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부키에 대하여

鄭宇東 0 2,130 2011.10.02 22:07
일본의 가부키에 대하여
 
 
가부키(歌舞伎) 는 일본의 대중적인 고전연극입니다.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음악과 춤과 무언극, 호화로운 무대와 의상이 혼연일체로 어우
러져 있는 연극으로 글자 자체로는 '노래'[歌]와 '춤'[舞]과 '솜씨'[伎]를 뜻합니다.
매우 서정적인 가부키는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문학이라기보다는 한 배우가 몸짓·
목소리 연기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기교를 드러내는 데 쓰이는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가부키 배우들은 약간의 변형 외에는 대대로 가부키의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그들은
초기 가부키 배우들의 연기양식을 답습했으며, 배우의 계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나
타내기 위해 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자신이 몇 대(代)임을 나타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부키에서는 배우와 관객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오고 갑니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말을 걸기 위해 자주 연기를 중단하고, 관객들은 미리 지시된 양
식대로 적절한 찬사나 박수갈채를 보내 응답합니다. 또 관객들은 공연중에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기도 합니다. 가부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상연되고 대부
분의 관객들이 거의 하나의 막(幕)이나 하나의 장(章)만을 보게 되므로 극장에는 항
상 사람들이 드나들게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식사 때가 되면 관객들에게는 음식이
제공되었습니다.

가부키의 진행순서에는 사계절을 반영하는 주제와 풍습들이 포함되기도 하고, 동시
대에 일어난 사건들에서 따온 소재들이 삽입되기도 합니다. 17세기 후반 이래 무대
앞에 홍예(虹霓)를 두어 배우와 관객을 분리시켰던 서구의 연극들과는 달리, 가부키
에서는 배우들이 계속해서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곤 한다. 무대에서 객석 끝까지 죽
이어진 2개의 하나미치[花道]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은 3개의 무대로 둘러싸
입니다.

가부키의 기원은 16세기 후반 여승이었던 오쿠니[阿國]가 불교도들을 풍자해서 인기
를 얻었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녀는 남자로 분장하고 춤추는 여자배우와, 여자
로 분장하고 춤추는 남자배우들을 자기 주변에 끌어모았습니다. 오쿠니의 가부키는
평민의 기호에 맞추어 만든 일본 최초의 중요한 연극이었습니다. 그뒤 가부키는 천박
하고 묘사가 대담하며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1629년 정부에 의해서 공연이 금지되었
습니다. 그러자 소년 배우들이 여자옷을 입고 연기했지만(와카슈가부키[若衆歌舞伎]),
이런 형태의 가부키도 곧 금지되었습니다. 그뒤 나이든 남자가 역을 맡게 되었고, 이것
이 수세기에 걸쳐 오늘날까지 이어져옴으로써 남자만으로 이루어진 가부키의 형식을
이루게 되었다. 원숙한 나이의 남자들이 여자역을 포함한 모든 배역을 맡게 됨으로써
가부키는 더욱 발전하고 연기도 섬세한 맛을 더하게 되었다.

18세기초 가부키는 완성도를 높여 실제로 있었던 감동적인 사건들을 진지하게 극적
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예술형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상인과 평민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가부키는 민중연극으로서 당시의 사회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그결과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 무대 위에 올려졌습니
다. 예를 들면 〈주신구라 忠臣藏〉(1748)라는 작품은 1702년에 일어났던 유명한
사건, 즉 주군(主君)을 잃은 47명의 사무라이들이 1년 동안 와신상담한 끝에 자신들
의 주군을 자살로 몰고 간 사람에게 복수를 감행했던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극화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극작가인 지카마쓰 몬자에몬[近松門左衛門]이 쓴 신주모노[心
中物:연인들의 동반자살극]는 대부분 실제로 있었던 어떤 평민 청년과 그 애인의
동반자살에 의거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황실의 궁중무용인 부가쿠[舞樂]와 전통적 연극인 노[能]가 역사가 깊고 귀족들과
무사계급의 오랜 전유물이었던 반면에 가부키는 농민과 도회지 사람들의 연극이었
습니다. 부가쿠와 노가 연약한 우아함과 극도로 섬세한 움직임을 특징으로 한다면
가부키는 약간 거칠고 절제되지 않았지만 화려하고 과장된 데서 그 아름다움을 찾
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부키는 지성보다 감각에 호소한다고 할 수 있다.

가부키는 노뿐만 아니라 17세기에 발달했던 인형극인 조루리[淨瑠璃]와도 깊은 관
련이 있습니다. 가부키는 노에서 소재를 많이 얻었으며 1652년 금지당했을 때는
교겐[狂言:노가 상연될 때 삽입되었던 희극적인 막간극]을 개작 또는 희화화함으
로써 다시 활로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여자역을 하는 남자배우들인 온나가
타[女形]들이 등장했으며 이들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가부키는 내용면에서 역사극인 지다이모노[時代物]와 서민을 주인공으로 해 당시의
세태를 묘사한 세와모노[世話物]로 나누어집니다. 공연은 일반적으로 지다이모노·
세와모노의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중간에 귀신이나 게이샤[芸者], 색다른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무용극이 1~2개 삽입되며 연기자들이 총출연하는 활기찬 무용
오기리쇼사고토[大切所作事]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가부키의 본래 목적은 관객을 즐겁게 하고 배우들이 솜씨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교훈적 요소가 들어 있다. 따라서 보다
보편적인 도덕적 의미뿐만 아니라 종종 불교의 무상(無常)이나 유교적 본분 같은
종교사상까지도 연관된 갈등을 다루며, 도덕성이 인간적인 감정과 갈등을 빚을 때
일어나는 비극을 주제로 하기도 합니다. 구조면에서 전형적인 가부키는 하나의 복
잡한 줄거리에 2개 이상의 주제들로 구성되는데, 여기에는 서구의 연극에서 추구하
는 강력한 통일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
고, 이들은 마지막의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발전해나갑니다.

가부키는 새로운 형식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양식화
된 연극으로서, 신사나 절에서 공연되던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많은 관례들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부키의 춤은 가부키의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
입니다. 온나가타의 절제되고 흐르는 듯한 동작이나 남자배우의 꾸민 듯한 과장된
몸짓 등 춤을 삽입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가부키 연기는 매우 양식화되
어 있어 실제로 춤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오늘날 도쿄에 있는 1,600석 규모의 ' 가부키자'[歌舞伎座]와 '국립극장'에서 정기
공연이 행해지고 있으며, 간혹 일반 극장에서도 공연되곤 한다. 가부키 극단들은
지방에서도 공연하며 이런 극단들이 몇 개 있는데 그 구성원들이 중복되기도 합니
다. 가부키자의 공연은 평균 5시간 정도이고 국립극장의 공연은 평균 4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부키자는 배우들이 전통적으로 맡아온 역할을 보장해주기 위해 유명
한 배우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보수적인 방식을 채택합니다. 반면 국립극장
은 역사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가부키의 고전적인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서 극 자체
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끝으로 하나 더 덧붙인다면, 우리가 노래방이나 장기겨루기에서 흔히 쓰는
'18번'이라는 말은 이 가부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설이 유력합니다.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가부키에서 장이 바뀔 때마다 막간극을 공연 했는데
17세기 무렵 이치가와 단주로 라는 가부키 배우가 단막극 중에 크게 성공한
18가지 기예를 정리 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리켜 가부키 광언(狂言) 십팔번
(十八番)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여기서 십팔번(일본어 발음: 주하치반) 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장기(長技), 애창곡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시대와 장소만 다를뿐 일본의 유명한 가부키 18번 기예를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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