 무슨 말입니까?

京板本 흥부전에 보면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그 보은으로 박씨 하나를 얻어 심어서 박들을 거두어
켜는데 박마다 금은보화 재물을 흥부에게 안겨주어 벼락부자가 되었는데
흥부마누라가 이만하면 되었다고 말려도 흥부가 이것도 내 복에 태인 것이니 마지막
남은 작은 박도 마자 켜니 그 안에서 절세미인이 흥부에게 사뿐히 절하며 나섭니다.
흥부가 놀라서 ㅡ 뉘시온지? 물으니
여인 ㅡ 내가 비요. 하고 아뢴다
흥부 ㅡ 비라니 무슨 비요?
여인 ㅡ 양귀비요. 당명황의 비 양귀비요.
흥부 ㅡ 여기는 왜 오셨는지? 
여인 ㅡ 강남 제비나라 임금이 흥부님의 첩이 되어 모셔라 하였기로 왔다 하니
흥부는 소실을 보아 좋아서 입이 찢어지고
흥부마누라는 시앗때문에 주위에 찬바람이 나도록 새초롬하여서 하는 말이
"애고 저 꼴을 뉘라서 어찌 볼까? 내가 진작 켜지 말라 하였는데" 하였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욕심 많은 놀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놀부는 날아다니는 멀쩡한 제비의 다리를 부려뜨려 놓고 다시 동여메 주고
이듬해 박씨를 얻고 심어 흥부보다 몇배나 많은 박을 거두었으니 매우 흡족하였습니다.
그런데 박통을 켤때마다 온갖 괴물과 괴짜들로 부터 혼이 나고 없는 빚을 갚는등 재물
을 빼앗기고 풀려나다 보니 알거지가 다 된 지경이라도 오직 미녀 소실을 얻을 기대로
마지막 박을 켜는데 천둥이 치는듯 큰 소리로
박안에서 ㅡ 비로라 비로라 하니 놀부가 더욱 겁을 내어 하는 말이
놀부 ㅡ 비라 하니 무슨 비온지? 당명황의 양귀비오니잇까? 창오산 이비이니잇까?
          우선 존호를 알아지이다.
박안에서 ㅡ 나는 유현덕의 아우 거기장군 장비로다.
하였으니 앞으로 장비한테 무슨 경을 칠지 놀부가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세상에는 결말 없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말 없는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에 맥이 닿아 있어서 결말을 다시
되풀이 하기에 멋적어서 잘라버린 경우가 있습니다. 놀부의 걱정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에서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숲속에 하얗게 드러난 사람뼈를 보고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백지로 깨끗이 싸서 양지 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고 갔는데
그날 밤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ㅡ 누구요? 
ㅡ 비입니다. 문 좀 따 주시와요.
문을 열어 줬더니 들어서는데 천하의 일색 미녀입니다.
ㅡ 저는 당명황에 사랑 받던 양귀비온데, 군사들에게 목졸려 죽은 뒤로 백골이
    나뒹굴어 있던 것을 거둬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래 은혜를 갚으려 하나 가진 것
    이 이 몽둥어리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는 수집어하면서 차례로 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이 마음 착한
청년은 한번 선심 쓴 덕분에 천하미인을 한동안 데리고 사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웃집의 막돼 먹은 녀석이 행운을 잡으러 집을 나섰습니다.
한 곳에 다다르니 거기도 백골이 누웠는데 뼈마디가 굵고 길어서 좀 서먹서먹했으
나 내친 김에 잘 거두어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누군가가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데,
ㅡ 뉘요? 비시오?
ㅡ 그렇다. 비다.  무얼 꾸물대느냐. 어서 문 열어라.
손을 쓸새 없이 사정없이 들어 서는데 갑옷 투구 차림의 무서운 장군입니다.
ㅡ 나는 유현덕의 아우 장비라. 아무것도 가진게 없으니 어쩌겠냐?
그러고는 옷을 벗고 방석에 엎드려 분부하되
ㅡ 이놈 잔말 말고 어서 기어올라 발길로 내 등을 찧어라 하고 호통치는 바람에
젊은이는 아름다운 양귀비를 바라다 호랑이 눈 장비한테 혼비백산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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