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바리아씨옹

鄭宇東 0 1,890 2011.10.01 16:58
신데렐라 바리아씨옹

 
세상의 여자아이들은 어느날 백마를 탄 잘 생긴 왕자가 나타나서 청혼해 오
면 그의 부인이 되는 현실을 꿈꿉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유형의 이야기
로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등이 유명한데 이중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는 주제의 매력때문에 문학상의 개작과 음악가들의 수많은 걸작이 나왔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화 신데렐라는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옛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와 꽁트>에 처음 실렸습니다.
원래의 제목은 <쌍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신, Cendrillon ou la petite pantou
fle de verre>이었는데,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쌍드리용(Cendrillon)이 신데렐
라(Cinderella)가 되고 verre(유리)와 vair(가죽)이 헛갈려 유리(glass) 구두가
되었고 그 이미지가 너무나 뛰어나 나중에 다시 출간된 프랑스어 원작조차
도 유리신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착하고 예쁜 쌍드리용(신데렐라)은 비록 귀족의 딸이나, 새엄마의 학대와 배
다른 두 언니들의 심술로, 하녀와도 같은 혹독한 나날을 겪습니다. 그러던 중
요정 대모의 도움으로 쌍드리용도 왕궁의 무도회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요정
대모가 마술을 사용하여 그녀에게 옷과 보석, 마차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입
니다. 그리고 또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유리신을 한 켤레 주었습니다. 다만
자정이 지나면 모든 마술이 사라진다는게 흠이었습니다.
무도회에서 쌍드리용의 아름다움은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첫날밤
에는 23시 45분에 궁을 떠나,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다음날 밤에
더 아름다운 치장을 하고 무도회에 다시 온 쌍드리용은 왕자와의 사랑의 대
화에 빠져 24시의 첫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정신을 차릴수 있었
습니다. 왕자에게 자신의 하녀 같은 모습이 드러날까봐 너무 서두른 바람에
쌍드리용은 유리신 한 짝을 잃고 맙니다.
이 유리신을 주어 모은 왕자는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 여자를 되찾기 위해
유리신을 전국의 모든 여자들에게 신겨보라는 명령을 내려서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쌍드리용이 유리신의 주인임이 밝혀져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
고, 착한 쌍드리용은 자신에게 가혹했던 두 언니들을 용서하고 함께 삽니다.

등장 인물의 이름
주인공의 진짜 이름은 작품 속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작품 속
에서 그녀는 쌍드리용보다는 뀌쌍드롱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립니다.
cul (엉덩이) 와 cendre (재)를 결합시켜 지은 별명입니다. 주인공이 하루 일
을 끝내고 나면 항상 난로가에 와서 잿가루 위에 앉기에 엉덩이에 늘 재가 묻
어 있었던 것입니다. 집안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뀌쌍드롱이라 부르나 첫째보
다는 덜 못된 둘째 언니만이 조금 더 귀여운, 쌍드리용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
었습니다. 페로에 의해 이름이 뚜렷하게 명시된 유일한 인물은 두 언니 중의
한 명인 쟈봇이며 문맥상 이것은 큰언니일 가능성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유리신에 얽힌 논쟁
<쌍드리용>을 비롯해 페로의 꽁뜨들은 19세기 작가들 사이에서 큰 명성을 얻
었습니다. (노디에, 발작, 리트레...) 하지만 동시에 사실주의 작가들이나 실증주
의 철학자들은 쌍드리용의 신발이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
했습니다. 발작과 리트레가 그 대표자로, 그들은 pantoufle de verre 를 pantou
fle de vair 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vair 는 쁘띠-그리라는 일종
의 다람쥐와도 같은 동물의 가죽으로서, 은회색 빛이 나는 고급 모피였습니다.
pantoufle 역시 디즈니 만화 등에서 볼 수 있는 구두가 아니라, 굽이 없고 헝겊
으로 만들어진 실내화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러 각색판과 바리아씨옹
1729년 최초의 영어판이 발행된 이래
그림 형제가 <아쉔푸텔>의 제목으로 각색(1812년)
롯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똘라>(1817)
마스네의 오페라코미크 <신데렐라>(1870)
멜리에쓰의 영화 <쌍드리용>(1899)
꺄뺄라니의 영화 <쌍드리용>(1907)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신데렐라 (누레예프 안무) (1945)
디즈니의 만화영화 <신데렐라> (1950)
영화 <A Cinderella Story> (2004)
신데렐라를 현대판으로 해석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2010)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원작보다 800년이나 앞서 출간된 당나라의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예쉔(葉限)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계모의 구박을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던 주인공 예쉔이 어느 날 친구처럼 기
르던 붉은 비늘 물고기를 계모가 잡아 먹어버리자 그 뼈를 가져 와 슬퍼하고
있는데, 물고기의 신령이 나타나 예쉔을 도와주었고 신령이 선물한 화려한
옷과 황금 신발을 신고 마을 무도회장으로 갔다가 계모와 배다른 언니에게 들
켜 황급히 집으로 돌아오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고, 그 황금 신을 본 왕이
수소문 끝에 예쉔을 찾아내 결혼을 한다는 것입니다. 우연히 비슷한 이야기다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유양잡조]와 그 속에 실린 여러 이야기들이 동서양과
중동을 오가던 상인들에 의해 퍼져갔고 800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는 프랑스
작가의 꽁트로 부활했다는 것이 여러 가지 역사 이론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역수입한 신데렐라는 후이꾸냥(灰姑娘)이라 하며
그리고 우리나라의 옛 전래동화 <콩쥐 팥지>도 이런 계통의 얘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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