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이야기 ㅡ 콩타작과 조바심 ㅡ

鄭宇東 0 1,663 2011.10.03 11:49
사랑방 이야기 ㅡ 콩타작과 조바심 ㅡ
 
 
시골길을 가다보면 콩밭떼기에는 으레 수숫대가 일정한 사이를 두고 서 있습니다.
이것은 콩을 거둬들일때 베어서 묶을 겉포장재로 쓰기 위하여 미리 심어 놓은 것
입니다. 수수는 콩보다 일찍 익는데 여무는 시기가 달라서 고개를 숙이는대로 낫
으로 하나씩 이삭을 잘라서 콩을 수확하기전에 수수 수확이 모두 끝납니다.
뿌리 부분을 쳐버린 수숫대를 연속해 펴고 얼금 얼금 얽어서 그위에 밭에서 뽑은
콩을 차곡차곡 포개어 쌓은후 돌돌 감아 동여맵니다.
우리가 흔히 얽어맨다고 하지만 <얽는것>은 사이가 뜨게 그물처럼 겯는 것이고
<매는것>은 빈틈없이 맺는 것입니다. 보리나 벼를 베어서 뭇을 짓는 것이
<묶는것> 이며, 큰 덩치로 만드는 것이 <동이는것>이고 그렇게 만든 것이 동이
입니다.

이와 같이 수숫대로 감싸 동을 지은 것이 <콩동>이고 그것을 저다가 타작마당에
펴서 너는데, 햇볕이 쨍쨍 내려쬐면 봉숭아의 씨처럼 꼬투리가 뒤쳐지면서 저혼자
튑니다. 그래서 제 성미를 제가 못 이겨 팔팔 뛰는 사람을 두고 <콩 튀듯 팥 튀듯
한다> 고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일꾼들이 도리깨로 두드려대면 콩이 몽땅 쏟아지
고, 나머지를 긁어모은 것이 콩깍지로 영양가가 높아서 소의 먹이로 적합하지만
딱딱해 날로는 먹일 수 없어서 물렁하게 삶아서 낸것이 <쇠죽>입니다.
이 쇠죽에도 <드레죽>이라는 특식이 있는데 모심기 때에 논 갈고 써리고 하느라고
고된 일로 야위어진 소에게 싸라기나 수수로 벌겋게 죽을 쑤고 햇풀을 썰어서 섞어
주는 먹거리로 소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성찬이고 보너스입니다.

타작마당에서 그러모은 깍지는 콩이 빠저 나갔기 때문에 부피가 줍니다.
그래서 깍지는 두 동분을 얼러모아서 하나로 묶게 됩니다. 그래서 덩치가 우람한
큰 사람을 보고 <어리깍짓동 같다>고 하게 되었습니다. 줄었다해도 두동을 한동
으로 동을 지었으니 허위대가 클것은 불문가지 입니다. 그리고 깍짓동은 구석진
데에 세워놓고 겨우내 내용물을 꺼내 쇠죽을 쑤는데 넣습니다.

조는 보리나 벼처럼 몽땅 베어서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처럼 여무는대로 이삭
을 잘라서 모아 곡식알을 터는데 조는 귀가 질겨서 큰 탈곡기에 대어도 잘 안 털어
집니다. 그래서 돌에다 놓고 비비고 문질러고 때로는 연자매 판에 깔고 그 육중한 맷
돌로 깔아 뭉개어 털기도 하였습니다. 몹시 초조해하는 것을 보고 <조바심>을 한다
고 하는데 <바심>은 타작을 뜻하는 말이며 조 털기가 저렇게 힘든 것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농사를 지어 수확한 곡식을 저장 갈무리 하는 방볍으로는
수확물을 섬이나 가마니에 넣지 않고 낟알 그대로 뜰가운데 가리어 놓는 시설로
둘레를 짚으로 거적처럼 엮어서 둘러쳐 동이고 이엉으로 지붕을 해덮는 <낟가리>
와 곡식을 창고에 들여놓지 않고 한데에다 습기를 막는 긴나무를 깔고 곡식을 섬에
담아 차곡차곡 쌓아두고 둘레와 위를 이엉으로 덮어서 갈무리하는 <노적가리>가
있으며, 감자나 그밖의 수확물을 낟가리처럼 둘러 막아 갈무리 하는 것으로 둘러 치
는 재료는 계절과 장소에 따라 쑥대나 싸리 삿등을 이용하는 <통가리> 가 있으며
삶은 도토리등을 오래 보관하기 위하여 삼대를 칡으로 엮어 통가리보다는 좁고 높
게 하고 꼭대기를 청밀짚으로 용수모양의 덮개를 해씌운 <밤가리>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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