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미로설계

鄭宇東 0 1,584 2011.10.01 09:04
백화점의 미로설계 ㅡ 자본주의의 심리학
 
 
백화점의 구조는 벽시계나 창문도 없이, 동선은 화려하고 값비싼 상품을 따라서
미로구조의 상업적 설계로 연속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우리들은 번잡스러운
백화점에 익숙해져서 매장사이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제품들을 척척 찾아내는
데 선수가 되어 마치 복잡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내는 훈련에 단련된 실험실의
쥐 같아 마음이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백화점의 구조물에는
쇼핑을 즐기는 주부의 귀가시간을 재촉하는 벽시계는 찾아 볼수 없고
고객의 시선을 흩어 놓을 수 있는 창문을랑 일체 배제한 채
천정에는 대낮같이 밝고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영업시간 내내 밤낮을 의식하
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거울과 유리로 치장된 미로궁전은 고객의 시선을 상품으로 유인합니다.
사람들은 거울 앞을 지날때면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기 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주위에 있는 진열대도 둘러보고, 거울에 비
친 반대편 상품에 시선이 끌릴 수도 있습니다.
 
매장위치와 상품진열은 구매충동으로 이어지게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매장의 위치와 관련하여, 짐을 비교적 많이 가지는 여성고객매장은 저층에,
상품을 구매하고 바로 나가는 남성고객의 용품은 고층에 두고,
진열에 있어서도 눈높이에서 손을 뻗어 그대로 집을 수 있는 곳에 이윤이 많은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계산대의 바닥높이는 약간 높아져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매장 체류시간을 끌게
하도록 경사도를 올리고, 계산을 하기 위하여 기다리는 시간에도 간단한 것을 
살 수 있도록 계산대 주변에 일용품을 진열하고, 계산이 끝나면 빨리 매장을 빠
져 나갈 수 있도록 바닥의 경사도가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더하여 배경음악은 구매충동을 부추기는 상업적인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매장의 상품진열에서부터 계산대의 바닥 높이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의
구석구석은 고객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손님들이 매장에서 더 많은 물건을 더욱
쉽게 구경하고 결국에는 그것들을 구매하겠끔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고객의 쇼핑 패턴을 처음으로 연구하여 이른바 쇼핑의 과학을 창시한
사람은 파코 언더힐(1952~ )이며, 그는 도시인류학자 윌리엄 화이트(1917~
1999)의 공원이나 빌딩 플라자와 같은 도시내 공공장소가 이를 이용하는 시민
들의 이용 패턴이나 필요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공공장소 프로젝트에 감동
을 받고 일반시민의 공공장소 공원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대형영업장에서의
쇼핑 패턴을 연구하여 크다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파코 언더힐이 그의 쇼핑의 과학은 고객을 위한 과학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주장대로 기업이 고객의 쇼핑 패턴에 맞게 매장을 설계하고 상품을 진열
한다면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찾고 구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 파코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좋은 판매전
략을 세우고 매장설계와 상품진열에 이를 응용하자는 것이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일반공공을 위한 윌리엄 화이트의 설계와 이윤을 위한 파코 언더힐의 설
계가 다중을 위한 설계라는데서 공통점이 있지만 이 둘이 상치할 때에 가게주인
은 반드시 이윤을 택하게 마련입니다. 말하자면 고객은 왕이라던 그들의 말은 구
두선에 지나지 않고, 고객의 편의와 이익보다는 그들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 심리학만 무성하게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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