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 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鄭宇東 0 1,804 2011.10.02 21:06
도리깨 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금병매(金甁梅)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저 세상에 간 한 사람이 염라대왕 앞에서 생전에 착한 일 한것으로 칭찬 받고
싶어서 나는 살아 생전에 고기육미를 일절 먹지 않고 소찬을 먹으면서 정갈하
게 살았습니다 하니 과연 그 말대로인가? 하고 몸을 갈라보니 먹고 싶은걸 참
느라고 군침이 창자를 채우고 목까지 차 올라 있었다는 우스운 얘기입니다.
성경에서 예수는 이웃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는 간음하였다고 정죄하였
습니다. 정녕 이러할진대 이 세상에 정죄당하지 않을 자가 몇 사람이겠습니까.
이런 기준이라면 첫머리의 한껏 참아 온 탐식욕도 정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극우익 문학가 미지마 유끼오(三島由紀夫)는
전후 일본의 도덕관의 혼란상에 절망하고 경고하는 메세지로 활복자살하면서
<不道德敎育講座>라는 책을 썼습니다. 강좌의 내용은 책제목과는 반대의 역설
적 도덕교과서입니다.
가령 그가 효도를 위하여는 불효자를 내세움으로서 반면적으로 효를 가르치며
친구와의 신의를 위하여는 배신을 전면에 내어 반면선생적으로 신을 가르치고
나라에 충성하기를 가르치는데 온갖 불충 역모의 사례를 적시해 놓았습니다.
그가 적시한 사례들은 현재의 시점에서도 충분히 경고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
고 있으며, 여지껏 비교적 온상에서 자라왔다 할수 있는 나에게는 처음보고 듣
는 참으로 놀라운 적색정보도 들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젊은 남여가 사랑을 나누고 탄산화 콜라로 국부를 씻어 피임을 강구
한다든지, 남녀가 악수를 나누며 가려진 새끼 손가락을 걸어 정사를 은밀히 약
속한다는 등등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와는 거의 반대인 구라다 햐꾸조(倉田百三)의
<사랑과 인식의 출발(愛と認識との出発)>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젊은 날의 사색론으로 선과 악, 진과 위, 미와 추, 성과 속 
사랑과 정욕 등등의 문제를 해결은 짓지 못해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수도승이나 수녀가 동물일진대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감정을 그들은
범인들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해결하였을 것이란 가설을 제시한 대목과
또 신혼한 젊은 부부가 사랑을 나누고 아침에 신랑이 출근하면 각시는 신랑
의 분신과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처음엔 좀 역겹다가 나이를 먹어감
에 따라 차츰 이해가 되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각설하고, 곁가지로 한 마디 덧 붙이면
첫머리의 죽은 자가 저 세상에 가서 살아 생전의 행적을 심판받는 이야기
는 세계에서 공통적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생전에 배 고픈 거지에게 파 한 뿌리 적선한 그 공으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파뿌리에 매달려 올라가는데 살겠다고 바지 가랭이를 거머 잡는 사람들을
떨쳐내느라고 힘을 쓰는 바람에 파 뿌리가 끊어져 도로 지옥으로 떨어졌다
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작가 아꾸따가와 류노스께는 거미를 한 마리
구해주고 그 거미줄에 매달려 올라가다 추락하는 욕심쟁이를 그리고 있지
만 이 이야기의 원류는 불경에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러시아의 도스
또옙스끼가 일본의 아꾸따가와를 읽었다는 사실로 귀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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